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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오현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6년 6월
평점 :
이 소설은 잊힌 이름들을 다시 불러낸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 한 명쯤은 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함께 웃었던 친구들, 늘 반갑게 맞아 주던 이웃, 세상을 가르쳐 준 선생님,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 준 가족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있었기에 평범했던 하루는 추억이 되었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열두 살 소년 수동이에게 갑자기 찾아온 낯선 남자 ‘아재’. 처음에는 의심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지만, 수동이는 그와 함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배워 간다. 들판의 바람을 느끼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바라보며 평범한 풍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익혀 간다. 이 소설은 성장이란 한 사람을 만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임을 아이의 시선을 통해 따뜻하게 보여 준다.
에피소드마다 공동체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같은 마을의 이웃들은 서로의 이름을 서슴없이 큰 소리로 부르고,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걱정하며 살아간다. 미워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끝내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 지금처럼 개인의 삶이 우선이 된 시대에는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워 더욱 애틋하고 정겹게 다가왔다.
나 역시 1980년대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전화 한 통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먼저 닿던 시절이었다. 엄마를 부르고, 친구를 부르고, 골목 끝에서 이름을 크게 외치면 누군가는 골목을 돌아 반드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주었다. 지금은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그렇게 큰 소리로 불러 보는 일은 점점 사라졌다. 편리함은 가까워졌지만, 사람의 존재를 선명하게 느끼는 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수동이가 목이 터져라 “아재!”를 외치는 순간과,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마을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과의 재회. 그 부름은 잊고 지냈던 기억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린 시절을 향한 인사처럼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재』는 한 사람의 존재가 다른 사람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이야기다. 책을 덮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어린 시절의 소중한 이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그들에게 오래전부터 전하지 못했던 진심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내 어린 시절은, 당신 덕분에 더 아름다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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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book_n_design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