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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 세상을 바꾸는 공주병 왕자병
김종명 지음, 추덕영 그림 / 리베르 / 2006년 7월
평점 :
흔히들 자아 도취형 인간을 가리켜 ‘공주병, 왕자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이 신조어는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어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주제 넘게 자기가 잘 났다고 착각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누군가를 일컬어 공주병에 걸렸다고 하면 대부분 그 사람을 안 좋게 평가한다.
책 <아이엠>은 공주병에 걸린 이를 칭찬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공주병에 걸린 사람을 잘난 것 하나 없는 이가 자신에 대해 과대 망상을 한다고 비하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주병에 걸리면 자존감이 커지고 성취 동기가 생겨 더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엉뚱한 이론을 펴는 책의 저자 김종명은 원래 잘 나가는 보험회사의 지점장이었다. 어느 날 그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건의한 사항들이 무시되는 것을 보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무슨 배짱으로 이런 결단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 옆에 있었나 보다.
갑자기 전화를 받고 망해가는 청바지 회사의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저자. 그 회사는 전체 기업 자체의 재무 구조는 튼실한 반면 유독 자회사인 청바지 업체만 어려웠다. 이처럼 사정이 딱한 회사에 사장으로 채용되면서 그는 자신이 평소 꿈꿔왔던 기업 문화를 과감히 실현해 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펴낸 책이 바로 <아이엠>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자기계발 서적이 이론 전달에만 급급하고 허공에 맴도는 추상적 단어의 나열인 것을 지적한다. 이 책의 경우 실제 응용하기 쉽고 실례를 제시하여 쏙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특히 그가 제시하는 성공 사례는 ‘공주병에 걸리자’는 괴상한 구호를 토대로 하고 있다. 18년 간이나 판매사원으로 일해 오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심한 열등감을 느껴온 J 씨. 그는 ‘나는 인류평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라는 사장의 괴상한 강의를 프로그램화하여 성공한 사례를 보여준다.
“ ‘나는 고객에게 청바지를 파는 게 아니라 미소와 행복을 파는 거야.’ 그러자 고객을 대하는 J의 태도가 변했다. 이제는 신상품이 나오면 무작정 고객에게 팔아 치우려고만 하지 않았다. 우선 신상품이 어울릴 만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가 매장에 올 때까지 그 상품을 따로 보관했다.
게다가 사은품이 나오면 단골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사은품을 받아가라고 했다. J는 고객의 마음을 헤아렸다. 고객에게 사은품만 받으러 매장에 찾아오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일부러 인근 커피숍에서 사은품을 전달했다.”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판매 사원이라면 어떤 고객이 감동 받지 않고 배기랴. 그녀는 한 달에 2천 만원이나 버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게 된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그녀는 지난 18년 동안 번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되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성공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성공과 행복은 함께 간다’는 말을 강조한다. 의사와 판검사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일컬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행복해야 한다. 환자와 범죄자를 보며 찡그린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나 사회 정의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면 행복한 사람인 동시에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마찬가지다. 자신의 직업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면 그는 성공과 행복을 함께 거머쥘 수 있다. 지금 당장 성공했다고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럴 날이 반드시 온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생각은 에너지가 강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므로, 자기가 믿는 대로 인생은 흘러가기 쉽다.
저자의 독특한 인생 철학은 회사 경영 방침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른바 ‘칼 퇴근주의’를 주장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사원들은 ‘괜히 하는 소리’라고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강력히 업무 시간 단축을 주장하여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다. 그러자 사원들은 출근한 동안은 일에 몰두하고 그 외 시간에 사적인 일들을 하게 되어 효율인 업무 수행의 효과를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모든 회사의 경영진과 간부들이 저자처럼 한다면 더 이상 일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원을 믿지 못하고 회사에 대한 열정도 부족하면서 어찌어찌 손바닥 비비기를 잘 하여 간부가 된 이들이 판치는 회사들. 그런 회사의 경우 사원들의 만족도는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잘 되려면 사원들이 행복하고 성공해야 한다. 책의 저자처럼 자기가 몸소 발로 뛰면서 회사원 모두의 이름을 외우고 격려하는 회사, 개인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기 긍정의 효과’를 믿고 사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장, 그리고 그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곳. 이런 곳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꿈의 회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