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긍정감을 회복하는 시간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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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바쁜 업무로 인해 지속되는 야근으로 지친 심신과 신경이 날카로워진 동료들과의 신경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이상하게도 자존감이 낮아지는데, 최근 계속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괴로웠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집어든 책이다. 사실 일본작가들의 자기개발서 분위기를 풍기는 책들은 대부분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힐링이 되었던 책이다.





저자는 대인관계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대인관계요법은 인간관계를 통해 자기긍정감을 높임으로써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p.6 "자신 있게 내 주장을 해서 자기긍정감을 높이자!", "당당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하고 마음먹고 노력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자기긍정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독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초반의 머릿말부터 내 기분을 꿰뚫어 보는 문장이 있는 책은 오랜만에 접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자존감 수업'에서는 솔직히 내 마음에 크게 와닿는 문장이 없었는데, 이 책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p.76 즉 상대방에 대해 어떤 부분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리면 모든 사람을 리스펙트하기 어렵지만, 평가를 버리고 각자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 힘든 제약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상대방을 리스펙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자기긍정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리스펙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펙트, 존경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스펙트와는 다르다. 보통은 훌륭한 업적이나 고결한 성품 등 어떠한 조건을 보고 그것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을 조건적 리스펙트라 칭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리스펙트는 타인에 대한 리스펙트와 자신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다. 우리는 이 중에서 타인에 대한 리스펙트를 먼저 실천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기긍정감이 낮은 상태의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긍적적인 생각과 확신이 힘들기 때문에 우선 남을 먼저 리스펙트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p.92 "어쨌든 마음에 안 들어", "믿을 수 없어.", "인간이 아냐"라는 식의 태도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데는 분명히 그만한 사정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타인을 리스펙트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상처로 돌아온다. 그저 저 사람이 많이 힘들구나, 저 사람도 저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라며 타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을 실천하는것으로 자기긍정감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리스펙트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리스펙트 화법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두기이다.



p.109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짜증 나"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자신감을 잃게 돼"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중점에 두고 말해야 한다. 리스펙트를 보여주는 화법이란 '나'를 주어로 삼는 화법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중심으로 두고 이야기를 하면, 결국 상대방도 그것을 부정하기 위한 날카로운 말을 내뱉게 된다. 그런데 내 감정을 중심으로 하는 화법을 사용하면 상대방도 한 걸음 물러서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솔직함을 통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 감정, 나 자신을 주어로 한 말투. 책을 읽을 때는 별 것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실천하고자 하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나는 평소 눈치와 분위기를 많이 살피는 타입이라 타인에게 맞춰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내 감정을 먼저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p.173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영역 안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너야말로 잘못 생각하는 거야"라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부정하면 반격을 당한다.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란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거리두기를 통해 타인을 리스펙트할 것을 권유한다. 거리를 둠으로써 "음~그래, 그럴수도 있지"라고 유연한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많은 책들을 보았지만 정확한 실천방법이 있었던 책을 만난게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어린시절 부정을 많이 당해 스스로에 대한 자기긍정감이 부족했던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자존감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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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게임 - '세대 프레임' 을 넘어서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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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회학과 교수로, 이 책은 이 시대에서 "세대"가 어떻게 프레임을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자 하는 책이다.





세대게임이라는 단어는 저자가 만든 단어로, 인종카드놀이(play the race card)에서 착안한 개념이라고 한다.

인종카드 게임이란 어떤 전략적 이점을 취하기 위해서 공적 토론에 인종이라는 주제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와 비슷한 의미로 저자는 사람들이 세대에 주목하도록 판을 짜서 어떤 전략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활동이나 움직임을 '세대 게임'으로 정의하였으며, 우리 사회에서 이미 자행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누가, 왜 세대게임을 만드는 것일까? 즉, 세대 게임을 통해서 이득을 얻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세대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논점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세대간의 갈등이 아닌 문제를 세대갈등처럼 보이도록 꾸며서 책임여부를 피할 수 있다.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탐욕스럽게 일자리를 나누지 않으려는 기성세대 때문에 고통받는 가난한 청년이라는 세대 프레임을 살펴보자. 사실 숙련된 경력자인 기성세대와 사회초년생인 청년세대는 담당하는 업무가 각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일명 '대기업'은 업무에 맞도록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로 골고루 고용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취업문제가 세대 게임으로 변형되면 대기업은 청년을 고용해야 할 책임에서 벗어나 탐욕스런 기성세대에게 착취당하는 피해자의 탈을 쓸 수 있다.

박근헤 탄핵과 관련한 촛불집회와 그의 반대편에 섰던 태극기부대(저자는 이들을 촛불에 대항한다는 의미로 맞불집회라고 칭했다)는 어떠할까?

사실 연령을 막론하고 박근혜의 탄핵에 대한 찬반여부는 8대 2정도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뉴스를 보면 마치 촛불 집회의 규모와 맞불 집회의 규모가 5대 5로 비등하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언론이 이렇게 촛불과 맞불의 규모를 비슷하게 몰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것을 세대갈등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법치주의에 의거하면 박근혜는 명백하게 법을 위반하였으며, 때문에 일명 박근혜 라인에게 더이상의 정치적 희망은 없다. 그런데 이것이 세대 갈등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촛불집회를 20-30대 청년/자식 세대로, 그리고 맞불집회를 60-70대 기성/부모 세대로 프레임을 잡게되면 이것은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된다. 여기서 세대갈등의 특징이 하나 나타나는데, 여타 다양한 갈등들과는 달리 세대갈등은 결국에는 합의점을 찾거나 협의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청년세대는 언젠가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기성세대는 이전에 청년세대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자식과 부모가 갈등을 계속 지속할 수는 없다. 바로 이러한 세대갈등의 특징에 기대게 되면, 박근혜 라인 및 현 여당은 다시 지지자들을 모을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이렇듯 우리사회에는 이미 세대게임이 만연해 있고, 이 게임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때문에 우리는 세대 게임의 존재와 특징을 파악하고 이에 휘말리지 않는 냉정한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도대체 맞불집회는 왜 생겨날까? 누가 보아도 박근혜는 국가의 부역자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등의 주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왜 그들은 이러한 말도 안되는 주장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믿고 있었던 사실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인간은 어떠한 행동을 취할까? 본인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면 인간은 인지부조화로 인한 불편함을 없애려는 노력을 시도하게 된다. 바로 정보편식과 지지세력 확보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실을 보지 않고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보며, 이러한 정보를 지지하는 비슷하 사람들만 만남으로써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맞불집회 참여자들에게 박근혜는 단순한 대통령이 아니다. 내 젊음을 바쳐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웠던 내 지난날의 흔적이며 증거이고, 어느새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린 내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정보편식을 통해서라도 박근혜가 벌인 죄과를 외면하고 마는 것이다.

여기에 post-trust개념이 추가된다. 21세기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은 굉장히 다양하다. 언제든지 거짓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 내 감정과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거짓 진실"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저자는 현 야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자 세력을 만든 것이 바로 현 여당이라고 주장한다. 바로 노무현 신화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담당한 젊은이의 활약을 본 진보당들은 청년세대에게 집중한다. 이에 진보당을 지지했던 기성세대마저 소외감을 느낄 정도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논단 사태까지 터지고 만다. 야당을 지지하던 기성세대는 이제 여당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저자가 든 예시가 충격적이다.



p.263 이를테면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자행하며, 유럽의 주류 사회가 자국 내의 무슬림을 증오하고 혐오할 것이고, 애당초 극단주의에 거리를 두던 무슬림들도 그에 저항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자신들을 대변하는 유일한 세력인 극단주의에 의탁하게 된다.



사실 저자도 결국 이러한 맞불세력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정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세대 게임이라는 프레임을 알고 있다면 그들을 별종 취급하면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파악하고 해석하고 설득해야할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의 변화를 맞이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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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네버랜드 클래식 18
마크 트웨인 지음, 도널드 매케이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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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설로 누구나 어린시절 한 번 쯤은 읽어보았을 법한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이다. 내가 어릴때에는 때마침 공중파 tv에서 만화로 방영하였기에 더욱 친숙하다. 그런데 오랜시간이 지나서인지 인상깊었던 장면들은 기억나는데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책장정리를 하다가 어린시절 보았던 책이 있어서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때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부분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사회의 시대상이나 가치관이라고 해야할까? 지금은 아이를 너무너무 사랑하여 아동보호에 철저한 미국이거늘,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매를 드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였고,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듯한 표현도 많이 보여서 충격적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이전에 읽었던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언급된 아동인권 신장에 대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톰 소여와 그 친구들이 너무도 '어린아이다웠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모험이야기이니 등장인물이 어린아이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소설을 쓸 당시 여러가지 풍파를 겪은 성인이었다는 점에 놀랐다. 어린시절 작은 일 하나로 떠들썩하고 즐거웠던 시간들, 보호자에게 혼이 난 뒤 서운함에 가출을 결심하고 보호자가 후회하는 미래를 상상하던 기억, 콩닥콩닥 곁에 있고 싶었던 어리고 풋풋한 첫사랑. 어느샌가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감성을 '어른'이 이렇게 완벽하게 묘사해냈다는 점이 너무 놀라웠다. 어린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이야기가 어른이 된 지금은 너무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너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머리말에서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주로 소년 소녀들을 위해 쓰여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이 이 책을 멀리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어른들이 자신의 어리 시절이 어떠했으며,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했으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이상한 일에 정신 없이 몰두했는지를 다시 한 번 즐거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썻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에는 별 느낌 없이 넘겼던 이 머리말이 지금에는 너무도 마음에 와 닿는다. 톰 소여의 모험은 이 머리말에서 말하는 그대로이다. 우리가 어느새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너무도 생생하게 녹아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되어서 꼭 한 번은 다시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라는 말을 이제는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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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9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9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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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에 트렌드코리아 2018를 통해 트렌드코리아를 처음 접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소확행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기에 책에서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과연 이게 정말 유행할까? 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2018년에 소확행은 인터넷과 tv 방송매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 뒤로 앞으로 매년 트렌트코리아를 챙겨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트렌드코리아 2019의 키워드는 바로 "PIGGY DREAM"이다.

PLAY THE CONCEPT 컨셉을 연출하라
INVITE TO THE 'CELL MARKET' 세포마켓
GOING NEW-TRO 요즘옛날, 뉴트로
GREEN SURVIVAL 필환경시대
YOU ARE MY PROXY EMOTION 감정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
DATA INTELLIGENCE 데이터 인텔리전스
REBIRTH OF SPACE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EMERGING '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가족
AS BEING MYSELF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MANNERS MAKETH THE CONSUMER 매너소비자

2018년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2019년 트렌드도 "공동체, 공동의 목표를 위한 노력과 희생"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달리 "나의 행복, 나의 일상, 나의 개성"에 집중하는 변화를 보이는 것 같다. 특히 밀레니얼 가족과 나나랜드 챕터를 보면 좀 더 그러한 경향이 명확히 드러난다. 
가족과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했던 부모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필요로하며, 이를 위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로봇청소기, 건조기 등을 통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나의 자아만족을 위한 배움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개인주의란 더이상 공통의 목표를 해치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밀레니얼 세대는 나를 위한 투자가 당연한 세대이다. 나 또한 취미를 위한 투자와 새로운 배움을 위한 지출하는 비용이 있으며,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주의가 퍼지면서 오히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타인도 싫어할거라는 생각에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직원의 입장의 나는 일을 하면서 피해를 주는 손님들을 상대할 때 나는 절대 이러한 소비자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내 권리를 추구하는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있지 않는 진짜 개인주의가 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직장에서 나이가 많은 상사로부터 '요즘 젊은애들은 회사에 헌신하지도 않고 회식도 잘 하지 않으려한다. 너무 각박한 세상이 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하여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세대와 직장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얻는 자아실현도 중요하지만, 일은 일에 불과할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위한 돈을 벌기위해 직장에 다닌다는 생각이 그리 낯선 생각이 아니다. 또한 내 직업 이외에 취미를 살려 세포마켓을 운영하는 사람도 많다. 2019 소비트렌드는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다만, 책의 챕터 중 감정대리인 챕터는 잘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다.
인터넷 기사에서 기사 내용보다 댓글을 먼저 확인하는 행위에서, 내 스스로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기보다 남들의 감정을 손쉽게 따라하고 동조하는 해석을 내놓았는데,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인터넷 댓글을 보는 이유를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댓글들이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또한 SNS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창구가 많이 있는 시대에 오히려 내 감정에 취하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정대리인 챕터에 대하여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면 참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도 직장생활과는 별개로 이루고 싶은 꿈 한 가지가 있다. 이 또한 트렌드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트렌트코리아를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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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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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이라고 하면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를 한마다로 표현하자면 바로 '시니컬'이다. 실제로 프랑스 사람을 접해본 적은 없지만, tv를 통해 보는 프랑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접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에 시니컬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프랑스를 너무도 좋아하는 조승연 작가가 쓴 프랑스인에 대한 에세이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직접 겪은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에서 그가 생각하는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담긴 짧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프랑스와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많은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점"일 것이다. 

P.7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던 TV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비정상회담'에도 프랑스인 출연자가 나온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내세운 주장에 대해 다른 패널들이 비난하거나 놀릴 경우, 프랑스 패널은 '핏'하고 한 번 비웃음을 날린 후 'SO WHAT?!' 이라며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곤 했다. 타인의 의견이 어떠하던 내 생각은 이렇다! 라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가 내 기억에 깊숙히 남아있다. 나를 비롯해 많은 한국인은 참 눈치를 많이 본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내 주의력이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있는 것이며,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참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프랑스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지'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타인이 함부로 나를 평가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내 생각을 폄하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특히 직위와 나이가 높은 사람이 직위가 낮은 사람이나 어린사람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왔는데, 프랑스 사람들의 이기적일 정도의 높은 자기애를 보면서 내가 나를 아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아끼지? 나도 나일뿐이야! 라고 외치고 싶었다.

P.47 이들은 사랑이건 분노건 슬픔이건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고 애써 웃어 보이는 것이 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가 스마일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막내라는 회사에서의 위치가 상사의 말에 "NO"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기분이 상해도 그것을 티내지 못하고 항상 웃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나에게 무리한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던 모양인데, 내 얼굴을 보고 선생님이 대뜸 "너 표정이 싹 굳는다?! 그런식이면 사회생활 못하고 도퇴될 걸? 됐다, 너한테 안 시킬테니 가라!"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뒤로 나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후 처음 취업한 회사의 팀장은 언제나 자신의 기분을 살피고 기분이 안 좋을 경우 알아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부하직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곤 했으며, 눈치빠르게 그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는 나와 동료들을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곤 했다. 
그래서 이 문장이 너무 와닿으면서 슬퍼졌다. 나는 어느샌가 내 감정을 억제하는게 어쩔 수 없는 성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이 정도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세상에 있구나라는 깨달임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P.49 프랑스인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우리와 다르게 바라본다. 이는 메멘토 모리 전통과 관계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 있을 때만 감정을 느낀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죽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 이유가 없다. 이것이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흔히 '한 번 뿐인 인생, 원없이 살아야지' 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어도 나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미래를 너무 생각하지 않고 현재를 모두 불태우는 무모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승연 작가가 풀어낸 말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같은 이야기이지만,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죽은 후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오직 살아있는 지금만 감정을 느낀다는 말이 그제야 한번 뿐인 인생이란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해주었다. 나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성격이다. 때문에 요즘 많이 회자되는 욜로인생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참고 억제하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것 같다. 나는 단순히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한다는 핑계로 현재의 '감정'을 모두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내 성향은 타고난 것이라 크게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내 감정만큼은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조금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P.75 세상의 거의 모든 언어에는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는 많지만 맛을 직접 표현하는 단어는 부족하다...그래서 맛을 묘사하려면 비유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 시적 묘사가 동원된다. 프랑스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서 오이의 맛을 '마치 시골의 숲 공기를 이빨로 굴리는 것 같다'라든지, 토마토의 맛을 '태양과 대지의 맛을 믹서기에 갈아 넣은 것 같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한마디로 설명되지 않는 냄새, 맛 등에 대한 감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 역시 요리를 통해서 배우는 프랑스 감성 교육의 장점일 것이다.

흔히 프랑스 하면 맛있는 요리가 떠오른다. 그런데 조승연 작가를 통해 프랑스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는 자연친화적인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여 전통의 요리법을 살린 요리를 사랑하며, 어릴때부터 부모와 학교로부터 맛을 즐기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나는 평소에 '돈 벌어서 뭐에 쓰겠어! 적어도 먹는데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내가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점을 굉장히 아쉬워하곤 했다. 유행하는 먹방 방송들을 보면 단순히 많이 먹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맛을 느끼고 표현하며 더욱 맛있는 조리법을 찾아내곤 한다. 나는 맛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맛있는지 그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한번은 유명 먹방 방송인처럼 맛표현을 해보려고 시도해보았는데 너무 어려웠다. 도대체 신선하다, 아삭하다, 쫄낏하다와 같이 1차원 적인 표현 이외에 비유적인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인 '맛'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즐기는 법을 배우는 프랑스 교육방식이 너무도 부러웠다.

P.151 나는 그 아이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른의 테이블에 끼려면 어른의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교육방식이 굉장히 엄격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그것이 단순히 예의범절을 엄격하게 가르친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프랑스 육아관을 접하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작가 조승연이 한번은 프랑스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마찬가지로 초대받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한다. 초대한 사람에게는 어린 자녀가 한 명 있었는데, 어른들 주의를 맴돌며 심심함을 참지 못한 아이가 한 행동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프랑스에서 부모는 어린 자녀가 어른들이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절대 떼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때문에 심심함을 이기지 못한 아이는 어른들 사이에 뛰어든다.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면서! 
우리나라였다면 아이가 엄마에게 놀아다라며 메달리고 떼썻을 것이고, 부모는 그러한 아이의 행동에 양해를 구하며 놀아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의젓하게 어른들 사이에 앉아 정중히 자신을 소개하고 그들과 같은 주제로 대화하고자 노력한다. 조승연이 한국인임을 알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가 아침신문에서 본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한 남한 사람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그에 조승연은 아이가 그 질문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른들과 함께하기 위해 어른의 수준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내가 만약 부모가 된다면, 어른의 관대함에 기대어 어리광부리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적절할까 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은 것 같다.

P.163 어린아이에게도 이성 간의 사랑이나 이성을 사로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바람둥이 뱅상만이 아니었다. 그때그때 주어진 삶을 즐기는 것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인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성에 관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나눈다. 이성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은 대부분의 부모가 조기교육을 한다. 로렐린 역시 딸이 13살부터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자 딸과 함게 첫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고르러 갔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볼때면 그들의 로맨틱함은 하나의 문화겠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메멘토 모리 개념을 통해 프랑스인에게 사랑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죽음에 대해 어린시절부터 기탄없이 토론하며, 때문에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프랑스인들은 사랑하는 법을 어린시절부터 부모가 가르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어린아이들의 연애에 대해 '어린애들이 뭘 알겠어'라고 폄하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풋풋한 사랑은 오직 어린시절의 사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흘러가버린 인생은 돌아오지 않고, 감정을 느끼는 것은 죽은 후가 아닌 바로 지금이다. 그렇기에 감정에 충실한 그들의 모습이 더욱 현명해 보였다.

책을 읽으며 프랑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더 강해진 부분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한 나라에 대해 짧은 책 한 권으로 모두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프랑스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한 이 책은 우리에게 한번쯤 현재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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