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최소한의 지식 2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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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직후의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생명에 필요한 재료는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의 세계를 구성하는 원소들 또한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별은 많은 일을 해냈다. 별의 내부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과 온도 속에서 핵융합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숨 쉬는 산소, 몸을 이루는 탄소, 피 속을 흐르는 철과 같은 원소들이 탄생했다.

거대한 별은 마지막 순간 초신성으로 폭발하며, 자신 안에서 만들어낸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먼지처럼 흩뿌린다. 그 먼지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별과 행성, 그리고 결국 지구와 생명이 태어났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별의 죽음으로 태어난 ‘별의 먼지’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 하나하나는 한때 별의 중심에 있었던 것들이며, 어떤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생명과 우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화학 원소들의 생성과 결합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 책은 화학 현상을 통해 우주의 시작에서 생명의 탄생, 인류 문명의 형성과 산업, 나아가 미래까지를 ‘물질’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연결한다. 우리는 우주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물질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 어떤 학문의 이론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물리나 화학처럼 기호와 공식이 가득한 학문을 알지 못해도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왜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과학적 이론을 연구하고, 물질의 원리를 밝혀내려 애써왔을까.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의 방식 대부분은, 알지 못했다면 도달할 수 없었을 해답들이 과학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적 개념을 이해하는 일은, 알기 전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원자와 원소의 결합과 생성, 화학 평형과 반응이라는 개념들을 우주와 지구, 생명과 문명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풀어내며 100가지 물질을 통해 화학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모든 물질은 서로 반응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 속에서 공존한다. 화학은 결국 관계와 균형의 학문이다. 그리고 그 균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세상을 다루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 또한 엿볼 수 있다.

AI가 수많은 가능성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시대에도, 현실을 구성하는 것은 여전히 물질이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며, 그 중심에는 물질에 대한 이해, 즉 화학적 사고가 있다. 이 책은 화학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별에서 시작된 원자는 생명이 되고, 문명이 되며,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물질 속에, 화학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다.

책을 덮고 나니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더 이상 아름답기만 한 풍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화학의 언어를 통해 별을 이해하는 순간, 그 별은 세상이 만들어지고 인간이 존재하게 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의 증인이 된다. 아름다움은 경이가 되고, 감상은 사유로 확장된다.

화학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책은 인간의 과학적 증명을 통해 환경오염과 같은 시대적 난제 앞에서, 우리가 다시 균형을 배울 수 있는 길이 화학 안에 있음을 말한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선의 화학이 이 책안에 있다.

#세상을이해하기위한최소한의화학 #화학 #북스타그램 #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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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위의 가마괴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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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어떤 기대를 품게 된다.
설계자에 의해 치밀하게 짜인 견고한 서사,
영화처럼 그려지는 드라마틱한 장면들,
그리고 점점 고조되는 긴장 끝에 도달하는 클라이맥스.
마지막에는 인과응보가 분명히 작동하고,
주인공은 상처를 통과한 뒤 다시 삶을 이어간다.

이 모든 요소가 한 권의 장편소설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묘한 희열을 느낀다. 어쩌면 그 희열은 이야기를 완성해낸 작가의 에너지가 독자에게 그대로 전이된 감각일지도 모른다.

강지영의 『기린 위의 가마괴』는 바로 그 기대를 정확히 충족하면서도, 기대에만 안주하지 않는 소설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독특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빠르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기린 모자와 까마귀라는 상징적 장치, 그리고 도시를 둘러싼 의식과 전설은 이야기에 묘한 판타지적 균열을 만든다. 이 현실과 환상의 겹침은 한 편의 범죄 영화를 보듯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만들어내면서도, 곳곳에 배치된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호흡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덕분에 독자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임에도 끝까지 몰입하며 읽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과정에서 촘촘하게 배치된 ‘인연의 고리’들이다. 인물들은 무작위로 등장하는 듯 보이지만, 정확한 시점마다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며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과거와 현재, 개인의 상처와 도시의 균형이 맞물리며 하나의 구조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독자는 그 연결이 완성될 것을 직감하면서도, 다음 장면을 넘기기 전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기대했던 클라이맥스는 영화적 장면처럼 긴박하게 펼쳐진다. 이 소설이 단순한 액션이나 서스펜스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위기의 순간마다 인물들의 얼굴과 선택이 또렷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폭력을 끊기 위해 폭력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도시를 떠받친다.

『기린 위의 가마괴』는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사회 속 개인들의 역할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완성되는 일은 없다는 이 모순적인 진실은, 사회 안에 결코 하찮은 위치란 존재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러한 메시지는 책 속 한 문장으로 오래 남는다.
“돕지 않을 때는 이유가 있지만, 도울 때는 이유가 없어. 그냥 하는 거지.”

망가진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강지영은 거창한 영웅 서사 대신, 눈에 띄지 않는 역할과 책임, 그리고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을 통해 그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 남는 감정은 통쾌함만이 아니라, 묘한 여운과 생각의 잔상이다.

『기린 위의 가마괴』는 잘 만들어진 서스펜스이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비틀어 비추는 거울 같은 소설이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독자는 어쩌면 이미 어딘가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인물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회적 모순을 바탕으로 개성 강한 인물들과 신선하고 독특한 설정을 결합한 이 소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로운 장면들을 펼쳐 보인다. 그 속에서 가족과 이웃, 사회와 정의, 그리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역할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단순한 오락적 서사를 넘어, 우리가 어떤 세계를 지탱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작품이다.

#기린위의가마괴 #장편소설 #한국소설 #북스타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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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 - 김삼환 목사의 나누는 삶, 섬기는 사랑에 대하여
은파기념사업회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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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의 사회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세계 곳곳의 굶주림과 결핍을 상당 부분 완화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하루를 살아낸다는 일은 여전히 당장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풍요로움으로 채워진 듯 보이는 나라들 안에서도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두가 불평등 없이 잘사는 사회는 어쩌면 유토피아에 가까운 이상일지도 모른다. 사회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그 구조 안에서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누군가는 생겨난다. 그렇다면 ‘나눔’은 일시적인 선의나 특별한 미덕이 아니라, 이 불완전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되어야 할 실천적 행위에 가깝다.

누군가를 돕는 선택은 특정한 신념의 증명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는 한 사람이 선택해 온 삶의 태도가 어떻게 공동체의 움직임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김삼환 목사 개인의 종교적 위치나 교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는 별개로, 이 책이 담고 있는 ‘행위의 기록’ 자체는 분리해서 읽을 수 있다. 개인과 공동체가 나눔을 실천해 온 구체적인 장면들을 통해 우리 역시 나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삼환 목사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결핍의 연속이었다. 그는 그 결핍이 있었기에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의 결핍이 어떻게 타인을 향한 감각으로 전환되었는지를 따라간다.

에티오피아 MCM 병원 설립, 캄보디아 교육관 건립,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 등 다양한 사례들이 이어진다. 나눔을 향한 한 번의 선택과 한 번의 결단이 또 다른 선택을 낳고, 그렇게 이어진 작은 움직임이 결국 더 큰 흐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이고 이기심이 만연한 사회에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나는 10년 넘게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하루 만 원이 없어도 내 생활은 이어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그 만 원은 생존의 문제이자 삶을 이어 가는 마지막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한 나눔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크기를 키워 갔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결단이기 이전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나 역시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 속에서 살아왔고, 인간은 사회 안에서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나눔은 선의를 증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보수와 진보, 종교와 비종교를 가르기보다
'지금,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이 단순한 기준이 오히려 오늘날에는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윤리가 되었다.

어떤 신념을 넘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사용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갈 것인가.

작은 물결처럼 보이는 선택도 시간이 지나면 파도가 된다.
나눔 역시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오늘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이로운 힘을 지닌 책이다.

#작은물결이파도가되어 #에세이 #현암사 #북스타그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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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의 바다 그늘 중편선 2
윤신우 지음 / 그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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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떠한 시간이든 단 한 번만 지나올 수 있다. 과거라는 것은 그 속성 자체로 이토록 견고해, 되돌리거나 다시 살아볼 수 없다. 누군가가 당신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돌려받지 못할 영원한 한 순간을 내어주는 것. 그렇기에 인간에게 있어 이 단 한 번의 시간들 속에 머무는 삶이란, 인연이란 더없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무엇이다.

이것을 깨닫는 지점은 각자에게 다르지만, 그것을 본질이라 부른다면 인간이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삶이기도 하겠다.

『이름들의 바다』에는 바다를 닮아, 바다처럼 깊은 인물 해수가 등장한다. 그녀에게는 사람을 깊이 있게 느끼고, 그 온도를 몸소 느끼는 감각이 있다. 우리 각자에게도 어쩌면 그녀와 같은 예리한 감각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혹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끌어안기도 하면서 삶은 채워진다.

기억은 참으로 모호하여,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의 구분조차 실제와는 다르다. 잊고 있었다고 여겼던 기억들이 불현듯 어제 일처럼 되살아나기도 하고, 반대로 알고 있었다고 감각했던 것들은 어느덧 무뎌져 처음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 되기도 한다.

어떤 시간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비록 아주 사소한 장면의 파편일지라도, 잊지 않았다는 의식은 자신을 이루는 온전한 매개가 된다. 한 번도 그것들을 보고, 듣고, 알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의식은 그렇게 자신을 이룬다.

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고, 내게 이름이 있듯 우리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고유함이 있다. 같은 이름이라도 어떤 이의 얼굴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우리가 온전한 자신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이름 이상의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실마리들만으로는 한 사람을 느끼기에 턱없이 부족해, 어쩌면 그 누구도 끝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 무력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이라면 어떨까. 자신조차 온전히 알 수 없어, 알 수 없는 또 다른 누군가를 붙들고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것 역시 삶일 것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알아본다거나 구원한다는 일은 어쩌면 터무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불가능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고민이며, 끝내 열리지 않는 문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그리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아름답고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이름들의 바다』는 끝내 스스로를 품고 나아가 타인까지 품을 수 있는 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의 시간을 살아내고, 단 하나의 이름을 지닌 아름다운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특별한 소설이다.

바다처럼 깊고 짙은 꿈의 무의식과 현재가 맞물려 하나의 바다를 이룬다.
그 바다에서 우리는 오래, 조용히 유영한다.
그것이 어떤 온도와 깊이를 지닌 바다인지 가늠해보며.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바다를 결국 마주하게 되리라는 예감 속에서.

#이름들의바다 #한국소설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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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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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통계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당신은 확률을 얼마나 믿는가?

이러한 수학적 기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보다는 적용되었을 때 더 나은 선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는 동의하게 된다. 예컨대 어떤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2%라고 제시되는 경우와 0.01%라고 말해지는 경우는, 그 수치의 크기만으로도 개인의 판단은 물론 사회 전체의 불안과 대응 방식까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숫자는 실제로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판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정확한 수치를 도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더 많은 데이터, 더 정교한 모델, 더 과학적인 분석이 있다면 불확실성은 제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직관과 객관》은 이 익숙한 기대에 제동을 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어떻게 사고하고 결정할 것인가이다.

책에서 인용되는 버락 오바마의 말은 이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늘 확률을 따져야 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확률이 70%, 어떠한 방안이라도 택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확률이 55%, 의도한 대로 정확히 해결될 확률은 0%였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효과가 전혀 없을 확률은 30%,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확률도 15%나 되었다.”

이 숫자들 앞에서 명확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미뤄질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역시 하나의 결정이며, 그것 또한 확률을 가진다. 통계나 확률, 수학적 이론이 결론을 대신 내려주지는 않는다. 데이터는 판단을 돕는 도구일 뿐, 책임을 대신 져주지 않는다.

《직관과 객관》은 다음 세 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과학적 관점을 유지하며 증거를 수집할 것. 신중함을 잃지 않되, 세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인정할 것. 그리고 정보가 불완전하더라도 행동해야 함을 받아들일 것. 이는 확신을 요구하는 태도가 아니라, 확신이 부재한 상태에서 어떤 사고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저자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성급한 결론에 매달리는 존재임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표본의 크기를 무시하고, 인과와 상관을 혼동하며, 작은 숫자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 직관은 빠르지만 자주 우리를 속인다. 숫자가 만능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숫자 역시 그것을 해석하는 인간의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말하는 ‘객관성’은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고, 확신을 유보하며, 숫자 뒤에 놓인 인간과 맥락을 함께 고려하려는 접근이다. 도구적 이성이 모든 것을 계산 가능한 대상으로 환원하려 할 때, 저자는 인간을 향한 고려 없이는 어떠한 사회적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직관과 객관》은 통계를 잘 다루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일상의 문제들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유쾌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동시에 이론을 넘어, 불확실한 세계에서 사유하는 인간으로 남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려 깊은 안내서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은 제거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우리가 끝내 살아가야 할 조건이다. 그 조건 앞에서 생각을 바로 세우고, 최선의 선택지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보 과잉시대에 우리가 어떤 태도로 질문 앞에 서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무척 흥미로워 책에 재미를 더한다. 새로운 관점을 다각도로 발견할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직관과객관 #확률과통계 #북스타그램 #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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