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심리백서 - 남자는 모르는 그 여자의 심리 & 여자는 모르는 그 남자의 심리
김은선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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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은 편집과 슬림해서 부담스럽지 않았던 양이었다. 저자의 이력을 훑어보고는 익숙한 장수 라디오프로그램의 메인 작가라는 설명에 신뢰가 갔다. 얼마나 남녀의 혹은 생활을 콕콕 짚어주고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 책은 크게 2 파트로 나누어 남녀의 심리 차이, 그리고 생활 속의 발견들을 독자를 고려하여 글 하나당 한 페이지씩 할애하여 풀어나가고 있다.

p.73

특별한 날에 와인을 따는 게 아니다.

와인을 따는 날이,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이다.

책의 마케팅 특성상 그랬는지는 잘 모르겟지만, 생각보다 와닿는 것은 남녀심리 보다는 생활 속 발견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 중 “생각하는 순간 행복해 지는 것들”이라는 글을 보면 평범하고, 특별하고,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들... 그 속에 행복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예전에 읽었던 양애경의 시 <조용한 날들>을 연상케 해서 무척이나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 시에는 행복이라는 게 사랑방에서 오빠가 기타치는 소리, 오빠 친구들에게 해주었던 어머니의 보리밥과 곁들인 라면 상차림, 이모가 부엌에서 음식하며 흥얼거리던 노래 들 속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시가 연상이 되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작가의 여러 가지 일상 속 단상을 정리해놓은 것 같아 좋았지만 아쉬웠다. 음식은 맛이 있었는데, 인상에 남을 정도는 아니라고나 할까? 된장찌게 자체가 맛있었다기 보다는 밑반찬이 맛있었다고나 할까?

15년이 넘는 방송작가 활동을 통해 순발력과 필력은 느낄 수 있었으나 성찰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울림도 좀 적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것도 신선한 것도 없이 누구누구한테 들은 듯한 일반론적인 성찰에서 멈춰 있어서 아쉬웠다.

상큼한 편집의 포장이 아쉬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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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고민상담소 - 청춘이 버려야 할 10가지
한동헌 외 지음 / 엘도라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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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키워드 - 두려움, 타협, 스펙, 조바심, 한계, 상처, 열등감, 외로움, 게으름, 후회 - 를 가지고 10인의 인생 선배들이 꿈꾸다 지친 청춘들에게 고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게 좋았던 것은 구어체로 진행된 문장들이었다. 마치 아는 형 누나가 이야기를 해주듯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쉽게 빠져들 수 있었고,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위트까지 만점이었다.

 

청춘에서는 반걸음쯤 멀어진 나이이지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조바심"이 아닐까 한다. 뮤지컬 배우 홍지민의 "조바심"에 대한 설명은 나의 지난 날들과 현재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 속에 훅 하고 들어온 야망과 꿈! 참 그것을 위해 징하게도 달려왔고,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도 느꼈고, 타협도 해야 했으며, 달리다 보니 스펙도 쌓였고, 한계를 느끼고 상처를 받기도 했으며, 그로 인해 열등감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시들어 버린 패기와 열정 뒤엔 게으름이 찾아오고, 조금 지나면 그 게으름의 시기에 탄식하며 후회를 하게 되는 그 중심에 조바심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홍지민의 경우 누구보다 꿈이 컸기에 다니던 학교(유아교육과)를 그만두고 다시 연극과로 진학, 그후 누구보다 주연으로서의 성공에 대한 욕심이 컸기에 예술단 생활을 박차고 나와 가수가 되면 왠지 주연이 빨리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음반사 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했지만 음반 한 장 내지 못하고 29살의 나이로 다시 뮤지컬계로의 컴백. 그 모든 것이 조바심 때문이었고,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인생에서도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 최종 결과물만 생각하기 때문에 조바심이 생기는 것!

 

나 역시 그러진 않았나 싶다. 인생이라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것은 찾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인 것 같은데, 왜 그토록 지름길을 찾아헤메이고 빠르게 가려고만 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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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사계절 1318 문고 78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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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전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를 보았다. 모성애가 없는 어머니와 그의 아들사이에서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이야기이다. 짧게 내용을 말하자면, 자신의 삶에 있어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임신을 하게 되고 아들에게 모성애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의 시선에서 접근하지 못한 채 심리적으로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점점 성장한다. 그리고 그 아이는 학교의 많은 학생들을 죽이고, 자신의 아버지와 여동생 마저 죽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면회에서 본 아들에게 이유를 묻자, 아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알았었는데, 잊어먹었어요."라고..

2.

소설 <맨홀>에는 한 남자 아이가 나온다. 아버지에 대한 가정 폭력 때문에 불행하게 살아왔다. 악마라고 생각하고 증오해왔던 아버지가 소방관으로서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하고 순직하게 되면서 세상에 의해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고, 이를 아니라고 세상에 외쳐 진실을 바로 잡고 싶지만, 무의미한 게 되어 버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입장이었기에 '내 편'이라 의심치 않았던 누나는 연극배우가 되고자 곁을 떠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악마로서 아버지가 아닌, 영웅으로서의 아버지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악마이자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명성 덕분에 살인죄가 감면당하게 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 역시 영화 <케빈에 대하여>처럼 엄마가 아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을 두려워 하고, 괴로워 하며 감정을 쏟아낸다. 그런 엄마를 두고 집을 나와 집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이 두 작품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속의 국적과 상황, 그리고 정서는 다르지만 교묘하게 두 작품의 끝은 닿아있다. <케빈에 대하여>의 '알았었는데 잊어먹었다'는 아들의 짧은 답변 속에 담긴 의미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말로 풀기에는 너무 복잡한 그 감정.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였기도 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찾아 자신의 악몽 속을 헤집기에는 너무 무서웠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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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함성호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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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축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기회는 멋진 건축물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 앞에서 일 것이다. 혹은 조금은 소박하게 예쁘게 가꾸어진 예쁜 집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건축이 공간 기획이라는 개념을 느꼈을 때부터였다.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사무소 이름이 공간이고 펴낸 건축전문 잡지도 공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읽어본 김수근 건축가의 책에는 어떻게 본인이 88올림픽 전후에 랜드마크적인 건축물들을 지었는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커지고 삐딱해졌을 때 (건축가의 업적과 상관없이) 이 저변에 깔린 정치 논리도 눈치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집값 대란이 나고, 정기용 건축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은 사람을 위한 건축과 공간 활용을 배우게 되었고, 그 결과 예전에는 막연히 아파트에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주택이면서 그 속에 사람답게 어울려 사는 집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맞딱 뜨린 이 책은 인문학적 깊이에서 나의 풋생각들을 깊어지게 만들어 준다. 기본적으로 건축의 시작과 인간의 역사, 욕망, 정치논리, 기능 등을 통해 그 발전사와 헤게모니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담는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 헤게모니는 자본주의, 정치권력이 정서와 지역보다 앞섰고, 타국의 현대적 건축을 모방하면서 한국 전통건축문화의 맥을 잇지 못했으며, 자본가들을 위한 신도시 건설 때문에 도시 각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되어버렸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얹는다.

또 절반이 넘어가면 건축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면서 과거 건축은 기능을 따른다는 대전제가 있었고 정해진, 규격화된 건물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성냥갑 아파트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건축계 안의 모더니즘이나 다른 경향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을 겪었고, 기존 민족의식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향이 짙은 편(물론 개인의 고정관념입니다)이어서 헤게모니에 따라 쏠림현상이 있었고, 그 결과 공간기획과 건축 역시 그렇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젠 보다 합리적이고 다음 인류를 위한 건축, 공간 기획, 더 나아가 도시 계획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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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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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 때문에 신청하게 되었고, 선정 후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책 언제 도착하는지 학수고대하며 설레여 했으며, 책이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보았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김애란의 모습에 놀라기도 신선하기도 했다.

내가 그녀에게 기대했던 것은 절망적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요리해낸 특유의 재기 발랄함과 능청스러움이었던 것 같다. 발랄함과 능청스러움이 가미된 변화구의 비중은 줄이고 묵직함이 담긴 직구의 비중은 늘지 않았나 싶다. 80년 생인 김애란 작가가 어느덧 30의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기에 현실의 공기를 좀 더 의미있게 직면하게 될 것이고, 삶을 늘 능청스러운 유머로만 지켜보기엔 일상이 때론 너무 무겁다는 걸 깨달은 성숙이 느껴지기에 한편으로는 끊임 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심 피터팬 마냥 그 자리에 조금더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지금, 여기, 우리를 말하는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집에 보니 눈여겨볼만한 매력을 가진 작가들이 눈에 띈다. 현재 가장 젊은 세대인 동시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20대~30대를 청춘이란 이름 하에 각기 다르게 느끼고 호흡하며 뱉어낸 글들을 보며, 어쩌면 오늘날의 ‘청춘’이란 말이 어느새 ‘서른’을 기점으로 정리되는 듯 하다. 그 아득하고도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서른’이라는 나이..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나 읽는 독자나 잊지 말았으면 하는 건, 그 바로 ‘서른’ 역시 지나면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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