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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 - 김삼환 목사의 나누는 삶, 섬기는 사랑에 대하여
은파기념사업회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평점 :
분명 오늘의 사회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세계 곳곳의 굶주림과 결핍을 상당 부분 완화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하루를 살아낸다는 일은 여전히 당장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풍요로움으로 채워진 듯 보이는 나라들 안에서도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두가 불평등 없이 잘사는 사회는 어쩌면 유토피아에 가까운 이상일지도 모른다. 사회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그 구조 안에서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누군가는 생겨난다. 그렇다면 ‘나눔’은 일시적인 선의나 특별한 미덕이 아니라, 이 불완전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되어야 할 실천적 행위에 가깝다.
누군가를 돕는 선택은 특정한 신념의 증명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는 한 사람이 선택해 온 삶의 태도가 어떻게 공동체의 움직임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김삼환 목사 개인의 종교적 위치나 교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는 별개로, 이 책이 담고 있는 ‘행위의 기록’ 자체는 분리해서 읽을 수 있다. 개인과 공동체가 나눔을 실천해 온 구체적인 장면들을 통해 우리 역시 나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삼환 목사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결핍의 연속이었다. 그는 그 결핍이 있었기에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의 결핍이 어떻게 타인을 향한 감각으로 전환되었는지를 따라간다.
에티오피아 MCM 병원 설립, 캄보디아 교육관 건립,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 등 다양한 사례들이 이어진다. 나눔을 향한 한 번의 선택과 한 번의 결단이 또 다른 선택을 낳고, 그렇게 이어진 작은 움직임이 결국 더 큰 흐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이고 이기심이 만연한 사회에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나는 10년 넘게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하루 만 원이 없어도 내 생활은 이어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그 만 원은 생존의 문제이자 삶을 이어 가는 마지막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한 나눔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크기를 키워 갔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결단이기 이전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나 역시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 속에서 살아왔고, 인간은 사회 안에서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나눔은 선의를 증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보수와 진보, 종교와 비종교를 가르기보다
'지금,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이 단순한 기준이 오히려 오늘날에는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윤리가 되었다.
어떤 신념을 넘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사용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갈 것인가.
작은 물결처럼 보이는 선택도 시간이 지나면 파도가 된다.
나눔 역시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오늘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이로운 힘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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