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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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이다. 그가 땅끝마을 해남까지 걷기 완주를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내용 또한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걷기'를 주제로 그가 어떤 글을 풀어내었을지 궁금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이, 역시 하정우는 말을 잘한다, 였다. 인터뷰 영상을 볼 때마다 하정우가 참 말을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매끄러운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가 말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해남까지 완주하면서 걷기가 주는 즐거움에 빠졌고, 친구들과 걷기 모임을 만들어 서로를 응원한다. 이 책은 심오한 주제를 다룬 것도 아니고, 하정우의 배우로서의 인생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평이한 글이다. 그런데 그 속에 내가 잊고 지냈던 삶의 깨달음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래서 읽고나서 글귀들을 정리하면서 가볍게 읽은 책이지만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봄날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p.26 많은 사람들이 길 끝에 이르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우리가 길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그러나 이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p.47 무리한 단식과 절식 없이 내 몸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것, 이것이 내가 권하는 걷기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p.119 삶을 올바로 지탱하는 법을 알았더라면 더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p.148 물론 그냥 물을 한꺼번에 붓고 팔팔 오래 끓여도 북엇국은 완성된다. 하지만 뽀얀 국물을 제대로 내려면 시간을 좀 더 들여서 들기름에 볶고 물을 조금씩 추가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p.225 한동안은 그것을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줄였다가 키웠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소리가 아니라 다름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p.282 보통 '노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능한 한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서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는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노력은 그 방향과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다른 차원으로 확정될 수 있다.



p.286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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