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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 -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구나 사생활이 있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사사로운 생활, 특정인과만 공유하고 싶은 은밀한 생활 말이다.
<사생활의 역사>(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는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이란 표지 문구처럼 그동안 사생활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시대별로 알려 주는 책이다.
길고 장황한 역사책을 부담스러워하는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 주제를 갖고 역사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책은 꽤 반갑다. 사생활이라고 해서 요즘처럼 부정적이거나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생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들키고 싶지 않은, 방해받지 않는 삶은 언제든 있어 왔다. 방법이 다를 뿐이었다.

일기를 쓰는 행위는 자신의 결함을 되새기고 신에게 올린 탄원을 기억하며,
매일의 생각과 행동 중 영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을 골라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신과의 관계에서 나타난 징표를 남기고 성찰을 이어갔다.
일기 쓰기는 기도의 보조적 활동이자 그 자체로 종교적 명상이 되었다.
사생활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 위에서 말한 '일기 쓰기'이다. 이러한 일기 쓰기가 꽤 오래 전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이 바로 매일 쓰는 '일기'라는 것이다.
요즘 '기록'을 테마로 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쓰는 사람'으로서 이 책들을 읽어보며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관심이 많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일기가 활용되었다니 반갑기도 했다. 시대가 지나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사적 영역이 물리적으로 제한될수록 특히 여성에게는
가상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중요해졌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세 후기부터 편지는
관계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18세기 말에는 사회의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우편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었다.
이후 전화와 편지로 사생활을 지키는 방식이 확장되었다. 편지야말로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사생활의 도구 아닌가.
앞서 말했듯 누구나 사생활이 있고, 이러한 사생활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 요즘 디지털 시대에 '사생활'이 주는 의미는 그 어느 시대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사생활은 나와 점점 거리가 먼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하고, 나만의 일상을 기록하려는 시도를 더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런 시간 자체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생활의 역사>를 통해 작가 데이비드 빈센트의 내공 있는 지식과 통찰을 알 수 있다. 물론 내용이 쉽지 않지만,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