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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이 ‘빈둥거림’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의사로서 활동하다가 침대 위 생활에 놓이게 된 저자가 얼마나 답답하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에는 긍정적인 태도와 한술 더 뜬 친구의 긍정적인 위로가 있어서 기분이 마냥 좋았다.
저자의 이전 저서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가 인상적이었다. 20대가 아닌, 세상에 대해 조금은 더 알만하고 조금은 더 맷집도 커졌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힘겨운 나의 30대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또, 읽으면서 저자의 30대를 보는 시선이 따뜻해서 이를 심리학에 기대서 설명해주면서도 포근한 위로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랬던 저자가 파킨슨병에 걸린지 17년이 되었고, 깊어진 병세에도 고분분투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글의 내용은 길지 않고, 그림도 초등학생 같은 느낌을 주지만, 침대 위에서 악다구니를 하며 그리고 썼을까를 예측해본다면, 눈물 겨운 투쟁기가 이 책일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며, 가족과 지인에게 그림 문자를 보내곤 했는데, 이는 하나의 소통의 장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세상과의 소통은 외부 세계의 문이 점점 닫혀 가고 있었던 저자에게 새롭게 열린 문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어쩌면 작가가 말한 것은 ‘기적’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한발짝.. 외로움.. 상처..
위의 내용이 와닿았던 것은 문장에서 오는 따뜻함과 통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바로 저자가 직접 겪었던 게 아니었을까?
예전에 <1리터의 눈물>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꿈많던 학생이 병에 걸임으로 인해 남에게는 별 것 아닌 작은 노력들을 통해 하루하루를 고분분투하지만, 세상은 위로 뿐만 아니라 비이냥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상처 받으면 또 혼자만의 외로움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세가지 글귀가 저자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때론 삶이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일 때도 있습니다.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 수만은 없습니다. 그건 그 어둠과 고통 위에 머무는 것이니까요.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는 것, 그것이 답입니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어딘가 다른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한 발짝> 중에서
아무리 겪고 또 겪어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있습니다. 아니 익숙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갈수록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져만 갑니다. 그러다 병이 되기도 하지요. 바로 모든 사람이 피하고 싶은 감정, 외로움입니다. 외롭다는 것은 곁에 아무도 없이 철저하게 혼자라는 인식과 함께합니다. 이것처럼 무서운 일도 또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나쁘고 사랑스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고 혼자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영원한 합일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견뎌 나갈 힘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 <외로움> 중에서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말이죠. 상처 없는 무균실 같은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처란 우리가 무엇인가를 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거든요.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주는 삶은 존재하지도, 또 존재해서도 안 됩니다. 결핍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결핍을 어떻게 채우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성장이라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유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 <상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