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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개정판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11년 7월
평점 :
건축가 이자 건축과 교수가 본 한국의 ‘절’은 어떨까? 여태까지 문화재로서 가치는 모른채 소중하다고만 생각했던 나로서는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배웠던 용어는 ‘가람’이라는 단어였다. ‘절’이라는 표현은 일반인들에게 좀 더 친숙한 용어일 것이다. 하지만 대웅전 같은 건축물 외에도 스님들의 숙소 등의 건물도 포함하기 때문에 ‘가람’(여러 승려들이 즐겨 모이는 장소)이라는 표현을 저자는 주로 쓰고 있다. 또, 이전의 가람은 스님들이 설계와 배치를 고려했기 때문에 그 가람에는 스님들의 생각과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 역시 알 수 있었다.
얼마전 집중호우로 인해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신기한 것은 우면산에 위치한 고찰 대성사의 경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불교 신도들은 불심의 힘이라고 하고, 건축 전문가들은 배산임수 등 가람의 입지조건이 주위환경을 고려하여 정해졌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멋, 의미, 기능까지 고려한 스님들의 지혜는 오늘날에 와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가람’을 통해 한국 건축만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각과 건축의 차이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내부공간을 갖는다는 것이 차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 전통 건축은 다르다고 한다. 기능적으로 마당과 같은 외부 공간이 내부보다 쓸모가 있기 때문에 한국 건축의 주인은 외부공간이라는 점이다.
또, 주어진 조건이 어려울 수록 명건축이 탄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예로 든 가람의 건축가이자 스님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역시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와닿았던 사례는 바로 화엄사와 해인사였다. 개인적으로 두 곳을 모두 방문한 적이 있었던 터라 생생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절에는, 흔히 말하는 중심이 되는 큰 건물로서 눈에 띄는 대웅전이 있다. 하지만 화엄사의 경우 대웅전만한 스케일의 건물이 두채가 ‘ㄱ’자 형태로 배치해있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옛날의 화엄사의 권력이나 의의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았었다. 하지만 이는 통일신라 말기, 고려 창업 시기에 왕건의 편에 선 해인사와 견훤의 편에 선 화엄사라는 역사적 사건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왕건의 승리로 인해 화엄사는 어느 정도의 린치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기존에 있던 건물을 부수고 대웅전을 짓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 의의를 고려하여 옆에 지으면서 탑도 지어서 대칭의 구조를 만들어 두었다는 점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게 되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저자가 먼저 글을 쓰고 사진작가가 후에 사진을 촬영해서 합치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건축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로서는 저자가 설명하는 것이 사진에 나온 풍경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픽적인 친절한 배려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도 사진작가이신 스님께서 촬영해 두신 사진 한컷 한 컷을 봄으로서 왠지 모르게 '정화'되는 느낌을 느낀다는 것 자체로도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