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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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리나>와 <보바리 부인>을 더했다는 그 평이 딱 들어맞았다. 시인으로 유명한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의 첫 소설인 <하우스프라우>는 한 여성의 외로움과 고독으로 인한 일탈과 파멸의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30대 후반의 여성인 안나. 그녀는 스위스인이자 금융인인 남자와 결혼해 미국을 떠나 스위스에 정착하게 된다. 부모도 없이, 외딴 곳에 와서, 무심한 남편으로 인해 마음 둘 곳 없는 안나가 택한 것은 남편 아닌 남자들과의 만남이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닿았고,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그녀에게는 두 아들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 폴리 진이 있었지만 그 자녀들마저도 안나의 외로움을 채워주기엔 부족했나보다. 시어머니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그녀의 고독을 가중하는 원인이었으리라.

그러다가 MIT 연구원이었다가 스위스에 3년간 머문 스티븐을 사랑하게 되고,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되지만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고 안나는 스티븐을 그리워하며 다른 남자들과의 만남을 계속한다. 마지막에 스티븐과 연락이 닿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나버렸다. 이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할까. 언제까지 마음이 떠돌아야 할까. 안타까웠다.

그러는 중, 책으로도 영화로도 봤던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가 떠올랐다. 영화에서의 안나인 '비비안 리'가 떠올랐다. 도도해보이는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고독이 보였고, 그래서 안타까웠다. 한편, 또 한 명의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으니 신경숙 장편소설 <깊은 슬픔>에 나온 오은서가 그렇다. 외롭고 고독한 여자들.

누구나 고독하다. 누구나 외롭다. 그 고독을 어떻게 해소하는가가 관건이다. 자식에게 마음을 쏟는 사람이 있고, 일에 마음을 다하거나, 취미에 몰두하거나.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간다. 그러지 못했을 때 남는 것은 초라하고 힘든 마음뿐이다. 두 안나처럼, 은서처럼.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많은 채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환경의 안나. 나는 과연 무엇에 마음을 붙이고 사는지 한번 돌아보게 된다. 시인 출신 작가답게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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