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 - 세상을 바꾸는 공주병 왕자병
김종명 지음, 추덕영 그림 / 리베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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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자아 도취형 인간을 가리켜 공주병, 왕자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이 신조어는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어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주제 넘게 자기가 잘 났다고 착각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누군가를 일컬어 공주병에 걸렸다고 하면 대부분 그 사람을 안 좋게 평가한다.

 

<아이엠>은 공주병에 걸린 이를 칭찬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공주병에 걸린 사람을 잘난 것 하나 없는 이가 자신에 대해 과대 망상을 한다고 비하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주병에 걸리면 자존감이 커지고 성취 동기가 생겨 더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엉뚱한 이론을 펴는 책의 저자 김종명은 원래 잘 나가는 보험회사의 지점장이었다. 어느 날 그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건의한 사항들이 무시되는 것을 보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무슨 배짱으로 이런 결단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 옆에 있었나 보다.

 

갑자기 전화를 받고 망해가는 청바지 회사의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저자. 그 회사는 전체 기업 자체의 재무 구조는 튼실한 반면 유독 자회사인 청바지 업체만 어려웠다. 이처럼 사정이 딱한 회사에 사장으로 채용되면서 그는 자신이 평소 꿈꿔왔던 기업 문화를 과감히 실현해 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펴낸 책이 바로 <아이엠>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자기계발 서적이 이론 전달에만 급급하고 허공에 맴도는 추상적 단어의 나열인 것을 지적한다. 이 책의 경우 실제 응용하기 쉽고 실례를 제시하여 쏙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특히 그가 제시하는 성공 사례는 공주병에 걸리자는 괴상한 구호를 토대로 하고 있다. 18년 간이나 판매사원으로 일해 오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심한 열등감을 느껴온 J 씨. 그는 나는 인류평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라는 사장의 괴상한 강의를 프로그램화하여 성공한 사례를 보여준다.

 

나는 고객에게 청바지를 파는 게 아니라 미소와 행복을 파는 거야. 그러자 고객을 대하는 J의 태도가 변했다. 이제는 신상품이 나오면 무작정 고객에게 팔아 치우려고만 하지 않았다. 우선 신상품이 어울릴 만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가 매장에 올 때까지 그 상품을 따로 보관했다.

 

게다가 사은품이 나오면 단골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사은품을 받아가라고 했다. J는 고객의 마음을 헤아렸다. 고객에게 사은품만 받으러 매장에 찾아오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일부러 인근 커피숍에서 사은품을 전달했다.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판매 사원이라면 어떤 고객이 감동 받지 않고 배기랴. 그녀는 한 달에 2천 만원이나 버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게 된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그녀는 지난 18년 동안 번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되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성공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성공과 행복은 함께 간다는 말을 강조한다. 의사와 판검사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일컬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행복해야 한다. 환자와 범죄자를 보며 찡그린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나 사회 정의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면 행복한 사람인 동시에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마찬가지다. 자신의 직업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면 그는 성공과 행복을 함께 거머쥘 수 있다. 지금 당장 성공했다고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럴 날이 반드시 온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생각은 에너지가 강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므로, 자기가 믿는 대로 인생은 흘러가기 쉽다.

 

저자의 독특한 인생 철학은 회사 경영 방침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른바 칼 퇴근주의를 주장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사원들은 괜히 하는 소리라고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강력히 업무 시간 단축을 주장하여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다. 그러자 사원들은 출근한 동안은 일에 몰두하고 그 외 시간에 사적인 일들을 하게 되어 효율인 업무 수행의 효과를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모든 회사의 경영진과 간부들이 저자처럼 한다면 더 이상 일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원을 믿지 못하고 회사에 대한 열정도 부족하면서 어찌어찌 손바닥 비비기를 잘 하여 간부가 된 이들이 판치는 회사들. 그런 회사의 경우 사원들의 만족도는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잘 되려면 사원들이 행복하고 성공해야 한다. 책의 저자처럼 자기가 몸소 발로 뛰면서 회사원 모두의 이름을 외우고 격려하는 회사, 개인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기 긍정의 효과를 믿고 사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장, 그리고 그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곳. 이런 곳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꿈의 회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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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마을 - 아름다운 책의 도시 파주 책마을을 찾아서, 페달을 밟아라 9
김청연 지음, 고정순 그림 / 파란자전거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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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책은 어디서 만드는 거예요?

 

한창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이런 질문은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어릴 적 온갖 재미있는 얘기가 잔뜩 담긴 책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하고 궁금했던 나는 출판사라는 곳을 알고는 참 신기했었다. 아마 지금의 아이들과 마찬가지의 마음일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들이 글자로 표현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글자를 찍어내어 책으로 만드는 과정도 참 흥미롭기 그지 없다. 특히 개학 하기 며칠 전 학교 소집일 날 커다란 트럭에 가득 실려 운반되던 교과서들은 그 놈의 책 공장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많은 책을 똑같이 만들어내나 싶었다.

 

<책이 있는 마을>은 이처럼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해 궁금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특히 최근 파주에 조성된 파주 출판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 곳을 방문하기 전 읽으면 더 도움이 된다. 아니면 출판 도시 견학 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책 만드는 공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책 한 권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진 참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해요. 출판사에 있는 분들은 새롭고 멋진 책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작가는 좋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잠을 설치죠. 출력실과 인쇄소에서 일하는 분들은 더 많은 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자 땀을 뻘뻘 흘리며 기계를 작동하지요. 한 권의 책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던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 고민이 담겨 있어요.

 

이렇게 서문을 시작한 저자는 연두와 주황이라는 두 어린이의 파주 출판 도시 견학담을 풀어 놓는다. 독후감 응모에서 책벌레 상을 받게 된 연두는 책 만드는 마을, 파주 출판 도시로 초청 받는다. 늘 책 찢기에 바쁜 동생 주황이를 데리고 가라는 엄마 말씀에 두 어린이는 스스로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출판 도시로 간 아이들은 신기한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다. 이 곳에는 시골에서 옮겨온 한옥도 있고 다양한 미술가들이 개성을 살려 지은 출판사 건물도 있다. 천연기념물이 많이 살고 있는 뒷산은 이곳을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출판 도시의 모습이 잘 묘사된 책의 내용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내용들이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하나하나 자세히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바로 최초로 책을 쓰는 작가. 이 사람이 없으면 아마 책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쉽지가 않아. 처음엔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신나게 시작하지만 쓰다 보면 생각처럼 안 될 때가 많거든.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야 할지 몰라서 며칠 동안 덮어 두기도 하고, 알맞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사전을 뒤적거린 적도 많지. 그때마다 여기 편집자 언니가 용기를 북돋아 주었단다. 작가가 원고를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편집자의 임무거든.

 

작가 외에도 책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사람은 참 많다.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 담당자, 그림 작가 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책. 출판 도시를 둘러 보면서 책벌레 주황이는 책을 더 사랑하게 되고 늘 책을 찢었던 말썽쟁이 연두는 소중하게 다루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꾸며낸 창작 동화이지만 구석구석에 책에 대한 정보와 파주 출판 도시에 대한 안내가 잘 나와 있어 도움이 된다. 엄마 아빠가 함께 보면서 책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출판 도시 견학을 함께 가면 좋을 것이다.

 

금속활자를 최초로 만든 우리 선조들을 생각할 때, 우리도 다른 나라 못지 않게 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책 전시회 하나 없으니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나 텔레비전과 같은 자극적이고 시각적인 매체에 노출되어 있어 진득하게 앉아서 책 한 권 읽기가 어렵다. 게다가 학교며 학원이며 가야 할 곳이 많아 아이들이 조용하게 책 읽을 만한 시간이 불충분하다.

 

아이에게 책의 소중함을 알려 주고 이 작은 활자 세상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이 책을 보여 주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쉬는 날 아이를 데리고 출판 도시를 한 번쯤 견학시켜 주어 보자. 아이들은 의외로 자기가 체험한 것을 좋게 여겨 책을 더 아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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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을에서 살고 싶다
박도 글.사진 / 바보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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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한 권의 책이 도착했다. 이곳 저곳에 서평을 쓰다 보니 뜻밖의 책을 선물 받을 때가 있어 또 어느 출판사에서 홍보 차원으로 보낸 책이려니 싶었다. 보낸 이를 살펴 보니 출판사 홍보가 아닌 반가운 이름이 찍혀 있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이런 저런 글쟁이들 모임에서다. 나는 이십 대 철부지 청춘, 그는 오십 대의 중견 작가이자 교직자였다. 엄청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동글동글한 인상과 느릿한 경상도 억양이 섞인 말투, 소박하고 겸손한 삶의 자세가 금새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알게 된지 몇 년 동안 거의 매년 그가 낸 신간을 받아 보면서도 사는 게 바빠 변변한 서평 한 번 쓰지 못하고 지나간 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의 구수한 입담을 다른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글을 통해서가 가장 쉽지 않은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글은 참 좋다.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도 아니요, 화려한 작가 이름을 내건 책도 아니라 베스트 셀러처럼 많이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을 애독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만났던 첫인상처럼 소박한 삶의 자세와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글에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요번에 보내 온 책 <그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도시 생활을 접고 안흥 산골에 내려가 지내는 얘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강원도 홍수 소식을 듣고는 그가 사는 곳은 별 피해 없이 잘 지나갔나 궁금하던 차에 얼른 책장을 펴 들고 넘겨 본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사표를 쓴 뒤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 산골로 내려간 그.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장작을 패 땔감으로 쓰고 농약 하나 안 쓰는 유기농법을 하며 시골 생활을 시작한 그의 모습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이 젊을 때 시작하면 쉽지만 나이 들어 하려면 힘들지 않던가.

 

그래도 어찌어찌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하여 도시 삶을 등지고 사는 걸 보면 나이와 상관 없이 그의 열정은 아직도 남아 있다는 느낌이다. 삶과 글에 대한 패기가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 있다. 늦게 시작한 시골 생활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그 속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고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멋지다.

 

그가 전하는 산골 얘기는 우울한 모습도 많고 즐거운 얘기도 있다. 아이들이 다 떠나버려 폐교되는 학교들, 유기농으로 하면 수확량이 너무 적어 농약과 제초제를 뿌릴 수 밖에 없는 농업 현실, 그렇게 피땀 흘리며 농사를 지어도 조합 빚에 허덕이는 농사꾼들. 이런 현실을 소상히 전해 주는 글은 그 일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책은 산골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이 살아 온 과거 경험담들을 재미나게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기동 맨 꼭대기에 살면서 아파트 청약과 같은 얘기는 남의 일처럼 귓등으로 들었던 삼십 년의 세월.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서울에 살면서 이렇게 재산 불리기에 무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그의 이야기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 동안 아내나 아이들로부터 지대가 낮은 곳으로 이사 가자고 숱하게 들볶였으나, 그때마다 이 집 팔아서는 전세밖에 얻지 못할 것 같아 미적거리면서 앞으로는 공기가 맑은 동네가 빛 볼 날이 올 거라고 달랬는데, 그만 안흥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더 기다리지 못하고 아파트 전세 값에도 미치지 못한 값에 팔고 떠나게 되었다. (중략)

 

가끔 아내가 결혼 초에 잠실이나 강남으로 이사 갔더라면 살림이 이렇게 쪼들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푸념하지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앞뒤가 콱 막힌 사람이니까 잘 팔리지도 않는 책을 열 권이나 넘게 내지 않았겠느냐고, 그래도 몇몇 출판사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혼자 으스댄다.

 

이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삶의 태도가 아마 처음 그를 만났을 때부터 배어 나왔으리라. 그래서 엄청난 세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참 꿈꾸는 소년 같다는 느낌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보내주는 책들을 염치 없이 받아 보면서, 잘 팔리지 않는데도 끊임없는 창작의 열정을 담아 펴낸 이 책이 이번에는 좀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신의 제자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에게 보내는 편지다. 한때는 문학 소년이었던 그가 더러운 돈과 연관되어 감옥에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고 스승으로서 한 마디 던지는 모습이 참 역시 선생님이라는 말을 하게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김홍걸 군은 문학과 철학, 역사를 좋아하는 과묵한 청년이었네. 자네는 새삼 기억도 하고 싶지 않을 테지만 자네의 이름이 한창 매스컴에 오르내릴 때는 무척 안타까웠네. 사형수의 아들이 그새 어쩌면 그렇게 변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때의 아픈 기억들은 더 이상 들추지 않겠네. 이미 자네는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했을 테고, 한 때 그런 호화 저택의 삶이 물거품이라는 것도 잘 알았으리라 믿네.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에서 재물과 권력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옛말처럼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니었던가. 박도 선생이 안흥 산골에서 전하는 얘기들은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말해 주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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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놀이 - 수학편 로렌의 지식 그림책 14
로린 리디 글 그림, 천정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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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며 심각한 것을 싫어하고 화려한 점만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고민이 많다. 특히 옛날과는 달리 풍부한 물질 문명의 혜택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히는 데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은 열심히 보는 반면 싫어하는 종류의 책은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 있기 일쑤다. 요즘 아이들의 경우 너무 밋밋한 그림이 있거나 교훈적인 내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자기 아이가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하다고 호소하는 엄마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아이가 싫어하는 종류의 책이 어떤 것인지를 분석하고 그런 분야의 서적 중 쉽고 흥미를 끌만한 것을 골라 보여주면 좋다.

 

자연 관찰 책은 좋아하는 반면 교훈적인 내용이나 창작 동화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만화로 된 창작 동화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 지나치게 만화만 접하는 것이 걱정이 된다면 그림이나 구성이 특이하여 흥미를 끄는 것을 권한다.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드는 책들은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어렵다.

 

과학이나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그 분야의 책 중 재미 있으면서 쉬운 느낌이 드는 것을 제공해 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과학이나 수학적 개념이 너무 까다롭고 복잡한 느낌이 들어서 이런 책을 기피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개념들이 쉽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로렌의 지식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인 <그래프 놀이>는 만화로 그려져서 수학적인 개념을 쉽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덧셈 놀이>, <뺄셈 놀이> 등 수학 지식 그림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그림책 작가 로렌 리디가 쓰고 그렸다.

 

각 페이지는 커다란 만화로 가득 차 있다. 화려한 색과 우스꽝스러운 동물 그림은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갖고 볼 만한 요소다. 각 동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래프의 개념들을 하나씩 설명하는 구성인데, 지극히 만화적인 느낌이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빨려 든다.

 

만화 내용에서 가르치는 그래프의 개념은 참 다양하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그래프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그림책 한 권으로 교육적인 효과는 충분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래프의 원리라는 어려운 수학 개념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내 친구들은 진흙을 좋아할까? 라는 주제를 갖고 그래프를 그리는 개구리 왕눈이. 왕눈이가 진흙 점으로 만든 그래프에는 칸에 진흙 다섯 덩어리, 아니오 칸에 진흙 네 개가 있다. 이 그림을 본 도롱뇽은 진흙을 좋아하는 친구가 더 많네! 하고 얘기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그래프 이야기는 다양한 종류의 그래프를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전개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막대 그래프 외에도 동그라미를 겹쳐서 그리는 벤 다이어그램, 원을 부채꼴 모양으로 나누어 그래프를 나타내는 원 그래프, 같은 크기의 도형을 두 개나 세 개로 나누어 양을 나타내 주는 그래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책은 화려한 만화 그림과 함께 실제 사진을 추가하여 흥미를 더한다. 만화적 구성과 화려한 색, 재미있는 동물들의 대화 내용은 책 읽기가 싫은 아이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다. 특히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보다 친근하게 수학적 개념에 다가설 수 있다.

 

약간의 단점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자극적인 페이지 구성은 자칫 평범하고 밋밋한 다른 서적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이렇게 화려한 책에 길들여진 아이는 단순하고 부드러운 그림과 서정적 내용이 담긴 책은 거부하기 쉽다. 따라서 이런 책은 다른 책을 보여주는 중간중간에 흥미 유발을 위해 읽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책 편식은 곧바로 청소년기의 학업에도 이어진다. 만약 우리 아이가 수학을 싫어하고 따분해 한다면 이런 책을 가지고 수학적 호기심을 자극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책만 찾는 아이라면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이런 책에 빠져서 다른 다양한 책을 멀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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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래 반대
로버트 크라우서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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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로버트 크라우서의 시리즈 세 권 중 이 책은 정말 최고예요. 다른 책은 하나는 색깔 개념을 알려 주는 것, 또 하나는 도형 개념을 알려주는 책이예요.

색깔 개념 책은 빨강 색 페이지에는 빨간 사물들을 여러개 보여 주고 파란 색 페이지는 파란 사물들을 보여주는 형식이고, 도형 개념 책은 원 페이지에는 동그란 사물들을 보여주고 네모 페이지는 네모난 사물들을 보여주는 형식이랍니다.

지금 10개월인 우리 아가에게는 색깔 개념 책은 손잡이를 잡아 당기는 형식이고 각 그림이 너무 작아서 시선을 끌지 못했답니다. 5살짜리 사촌 언니에게 주었더니 재미있게 보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그림이 너무 작고 등장하는 사물들이 체리, 블루베리와 같은 외국 것들이 많아 낯설어 하더라구요. 첨에는 호기심에 들춰보더니만 한번 보고 다시 안보는 책이 되었네요.

도형 개념 책은 각 페이지가 그 도형 모양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 시선을 끌기에 좋아요. 네모난 페이지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원, 다이아몬드, 타원 모양의 책장은 호기심 유발에 최고죠. 각 페이지들은 하나하나 열게 되어 있어서 원 모양에서는 핸들, 피자, 공과 같은 숨은 그림이 하나씩 등장해요.

이 책도 약간 너무 외국적인 사물들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페이지 구성이 특이하고 아이가 넘기면서 사물이 등장하는게 재미 있는지 자꾸 손으로 넘기며 보려고 하더라구요. 만 2세 정도의 아이가 보면 좋을만한 책이예요. 5살짜리 아이에게는 조금 쉬운 감이 있구요.

마지막으로 <위 아래 반대>는 이 시리즈 중 최고예요. 일단 그림이 큼직하니 시원하고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무척 많아요. 아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쭉 나오는 그림들과 글자는 한창 까꿍놀이에 관심 많은 돌 전후 아이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죠. 숨어 있다가 등장하는 그림과 글자에 아이는 아주 즐거워 합니다.

위-아래, 높고-낮고, 두껍고-얇고 등 가르쳐주는 개념들은 조금 어려운 감이 있지만 이 책을 만 2-3세까지 활용할 수 있게끔 해주네요. 지금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서 글자와 사물이 변하는 모습을 즐겁게 보고 좀 크면 반대 개념을 가르치기에 딱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가의 책은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른이 봐도 신기한게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네요. 시공 주니어에서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보다 수준이 좀 더 높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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