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
로렌스 W. 리드 지음, 전현주 외 옮김 / 지식발전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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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았을때는 경제학이나 국자제도를 비판하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사회주의에 대한 광활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며 사는 나의 입장에서 사회주의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관심이 없었고,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할 생각도 없었다. 심지어 나는 사회주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나는 사회주의의 이론적인 개념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원론적인 이야기로 사회주의는 유토피아와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훌륭한 이론이 결국 인간의 탐욕에 의해 독재로 이어졌고 때문에 실패한 체제가 되었을 뿐, 정말 청렴한 국가원수가 있었다면 이상적인 국가가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러한 오해들이 모두 뒤집히게 된다. 사회주의에서 통제와 종속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생산수단의 공동소유를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강제성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국가의 무력이 동반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통제와 독재가 없는 사회주의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우리는 사회주의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음에도 '사회주의가 도대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사회주의자들은 하나의 사회주의 국가가 실패할떄마다 '우리가 생각했던 사회주의는 이것이 아니다'라며 부정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사회주의 국가를 모두 부정하고 나면 도대체 사회주의란 무엇일지 모호해지기만 할 뿐이다.


책에서는 이 이유를 인간의 본성 혹은 특성에서 찾고자 한다. 인간의 탐욕과 시기심은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을 자극하고, 사회주의는 얼핏 이 유토피아를 실현한 것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많은 사회주의 지지자들은 성공적인 스토리만 있으면 그것을 사회주의의 실현이라며 의도를 벗어난 과대해석을 함으로써 사회주의를 좋은 것으로 포장한다.


이 책은 명확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기본적인 줄기는 보인다. 바로 '사회주의는 결국 실패한 체제'라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가진 단점도 있지만, 자본주의의 혜택이 너무도 명확하기 떄문에 사회주의는 결국 자본주의에 밀려 실패했다. 그런데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자본주의가 가진 작은 단점을 극대화하여 자본주의는 잘못 된 것이며 사회주의야말로 우리의 행복을 실현해줄 것이라 주장한다. 때문에 사회주의는 실패임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써, 사회주의 국가로 분단된 형제를 가진 사람으로써 한 번쯤 사회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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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는가 - 6인의 위대한 AI 석학이 조망하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뉴 사이언티스트 외 지음, 김정민 옮김 / 한빛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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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경합 이후로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나에게 딱 알맞은 책을 이제야 찾았다. 너무 전문적인 과학서적을 이해하기엔 사전지식이 부족하고, 알파고에 국한된 정보보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원하는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 과학기술 주간지인 뉴 사이언티스트에서 6명의 AI 전문가를 통해 인공지능 개발의 시작점부터 현재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을 통한 방식의 인공지능, 그리고 인공지능 가져올 미래의 모습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책 한권에 담아 한권을 읽고나면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또한, 책을 읽으며 인공지능과 관련된 내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1. 내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범위는 무엇인가?

알파고가 한창 이슈였을 당시, 방송에서는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다. 그런데 그러한 방송을 볼수록 '저건 인공지능이 아닌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이런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 보통 "알파고가 인공지능이 아니라고? 그럼 네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도대체 뭔데?"라는 반문이 돌아왔는데, 막상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명확하게 내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어떠한 것이지 제대로 정의내릴 수 없었고, 결국 흐지부지 답변을 흐리곤 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알파고와 같은 현재 활발하게 개발중인 인공지능은 보통 머신러닝 방식으로 작동된다. 나는 이러한 머신러닝은 결국 계산이 아주 극적으로 빨라진 컴퓨터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1초에 경우의 수를 3개 밖에 계산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1초에 50개의 경우를 수를 계산하듯이 그저 처리 속도가 빨라진 것 뿐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기계가 '지능을 갖추었다'면 단순한 계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응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체스를 가르친 뒤에 장기를 두게 하려면 다시 장기를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지능을 가진 인간은 다르다. 물론 체스와 장기가 완전히 동일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규칙을 배워야 하는것은 기계와 동일하지만 체스를 배우면서 배운 전략을 장기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지능을 가진 것'이 아닐까?



2. 기계가 가진 창의력을 인정할 것인가

책을 읽으며 놀랐던 부분 중 하나가 현재 기술로도 기계가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방법인데,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짜집기하여 이야기를 만든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활동을 기계가 한다는 것이 '창작활동은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너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럼 이처럼 기계가 행하는 창작활동에도 '창의적'이라는 단어가 붙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정의에 대한 생각처럼 나는 이것이 창의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결국 모인 데이터 밖의 이야기는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창작활동에는 간혹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 톨킨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톨킨은 호빗, 엘프, 드워프 등 현대 판타지 세계관의 대부분을 창조한 작가이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이렇게 사람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던 개념을 새로 창조할 수는 없다. 기계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을 본보기로 하는 것이 인간이 만드는 인공지능의 최종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의 인공지능은 창의력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3. 가장 먼저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는?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 년전부터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구글에서는 이미 실용화를 위한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거나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차량이 개발되고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이다. 이미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었기 때문에 화제성 측면에서 충분히 성공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곧 자율주행차량이 실용화 될 것이고, 이것이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오히려 자율주행차량의 실용화는 현재 단계에서 아직 어려운 일이라 이야기한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아직 '추론'을 할 수 없다. 즉 차의 뒷부분으로 사람이 사라졌다면 보통 인간의 뇌는 곧 이 사람이 차 뒤편을 지나쳐 반대쪽으로 나타나겠구나라는 시각정 정보해석을 통한 추론을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아직 이러한 추론을 불가능하고 그렇기때문에 차 뒷편을 지나가는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후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단순히 신호만 인식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보다는 좀 더 단순한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먼저 실용화되지 않을까?

나는 책에서 제시한 의료분야에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상용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단순히 질병을 검사하는 정도라면 현재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한 상태며, 인공지능이 질병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의사가 다시 한 번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의료분야에 보조적인 역할이라면 빠르게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을까?

파파고와 같은 통번역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속도 때문에 이 분야에서 실용화가 가장 먼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아직 인공지능의 번역이 대화상황이나 문화적차이를 반영한 의역은 아직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번역 분야에서도 아직은 한계가 크지 않을까싶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를 내새우고 있으나, 단순한 지식전달에서 끝나는 책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인공지능의 발전, 기계의 발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거라는 공포에 떠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공포는 결국 인공지능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있지 못하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단순히 그 자체로 신기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계의 발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기계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제대로 생각을 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에 대한 조언을 제시하는데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한번쯤은 읽고 생각하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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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지금의 인공 지능은
범용적인 만능 지능이라는 원래의 뜻을 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습니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한 사람의 행복 실천법
다카다 아키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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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우울증이라고 착각하여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기도 하였는데, 약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뒤로 좌선 등 스스로의 기분을 다스를 방법을 찾다가 예민한 기질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p.29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남들과 이야기 하다가 '혹시 이 사람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나는 항상 사서 불안해했고, 사람들과 헤어진 뒤에도 '날 불쾌하게 생각했으면 어쩌지?'하며 걱정했었다. 상대의 안색만을 살피며 살아왔던 것이다...p.32 예민한 사람은 거절을 진짜 못한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충이기도 하다...p.114 주위 사람의 감정 변화를 살피는 일은 예민한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심의 감정이 항상 남의 감정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내 삶에 내가 없고 남만 있는 경우다. 그러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어릴때부터 스스로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나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남들과 달리 금새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다. 왜 나는 이렇게 소심한거지? 나는 왜 대범하지 못하지?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는거지? 라는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남들처럼 되고자 스스로를 부정하고 속이면서 생활해왔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며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서글펐고, 사람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내 모습을 꼭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 자신을 인정하는 방법을 찾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것 같다.


<p.64 예민한 사람은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된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힘겨워한다. 예전의 나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과 남을 속이며 살았었다. 자극으로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혼자서 여유롭게 쉬는 것이 가장 좋다.>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 남들이 눈치재지 못하는 것을 눈치채거나 혹은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이상함을 캐시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쉽게 지친다. 이전에는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혼자만 지치다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허약하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느낌 때문에 스스로가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휴식없이 억지로 남들에 맞춰 스스로를 혹사하다보니 어느새 한계가 찾아왔다. 한계에 다다르면 더이상 뒤집어쓴 사회적인 가면을 유지할 힘이 없었고, 가면이 벗겨지며 후회할 일들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회사생활에서 특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아무래도 팀의 막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쓰고 눈치볼 일이 많아 하루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래서 퇴근할 즈음에는 내 정신력을 모두 소모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여유롭게 쉬면서 저녁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 나에게 남들은 "도대체 혼자 무슨 재미야?" 혹은 "그렇게 지내면 인생이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지 않아?" 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처음에는 이런 말에 상처를 받았으나, 이제는 내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이상 남들의 말에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p.68 예민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서로의 역할이 분명한 관계나 이후에 만날 일이 없는 상대와는 관계를 트는 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능숙하게 대하기까지 한다.>


나는 어느정도 친한 사이보다 차라리 전혀 남남인 관계가 마음이 편할 때가 있다. 어느정도 친한 사이가 되면 타인들은 불쑥 거리를 좁혀오곤 하는데 예민한 나에게 그것은 계속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정도의 거리가 적당한 것인지 잘 가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의 거리를 신경쓸 필요가 없는 타인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예민함을 조금 내려놓았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우선인 존재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소중한 친구사이에는 나보다 타인을 우선시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는 사이에도 이타적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부담을 갖기 않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타인에게 받은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이정도 친하게 생각하면 나도 그를 똑같이 친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타인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면 나도 그만큼 그를 소중하게 여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 사람을 살피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마음 가는대로, 타인이 주면 주는대로, 주지 않으면 주지 않는대로, 꼭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음으로써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예민한 기질은 타고나는 특성인만큼 평생 나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음가짐을 달리함으로써 내 예민함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기긍정감이 바탕이 되어야 마음가짐을 바꿀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나와 같은 예민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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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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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이다. 그가 땅끝마을 해남까지 걷기 완주를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내용 또한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걷기'를 주제로 그가 어떤 글을 풀어내었을지 궁금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이, 역시 하정우는 말을 잘한다, 였다. 인터뷰 영상을 볼 때마다 하정우가 참 말을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매끄러운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가 말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해남까지 완주하면서 걷기가 주는 즐거움에 빠졌고, 친구들과 걷기 모임을 만들어 서로를 응원한다. 이 책은 심오한 주제를 다룬 것도 아니고, 하정우의 배우로서의 인생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평이한 글이다. 그런데 그 속에 내가 잊고 지냈던 삶의 깨달음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래서 읽고나서 글귀들을 정리하면서 가볍게 읽은 책이지만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봄날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p.26 많은 사람들이 길 끝에 이르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우리가 길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그러나 이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p.47 무리한 단식과 절식 없이 내 몸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것, 이것이 내가 권하는 걷기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p.119 삶을 올바로 지탱하는 법을 알았더라면 더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p.148 물론 그냥 물을 한꺼번에 붓고 팔팔 오래 끓여도 북엇국은 완성된다. 하지만 뽀얀 국물을 제대로 내려면 시간을 좀 더 들여서 들기름에 볶고 물을 조금씩 추가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p.225 한동안은 그것을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줄였다가 키웠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소리가 아니라 다름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p.282 보통 '노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능한 한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서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는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노력은 그 방향과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다른 차원으로 확정될 수 있다.



p.286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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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연습 - 부서진 심장과 고통과 상처와 당신에 관한 에세이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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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마음의 상처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인줄 알았다. 막상 받아본 책은 두꺼운 두께, 민음사 고전에서나 볼 법한 편집으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세상에나 심지어 쉬운 내용도 아니었다. 읽는 내내 이전에 읽었던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떠올리게 해 고통스러웠다. (후기를 보니 이 저자를 수잔손택을 잇는 에세이스트라고 평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작가 본인도 수잔 손택의 글을 여러번 인용하고 있다)


저자는 작가로 글을 쓰면서 생계를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길을 가던 중 무차별폭행으로 인해 외모에 흉이 생기기도 하는 등 남들은 한 번 겪기도 힘든 경험을 많이 하였다고한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관점에서 인간의 고통과 상처와 공감이라는 감정에 대해 해석한 책이다. 그래서 절대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여러 번 읽으며 곱씹어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줄 것 같은 책이었다.


p.20 공감에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질문도 많이 필요하다. 공감하려면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감이란 인간이 동물과 가장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라고 꼽는 요소이다. 어릴 때는 친구와 같은 감정을 나누고, 영화나 책을 보면 금새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였기 때문에 공감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며 서로 경험하는 바가 달라지고, 생활의 방식이 달라지고, 서로 다른 인생의 고비를 겪게 되면서 오히려 진정으로 공감하기가 어려워졌다. 타인의 고민을 들으면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겪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생각이 가득한 적도 있다. 


타인의 고통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본성이 무정하게 느껴져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백지 상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백지상태에서 타인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그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이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p.35 나는 멍해졌다. 정말 안됐군요, 라는 말을 내심 원하고 있었다는 걸, 그녀가 그 말을 해주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알았다. 아니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바로 내가 기대한대로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때이다. 


보통 타인과의 대화에서 화가 나거나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 또는 싸우게 되는 경우, 우리는 그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는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분노는 바로 내 기대대로의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내 말을 듣고 나를 위로해주길 바랬는데 나에게 잘못했다고 충고를 한다거나, 내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겠다고 해주길 바랬는데 힘들겠다는 이야기만 해서 짜증이 났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기분이 상하지 않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바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안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바람을 명확하게 밝히는 태도가 필요하다.


p.44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기는 상상을 했다. 이것이 공감인지 아니면 도둑질인지 알 수 없었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죽음이나 불행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내가 이런 일에 처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한번씩 해보곤 한다. 나는 이것을 공감 또는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이 충격적이었다. 타인의 불행을 도둑질해 자기연민을 꾀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깊게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문장이었다.


p.67 "이 안에 벌레가 있어요." 그리고 의사들과 간호사들 모두 나를 쳐다보던 것도 기억난다. 친절하지만 믿지 않는 눈빛으로. 그들의 의심은 공기 중의 습기 같았다. 그들은 최근에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 단절감은 그 벌레 자체보다 더 나쁘게 느껴졌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것이 없는 세계에 사는데 나 혼자만 이것이 있는 세계에 사는 기분이라니...p.71 지금 그녀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 그녀는 여기 와서 기쁘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서 좋아요, 하고 그녀가 말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다시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글의 서두에 저자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였다고 이야기하였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모겔론스 병 환자들의 모임에 참여한 경험담이다. 모겔론스 병은 피부질환의 비공식명칭으로 실제 의학적으로 인정받는 병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이 병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주로 정신병동으로 가서 심리적 치료를 받으라는 대답을 듣곤 했다고 한다. 결국 같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모이고 나서야 그들은 스스로가 미치지 않았으며 세상에 홀로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얻게 되었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한 등장인물의 역할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이 등장인물이 주인공과 비슷한 인생을 살아감으로써, 주인공만이 특이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이 세상에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을 주기 위해 등장시킨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새웠었다, 그런데 모임원 중 한 명이 '타인의 인생의 불행에서 내 행복을 찾는다니, 당신 인간성 최악인데요?'라는 반박을 내새워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타인과 내 인생의 공통점에서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갖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자책하기에 이르렀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개성이 강조되고 자기주관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남들과 다른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세상에서 동떨어져 혼자가 된다면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이것이 공감의 두 번째 걸음이 아닐까?


p.244  나는 그의 세계를 알아나가는 걸까, 아니면 관광객처럼 매점에서 쇼핑하면서 그저 그의 세계에서 기억할 만한 사항들을 열람하는 걸까?


그녀가 겪은 특이한 경험 중 또다른 한 가지는 바로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은 일이다. 울트라마라톤에 함께 선수로 참여하여 알게 되었던 사람이 죄를 지어 수감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런 그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의 인생, 그의 감정, 그의 생각과 인생관에 대해 알아가던 저자는 문득 자신이 그를 이해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것인지 아니면 교도소 수감생활이라는 그의 특이한 인생을 흥미로 즐기고 있는것이지 모호함에 빠지고 만다. 우리나라 tv프로그램을 보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만한 것이 많이 있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의 인생을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이것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어쩌면 나는 그들을 연민하는 나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이 좋아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가 연민이고 어디까지가 흥미일까? 별 것 아닌 일에 왜 그렇게 어려운 고민을 하느냐는 반문이 들지 모르지만, 인생에서 한번쯤 내 행동, 내 생각의 진심이 무엇인지 고민해 봄으로써 좀 더 깊은 인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p.279 그들이 무죄이기를 바라는 내 마음 때문에 나에게 그들은 성자여야 한다는 것을...p.287 그러나 나의 일부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즐겼음을 인정한다. 그 사태를 즐겼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동안의 나 자신을 즐겼다. 그것은 내가 공감의 성향을 지녔다는 증거를 제시해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굳이 이렇게 어렵게 인생을 고민하면서 살아야하나, 라는 반문이 생길 정도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을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고민하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다. 수잔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을때 느꼇던 것처럼, 감추고 있던 내 속의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듯한 수치심이 들기도 한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그렇기에 읽을 가치가 있다. 예전에 <타인의 고통>을 읽을 때는 그저 반감이 들었다면, 이 책을 읽을 때는 어느정도 작가의 의견과 감정에 동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을 통해 인간의 '공감'에 대해 고민을 거듭할수록 인생의 다양한 면모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야를 기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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