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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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상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혼밥족, 혼술족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이제는 일상어가 되었다. 마트에 가도 혼자 요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이 포장되어 나오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사람 간의 대면 접촉도 줄어들어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SNS가 더욱 활성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갈등의 시기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 곳곳에 갈등의 씨앗이 보인다. 자기 중심적인 자들이 지도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또 젠더 갈등, 세대 갈등 등 혼란은 점점 가중화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초래된 이상 기후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갈등으로 결국 멸망 가까이 이른 인류가 대안으로 마련한 세계가 등장한다. 세계는 중앙과 외곽, 두 곳으로 나뉘어진다. 중앙의 사람들은 버블이라는 곳에 거주하는데 버블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안락한 공간이다. 집의 확장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눈을 뜨고 상대방을 보아서는 안 된다. 타인과의 접촉은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타인과의 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소설의 배경이 미래이거나 판타지라도 독자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이러한 세계를 접하면서 지금 추세로 가다가는 정말 이러한 세계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철저히 분리된 개인의 공간 버블이 있는 중앙에 머물 것이냐, 아니면 여러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는 외곽으로 갈 것이냐? 이는 저자가 독자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사람 때문에 힘들다.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각종 흉악 범죄와 여러 사건, 사고를 보면 치가 떨린다. 회사에 다니고 여러 사람을 접하면서 사람 때문에 지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 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혼자 살 수는 없으니 최소한의 관계만 맺는 온라인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분명 어떠한 사람은 이 책의 중앙 세계에서 살고 싶어 할 것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그래도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고 생가하기도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의 전개도 적당하게 빠르고 흥미로운 사건과 반전이 등장하기도 한다. 흡입력이 있어서 한번 책을 잡으면 놓지 못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아서 좋기도 했다.

*이번 서평단에 참여하면서 작가가 공개되지 않아 유추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누구일까? 일부러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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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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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하지만 그러한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과거의 어떤 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때가 행복했기 때문일까? 사실 대부분 후회가 될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30대 직장인이다. 바쁘게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에게는 어떠한 일들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한 그가 우연히 한 칵테일바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칵테일을 마시면서 과거 어떠한 시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이다. 주인공이 어떠한 시기로 가는지, 그리고 그곳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스포일러가 되기에 여기서 자세히 밝히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연령대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차이가 클 것 같다. 독자가 청소년이라면 흥미있는 소재라고 여기며 몰입할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후회가 되거나 아쉬웠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청소년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 듯하다. 우리에게는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과 감정을 느꼈던 시기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감정을 느꼈다. 나는 주로 주인공과 같은 위치에 있었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에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물이 많다. 배경이 판타지이든 무협 세계이든 이 시대이든 주인공이 후회가 되는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를 바꾸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만큼 우리에게 후회가 되거나 아쉬운 일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이 책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123쪽
돌아갈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을까요? 어제는 오늘의 과거입니다. 내일의 과거는 오늘이지요. 내일은 그다음 날의 과거가 됩니다. 우리는 늘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니, 오늘 뭔가를 한다면 내일이 바뀌지 않을까요? 과거는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일매일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이 주는 울림이 컸다. 결국 오늘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않을까? 이 책을 꼭 한 번쯤은 읽어 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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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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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가 쓴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는 너무나 유명한 동화라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데르센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 16편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다. 동화의 내용과 함께 각 동화 속의 몇 가지 명문장들을 영어와 한국어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도 있지만 낯선 동화도 있고 알더라도 잊고 있었던 동화도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안데르센의 삶에 대해서도 동화와 관련하여 잘 설명하고 있는데 안데르센이 이 동화를 쓰게 된 배경이 나타나기에 각각의 동화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도 있다.

동화는 짧고 단순하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속에 삶의 진리가 담긴 경우가 많다. 특히 안데르센의 동화 속에 그러한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안데르센이 세게적인 동화작가인지 납득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재미도 있었다. 동화의 내용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할 만한 내용도 나타나서 좋았다. 그리고 핵심적인 문장들을 영어와 한국어로 만나볼 수 있어서 조금 더 작품과 친밀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또 안데르센의 불우한 삶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던 모습을 접하면서 위로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장벽을 마주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안데르센의 삶과 이야기를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사회를 꼬집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또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즐거우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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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평등 민주주의 정치연구총서 3
권혁용.엄준희 지음 / 버니온더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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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평등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라고 하면 막상 쉽지 않다. 뉴스를 보고 여러 정보를 접해도 막상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책은 불평등한 한국의 현실을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 쉽고 간단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114쪽
한국 국회는 유권자보다 고학력이고 나이가 많으며 압도적 다수가 남성이고 명문대 출신이 지배적이며 재산이 많은 정치인과 법조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글을 읽거나 영상으로 이 사실을 접하지 못하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로 구성된 국회에서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 책은 이외에도 한국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인 통계자료에 근거하여 제시한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바로 저소득층이 복지정책을 지지하지 않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는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경상도나 전라도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기는 했다. 그런데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제외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눈에 띄는 부분은 저소득층의 투표율이 낮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비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것인지 정치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투표도 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밖에도 이 책에서는 문제가 있는 선거제도와 상대적으로 정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저소득층의 상황도 언급된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분명 좋은 점도 많다. 세계 최고의 치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한국에서 사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가? 출산율은 최저이고 이혼율, 자살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다. 서민들은 정말 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이러한 책을 읽고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투표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나를 위해 일하는지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기도도 내가 신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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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길을 찾다 - 장아람재단 최호준 자서전
최호준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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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이야기는 고리타분하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대의 변화 속도가 급속도록 빨라지면서 나이 든 사람들의 지혜는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자 하기보다는 잔소리로 여길 때도 많고 세대 간 갈등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사람의 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경청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서 꼰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고 배우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꼰대가 되는 것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간다면 꼭 배울 것이 있다는 공자의 이야기처럼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

이 책은 배울 것이 많은 한 어른의 자서전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 책의 저자인 최호준님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책의 소개글에 장아람재단으로 장애인들을 돕는다는 이야기만 보고 흥미를 느껴 서평단을 신청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해서 산 것은 아니었다. 이 책에는 그의 가정사와 일본에서의 생활, 대학교수로, 총장으로, 학교를 운영하며, 재단을 세우며, 겪었던 여러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크리스천이며 나름의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삶을 살아왔다. 보통 기독교인하면 고지식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는 학생 운동도 했으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학교를 운영할 때는 우리 교육에 던지는 시사점도 보였다.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자신이 한 일을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어쩌면 부끄러울 수 있는 자신의 가정사도 솔직하게 오픈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최근들어 자서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유망한 정치인들이 주로 자신의 정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이러한 책들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어떤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책을 펴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책을 읽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욕심이 없는 그야말로 깨끗한 사람이었다. 그가 걸어온 행적이 바르고 곧아서 배울 점도 많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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