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한 사람의 행복 실천법
다카다 아키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우울증이라고 착각하여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기도 하였는데, 약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뒤로 좌선 등 스스로의 기분을 다스를 방법을 찾다가 예민한 기질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p.29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남들과 이야기 하다가 '혹시 이 사람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나는 항상 사서 불안해했고, 사람들과 헤어진 뒤에도 '날 불쾌하게 생각했으면 어쩌지?'하며 걱정했었다. 상대의 안색만을 살피며 살아왔던 것이다...p.32 예민한 사람은 거절을 진짜 못한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충이기도 하다...p.114 주위 사람의 감정 변화를 살피는 일은 예민한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심의 감정이 항상 남의 감정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내 삶에 내가 없고 남만 있는 경우다. 그러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어릴때부터 스스로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나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남들과 달리 금새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다. 왜 나는 이렇게 소심한거지? 나는 왜 대범하지 못하지?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는거지? 라는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남들처럼 되고자 스스로를 부정하고 속이면서 생활해왔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며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서글펐고, 사람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내 모습을 꼭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 자신을 인정하는 방법을 찾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것 같다.
<p.64 예민한 사람은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된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힘겨워한다. 예전의 나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과 남을 속이며 살았었다. 자극으로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혼자서 여유롭게 쉬는 것이 가장 좋다.>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 남들이 눈치재지 못하는 것을 눈치채거나 혹은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이상함을 캐시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쉽게 지친다. 이전에는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혼자만 지치다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허약하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느낌 때문에 스스로가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휴식없이 억지로 남들에 맞춰 스스로를 혹사하다보니 어느새 한계가 찾아왔다. 한계에 다다르면 더이상 뒤집어쓴 사회적인 가면을 유지할 힘이 없었고, 가면이 벗겨지며 후회할 일들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회사생활에서 특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아무래도 팀의 막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쓰고 눈치볼 일이 많아 하루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래서 퇴근할 즈음에는 내 정신력을 모두 소모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여유롭게 쉬면서 저녁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 나에게 남들은 "도대체 혼자 무슨 재미야?" 혹은 "그렇게 지내면 인생이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지 않아?" 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처음에는 이런 말에 상처를 받았으나, 이제는 내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이상 남들의 말에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p.68 예민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서로의 역할이 분명한 관계나 이후에 만날 일이 없는 상대와는 관계를 트는 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능숙하게 대하기까지 한다.>
나는 어느정도 친한 사이보다 차라리 전혀 남남인 관계가 마음이 편할 때가 있다. 어느정도 친한 사이가 되면 타인들은 불쑥 거리를 좁혀오곤 하는데 예민한 나에게 그것은 계속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정도의 거리가 적당한 것인지 잘 가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의 거리를 신경쓸 필요가 없는 타인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예민함을 조금 내려놓았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우선인 존재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소중한 친구사이에는 나보다 타인을 우선시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는 사이에도 이타적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부담을 갖기 않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타인에게 받은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이정도 친하게 생각하면 나도 그를 똑같이 친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타인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면 나도 그만큼 그를 소중하게 여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 사람을 살피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마음 가는대로, 타인이 주면 주는대로, 주지 않으면 주지 않는대로, 꼭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음으로써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예민한 기질은 타고나는 특성인만큼 평생 나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음가짐을 달리함으로써 내 예민함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기긍정감이 바탕이 되어야 마음가짐을 바꿀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나와 같은 예민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