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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 읽는 논어 - 삶의 순간마다 마주하는 공자의 지혜로운 가르침
안은수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점가에 고전 바람이 꽤 오래 불고 있다. 공자, 맹자 등 동양 철학자부터 쇼펜하우어, 니체 등 서양 철학자까지 삶의 방향을 고전에서 찾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했던 말임에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명언과 격언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에세이로 읽는 논어>(안은수 지음 / 미래북 / 2024)는 요즘 회사 생활로 특히 고민이 많은 나에게 쉼터 같은 책이다. 마흔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 헀건만, 나는 그 얄팍한 귀를 통해 들려오는 작은 유혹이나 꼬임에도 금방 넘어가고야 마는 나약한 존재다. 자존감이 낮아진 건지 요즘에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편하게 펼쳐든 <에세이로 읽는 논어>는 나에게 따뜻한 격려와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었다.
학창시절 한자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한문은 그저 옛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공자왈 맹자왈처럼 고리타분한 잔소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마흔 넘어서 다시 읽게 된 논어는 놀랍게도 삶의 지혜와 가르침이 가득한 인생 교과서였다.

보는 것은 밝은 것을 생각하고,
듣는 것은 슬기로운 것을 생각하며,
얼굴빛은 따뜻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모습은 공손할 것을 생각하며,
말은 진심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
일을 할 때에는 공경할 것을 생각하며,
의문이 있을 때에는 질문할 것을 생각하고,
분노가 일면 어려워질 것을 생각하며,
얻을 것이 보이면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요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자가 말한 이 아홉가지만 지키면서 살아도 제대로 사는 인생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밝은 것, 슬기로운 것, 따뜻한 것, 공손할 것, 진심, 공경, 질문, 어려워질 것, 올바른 것을 생각하며 사는 인생이 어찌 엇나갈 수 있겠는가. 논어에서 말한 이 아홉가지는 내년 다이어리 맨 앞에 써놓을 생각이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삶을 위한 핵심 가치' 다섯 가지이다.
첫째, 은혜롭게 베풀되 허비하지 않는다
둘째,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셋째, 하고자 하는 바는 있으나 탐하지 않는다
넷째, 크지만 교만하지 않다
다섯째, 위엄이 있으나 사납지 않다
겸손하고 중용을 지키는 균형 있는 삶. 나는 공자가 말한 '삶을 위한 핵심 가치'를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최선을 다하되 과하지 않고 으스대지 않고 부드럽게 사는 삶.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리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 조직 내에 리더가 바뀌면서 그 전에 생각하지 못한 '지혜로운 리더의 부재'를 절실히 깨닫고 있다. 있을 땐 모르다가 없어지니 느껴지는 현명한 리더의 자리. 공자가 말한 것처럼 '경청은 좋은 리더의 미덕'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냥 듣는 것과 경청은 다르다.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는 리더는 진정한 리더가 아니다.

형편없는 자의 기획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아야 하는 허탈감.
헛웃음이 나왔다.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뭔가 답답함이 계속되었던 게 바로 이 이유였구나. 일 못하는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허탈감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물 같은 사람인가, 산 같은 사람인가.
학창시절 시험문제로도 많이 나온 '요산요수'. 젊었을 땐 물을 좋아하고 나이가 들면서 산을 좋아한다던데, 나는 이제 물에서 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온 것 같다.
이 시점에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이 책은 나이대별로 챕터를 나누고, 각 챕터별로 '희로애락'을 나누어 각 주제에 해당하는 공자의 말을 작가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이 희로애락이고 매일매일이 희로애락이다. 속이 답답한 순간에 절묘하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다.

그렇다. 결국 답은 '내 마음 가는 곳이 정답이다'. 누구도 답해줄 수 없다. 결국 결정하는 것도 나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나이고, 끝까지 가야 하는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에세이로 읽는 논어>는 그저 옛날 사람의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인생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 속에 나침반이 필요할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