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긍정감을 회복하는 시간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바쁜 업무로 인해 지속되는 야근으로 지친 심신과 신경이 날카로워진 동료들과의 신경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이상하게도 자존감이 낮아지는데, 최근 계속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괴로웠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집어든 책이다. 사실 일본작가들의 자기개발서 분위기를 풍기는 책들은 대부분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힐링이 되었던 책이다.





저자는 대인관계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대인관계요법은 인간관계를 통해 자기긍정감을 높임으로써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p.6 "자신 있게 내 주장을 해서 자기긍정감을 높이자!", "당당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하고 마음먹고 노력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자기긍정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독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초반의 머릿말부터 내 기분을 꿰뚫어 보는 문장이 있는 책은 오랜만에 접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자존감 수업'에서는 솔직히 내 마음에 크게 와닿는 문장이 없었는데, 이 책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p.76 즉 상대방에 대해 어떤 부분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리면 모든 사람을 리스펙트하기 어렵지만, 평가를 버리고 각자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 힘든 제약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상대방을 리스펙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자기긍정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리스펙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펙트, 존경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스펙트와는 다르다. 보통은 훌륭한 업적이나 고결한 성품 등 어떠한 조건을 보고 그것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을 조건적 리스펙트라 칭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리스펙트는 타인에 대한 리스펙트와 자신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다. 우리는 이 중에서 타인에 대한 리스펙트를 먼저 실천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기긍정감이 낮은 상태의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긍적적인 생각과 확신이 힘들기 때문에 우선 남을 먼저 리스펙트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p.92 "어쨌든 마음에 안 들어", "믿을 수 없어.", "인간이 아냐"라는 식의 태도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데는 분명히 그만한 사정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타인을 리스펙트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상처로 돌아온다. 그저 저 사람이 많이 힘들구나, 저 사람도 저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라며 타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을 실천하는것으로 자기긍정감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리스펙트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리스펙트 화법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두기이다.



p.109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짜증 나"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자신감을 잃게 돼"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중점에 두고 말해야 한다. 리스펙트를 보여주는 화법이란 '나'를 주어로 삼는 화법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중심으로 두고 이야기를 하면, 결국 상대방도 그것을 부정하기 위한 날카로운 말을 내뱉게 된다. 그런데 내 감정을 중심으로 하는 화법을 사용하면 상대방도 한 걸음 물러서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솔직함을 통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 감정, 나 자신을 주어로 한 말투. 책을 읽을 때는 별 것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실천하고자 하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나는 평소 눈치와 분위기를 많이 살피는 타입이라 타인에게 맞춰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내 감정을 먼저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p.173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영역 안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너야말로 잘못 생각하는 거야"라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부정하면 반격을 당한다.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란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거리두기를 통해 타인을 리스펙트할 것을 권유한다. 거리를 둠으로써 "음~그래, 그럴수도 있지"라고 유연한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많은 책들을 보았지만 정확한 실천방법이 있었던 책을 만난게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어린시절 부정을 많이 당해 스스로에 대한 자기긍정감이 부족했던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자존감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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