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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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순위 매기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무형의 가치인 음악, 스타일, 감동을 두고서, 누가 더 ‘나은가’ 하는 심사를 주관적 혹은 객관적으로 한다. 하지만 하면서도 우리는 안다. 그 심사의 시선이 감동의 시선으로 바뀌는 순간 얼마나 부질 없는 일인지... 또, 그 감동의 물아일체로 접어들 때 얼마나 행복한지...

 

“충격적이고 훌륭한 책이다.”(슈테른)

 

이 책이 딱 그랬다.

책을 덮고, 이 평이 적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적이었다. 놀라웠다. 광폭했다. 섬뜩했다. 강력했다. 독특했다. 서늘하다. 이런 표현이 동시에 드는 책이다. 마치 하나의 수식어인듯이.

 

내용은 가혹하다. 리뷰를 읽어주는 또 한 명의 독자를 위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불운한 운명을 덧씌운 양부모를 죽인 여자가, 그 살인의 무게를 덜게 해준 남편을 위해 다시 복수의 이름으로 살인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과 문장에서 느껴지는 호흡은 단순하지 않다. 특징적인 단문의 리듬과 호흡,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정서’를 만들어 내고 빨려들게 만든다.

 

 

“네가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도 네 안을 들여다 본다.”(프리드리히 니체)

 

어린 아이가 입양이 되고, 그 입양은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업이라는 장의사 일을 강요하여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속에서 괴로운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그 과정은 유일한 가업 상속자라는 명의로서 단순히 싫은 일을 계속 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고통이 무덤덤하게 되는데까지 진행된다. 시체를 손질하다가 식사를 해야 했고, 식사가 끝나자 다시 시체를 손질하러 가야 하는 게 바로 10살 짜리 소녀에게 닥친 현실이었다고 한다면.. 심지어 주요리가 고기류였기 때문에 마치 인육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강요되다 못해, 멘탈을 붕괴시켜버리게 한다면, 그건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비극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무의식을 가장하여 자신의 양부모를 바다에서 건져내지 않고, 애써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남편 덕분에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맛보게 된다. 그 행복을 빼앗기고 힘들어 하던 그녀에게.. 그 행복을 빼앗은 게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 그녀는 폭발하게 되는 그 에너지는 정말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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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진짜 여행 - 당일치기부터 바캉스까지 테마별 국내여행 44
권다현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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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나홀로 진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 날씨는 덥고, 컨디션도 좋지 않고, 더위 때문에 밤잠까지 설치며 아침 출근길은 이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원래 내려야할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 근교 한적한 곳이라도......


이 책은 여행기로서 7가지 섹션을 나누어 테마별, 코스별로 가이드를 해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사진과 그림 등을 통해 친절히 코스를 알려줌으로서 날짜별로 이를 정리해주어, 일정까지 쉽게 여유 있는 날을 고려하여 여행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물론 선택의 폭을 좁혀 놓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처럼 일정 짜는데 귀차니즘이 많은 이라면, 또 정작 여행 가서는 그 계획을 변경하여 내 맘대로 즐기곤 하는 나로서는 기준점이 되는 듯 하여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신경쓴 흔적이 역력한 것은 바로 ‘홀로’ 떠나는 여행자에 대한 배려이다. 나이가 조금씩 먹어가면서 더 이상 예전의 재미가 재미로서 느껴지지 않고, 마음 맞는 친구라도 스케줄 맞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 보다 술한잔 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점점 자의적, 타의적 ‘홀로’ 즐기게 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생각을 바꿔 ‘홀로’할 수 있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다소 아쉽다면 소개글이나 문예창작과 출신 다운 여행 명소에서의 성찰이었다. 책의 기획상 친절하고, 기름기를 쫙 뺀 여행 가이드북을 쓰고자 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홀로 여행을 떠남에 있어서 뭔가 모드를 잡아준다거나 저자가 느꼈을 많은 찰나의 순간들을 정리해주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의 선배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과연 여행을 떠남에 있어 홀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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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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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맥큐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영화 <어톤먼트>였다. 그리고 그의 명성과 필력은 팟캐스트에서의 영화 <어톤먼트>와 원작소설 <속죄> 리뷰를 듣게된 이후 빠져들게 되었다. 그 이후 소설 <속죄>를 읽어내려가면서 그의 통찰력과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놓고 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치 초대형 건물을 짓는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요소까지 철저히 고려된 명작 랜드마크 말이다.

그리고 다음 읽게 된 작품은 <체실 비치에서>였다. 뭐랄까 그의 톤과 시선의 섬세함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아무리 명 작가라고 해도, 사실 자신의 작품에 있어 유사한 경향과 시선을 갖게 되기 마련이고, 평론가들은 이를 일컬어 ‘작가론’이라 부른다. 그런데 <체실 비치에서>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같은 작가가 맞는가 싶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야게 경외감을 갖게 되었던 이언 맥큐언의 신작 <칠드런 액트>는 말이 필요 없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내려가게 되었고, 순간순간 단발마의 ‘아~’하는 순간을 맞딱뜨리게 되었다.

 

첫 페이지를 열면 마치 소타이틀인 듯 美“아동법 제1조 a항”이 인용되어 있다. 바로 아동의 복지가 최선이며, 이는 아동을 생명체로서 다른 어떠한 조항보다도 우선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페이지 부터 작가는 이 법조항과의 사투 속에 등장인물과 사건을 설정해 놓는다. 그리고 ‘정답 없는 삶’ 속에서 ‘정답’ 찾기를 시작한다. 그 정답은 ‘법’이라는 정직한 기준에 기대어 찾게 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숙제로 남겨짐으로서 삶이란 얼마나 알다가도 모를 일인지, 그리고 순간순간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들이 힘겨운지를 담담한 문장 속에서 묵직한 울림을 독자들에게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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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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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지은이 : 하퍼 리

◆출판사 : 열림원

◆리뷰/서평내용 :

->

 

이 작품은 시간적으로는 1992년 미국 경제 대공황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지역적으로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주 가운데 하나인 남부 앨라바마 주를 배경으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한 흑인 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소녀(이름 : 스카웃)를 화자로 삼고, 그녀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2학년까지 총 3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그리고 과정에서 세상을 배우고 깨달으며 정신적을 성장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는 오빠와 내가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대수를 빼놓고는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커봤자 아직 초등학교 2학년 밖에 안된 소녀가 왜 이러한 노인네 같은 결론을 읊조릴까? 그 앞에 벌어지는 어른들의 세상과 이를 포함하고 있는 사회를 보는 소녀의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소녀의 아버지가 재판장에 선 흑인 청년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간다. 소녀와 오빠(이름 : 젬)는 전용석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그가 무죄라는 정황적 증거가 있음에도 배심원들이 백인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뿌리 깊은 ‘차별’과 ‘배척’은 죄 없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에 크게 실망한 젬에게 앞집 모디 아줌마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지.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


이 책의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인 이유는 소녀의 아빠가 아이들에게 공기총을 사주는 일화에서 드러난다. 소녀의 아빠는 맞힐 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좋지만, 앵무새를 죽이면 죄가 된다고 주의를 준다. 앵무새는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농작물에 해를 입히지도 않는 무고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앵무새'를 상징하는 상대적 약자이자 무고한 인물이 여럿 있다.

첫번째로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편견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 부 래들리이다.

두 번째로는 감히 백인여성의 유혹에서 도망친 흑인이자 장애인, 그렇기에 누명을 쓰고 실제로 목숨을 잃은 톰 로빈슨이다.


이렇듯 작품 속 화자인 6살 소녀의 눈으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사건을 관찰하며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미국의 모습과 사회계층 간, 인종 간의 첨예한 대립을 그리고 있다. 그 속에서 소녀는 사회적 약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애쓰고, 차별을 없애려는 모습이 진정한 진보성향을 갖춘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숙녀’라는 게 단순히 드레스를 차려입고, 바느질을 하거나 요리를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야 말로 참다운 의미의 숙녀라는 것으로 성찰한다.


이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 <위대한 유산>이 주인공이 ‘신사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앵무새 죽이기>는 주인공이 ‘숙녀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공교롭게도 WWE의 위대한 레슬러 ‘헐크 호건’이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명예의 전당에서 영구제명되었으며, 현재 진행하고 있던 레슬러 발굴 프로그램에서도 하차소식이 들려온다. 그렇게 본다면 1960년에 출판된 이 작품의 이전에 해당하는 1930년대부터 오늘날까지도 ‘인종차별’은 계속되고 있으며, 수많은 신사 숙녀들은 미처 미성숙된 단계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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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역사 - 피아노가 사랑한 음악,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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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이 책은 피아노에 담긴 넓은 범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아노의 탄생과 관련된 사람들(장인, 연주가, 후원자, 평론가, 작곡가, 연주자, 거장, 교사, 학생), 산업, 그리고 사회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아노가 등장했던 화려한 낭만시대를 소개해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해준다.

예를 들어, 영화 <아마데우스>에는 천재 모차르트의 성장과 시대의 시기를 통해 파멸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질투’라는 감정을 다룬다. 그 영화 때문인지 모차르트와 그 시대를 사람들은 화려했던 시대, 그리고 그 화려함에 질색된 천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상과 모차르트의 진실은 달랐다. 예술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풍요와 보장된 앞날에 대한 희망은 사그라지고, 커가면서 모차르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욕에 소소하게 저항해 갔다는 것이다. 그가 세상의 찬사에 취했던, 타고난 재능이 너무 커 노력하지 않은 자가 아니라, 황실의 후원을 거부하고 직접 대중 상대의 연주회를 열어냈던, 추진력 강한 개혁가적인 면모까지 담고 있어 신선했다.

그가 왜 피아노 협주곡에 매진했는지도 알 수 있다. 황실의 후원을 거부하고 직접 대중 상대의 연주회를 하되, 예약제를 실시하였으며 사람들에게 비교적 낯선 음악 형식인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즉, 그는 ‘피아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협주곡들은 아주 쉬운 것들과 아주 어려운 것들을 이어주는 즐거운 징검다리입니다. 지루함 없이 귀에 아주 선명하고 기분 좋게 들어와요. 전문가들만을 만족시킬 악구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악구들을 분석할 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들어도 왠지 모르게 그냥 아름답게 들리도록, 그렇게 썼어요.”(P56)

 

그리고 그 피아노 협주곡에서 낭만적 멜로디를 무기로 관중을 사로잡고, 난이도 있는 악구들을 심어두어 평론가를 사로 잡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누가 모차르트를 노력하지 않은 천재라고 하겠는가? 모차르트는 전략가이자 혁명가였던 셈이다.

 

또, 이 책이 펼쳐 놓는 이야기의 향연은 많은 부분을 나에게 영향을 미처 추억을 연상시켜 주었다.

 

과거 경상도 아버지가 어머니랑 상의도 하지 않고 떡하니 피아노를 사왔을 때 의아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피아노’란 나에게는 깜짝 선물이었지만, 아버지에게는 ‘두근거림’이 아니었을가 싶다. 이게 아버지 세대에는 소유 안정적인 삶, 품위 있는 삶의 상징이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세상은 피아노 천지가 되었다. 해마다 수십만 대가 팔려나가며 피아노 시장은 끝 간데 없이 빠르게 팽창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신분 상승을 갈망하는 시민들은 품위 있는 가정용 피아노가 성공으로 가는 열쇠라고 여겼다. 가정적인 사람들은 이 악기가 온 가족의 정서적 구심점 노릇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믿었다.(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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