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 실패의 순간에 나를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
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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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왔지만 한동안 책을 멀리한 적도 있었다. 일명 책태기가 온 것이다. 다시 책을 읽으면서 과연 독서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가 생각해보았다. 분명 달라진 건 맞는데 뾰족한 포인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명쾌한 답을 알려주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

저자는 블로그를 한 지 19년이 된,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다. 나 역시 서평 블로그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책으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다른 분야, 가령 패션이나 맛집 소개 블로그와는 방문자 수의 단위가 다를 터. (내 블로그만?) 그런 분야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니 얼마나 콘텐츠가 풍성하겠는가.

이 책은, 회사 생활의 어려움으로 좌절의 순간에 빠졌을 때 독서로 인해 새로운 탈출구를 찾았던 저자의 이야기와, 힘이 된 추천책, 인플루언서의 독서법과 독서모임 등을 어떻게 해왔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나와 맞닿은 부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지인들에게 내 인생에만 적용되는 정답지를 수없이 들이밀었다.

사람들이 내게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답을 강요하던 나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인의 인생에 맞는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서로의 삶을 인정하는 법을 이제야 배워가는 중이다.

이 책은 기록하고 싶은 글이 참 많았다. 위의 문장들도 그러했다.

지인들의 연락이 뜸해진 이유가 '내 인생에만 적용되는 정답지를 그들에게 수없이 들이밀었기' 때문이란다. 딱 내 마음을 들킨 느낌이었다. 멋진 표현이다.

공무원이었던 저자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했을 때 겪었던 어려움은 워킹맘인 나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출산과 육아로 고통받고, 직장에서는 눈치를 보는 동안 엄마는 어디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런 저자의 마음에 책이 들어왔고 독서를 통해 모든 것을 극복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책 블로그를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성공한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으니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책장을 넘기면서 엄청난 노력의 흔적이 느껴졌다. 서평을 쓰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필사를 하고, 독서모임을 이끌고, 유료 에세이도 운영하고... 독서와 관련하여 이렇게 많은 분야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의 힘을 믿는 무수히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펴내고, 나와 같은 독자들이 그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목격한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손을 뻗게 되는 건 책이다. 희망을 발견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희망과 위로, 사랑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펼치는 데 드는 비용은 없다. 속는 셈 치고 읽는다고 손해날 일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위대한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 좋은 글을 써서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어떤 말로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책에 손을 뻗게 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책의 힘이다.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에는 저자가 어떻게 리뷰를 쓰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신기한 건 나와 쓰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것. (물론 여느 리뷰어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으나)

책을 읽다가 기록하고 싶은 글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블로그에 일단 저장을 해둔 후, 나중에 한번에 정리하는 방식말이다. 괜히 더 반가웠다.

리뷰를 '삶의 주도권을 남의 손에 넘겼던 사람이 나만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눈치만 보던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이야기'라는 표현에 가슴 한켠이 찡해졌다. 책을 읽고 온전히 나의 스타일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글로 꺼내는 이야기. 저자의 표현을 보면서 내게 책 리뷰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있는 시간을 가졌다.



챕터마다 소개된 추천도서들은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 '이럴 때 이런 책' 식으로 저자가 추천한 북큐레이션이다.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다. 과연 나에겐 어떤 힘을 줄지 기대하면서 한 권씩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고 왜 기록을 해야 하는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답변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저자는 책을 읽고 난 후 어떤 방식을 거치든지 자기화를 거쳐 한 줄 메시질르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겠다고 권한다.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고난 직후에는 기억저장소에 잠시 머무르지만, 일상으로 돌아오거나 또 다른 책을 읽다보면 그 기억은 사라지니까 기록이 중요하다는 말.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독서 활동을 알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삶에 대한 저자의 당당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에너지 레벨을 먼저 살피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

그리고 그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저자가 그랬듯 나 역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수많은 책들도 단단해진 삶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나 역시 그 에너지를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어느새 책 권태기는 사라지고,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을 한 권씩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게 바로 책의 힘, 글의 힘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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