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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갈 용기, 멈춰설 자유 - 영국 이민 19년, 크레타에서 쓴 인생노트
류두현 지음, 키미림 그림 / 미다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삶에는 때때로 무모함이 필요하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그 불확실성만큼이나 우리의 가능성 또한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가능성을 믿고 과감하게 나아가기 쉽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는 점점 어려워진다. 체력도, 환경도, 이미 쌓아 온 삶의 구조도 우리를 신중하게 만든다. 특히 중요한 선택일수록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 더 많은 망설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한 망설임의 경계에서 저자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늦은 30대에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향한다. 익숙한 삶의 궤도를 벗어난 선택은 당연히 순탄하지 않았다. 낯선 사회에서 마주하는 문화적 차이와 예측하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때로 불안하고 고단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는 예상치 못한 기쁨과 성장 또한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많은 시간은 치열하게 움직이며 지나간다. 그때는 그저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바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과정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에게 영국에서의 19년은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긴 여정 끝에서 또 한 번의 선택을 한다. 사업을 정리하고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며, 인생의 또 다른 장을 향해 크레타 섬으로 향한다.
크레타에서의 시간은 저자에게 지나온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바다와 햇빛, 고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풍경 속에서 자신의 과거와 선택들을 마주한다. 빠르게 달려온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삶에서 겪어 온 시행착오와 고민,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저자는 진솔하게 풀어낸다.
삶의 선택은 언제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결정이 옳았는지 판단하는 일 역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우연과 관계,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인생은 더욱 흥미롭고 가치 있는 여정이 된다. 실패와 좌절 또한 그 길 위에서 자신을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완벽한 계획이나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 때로는 낯선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삶을 새로운 장면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이다.
크레타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여행의 순간들은 읽는 이에게 잔잔한 설렘을 더한다. 바다와 마을, 역사적인 장소들을 거닐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그 여행의 중심에는 풍경과 더불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가 자리한다.
하나의 나침반처럼 느껴지는 이 진솔한 이야기는 익숙한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을 때, 혹은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고 있을 때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떠남과 멈춤은 서로 반대되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둘은 같은 방향을 향한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끝과 시작은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이다. 삶이 여전히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음을, 그리고 그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아름다운 용기를 이 책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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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midas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