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으로 키워라 - 나무마을 윤종모 신부의 명상으로 아이 키우기
윤종모 지음 / 바이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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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윤종모 신부는 성공회 신부 중에서 명상으로 자기 수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 기독교에서는 명상이 타 종교와 연관이 있다고 하여 배타적인데, 윤 신부는 그런 배타성을 버리라고 말한다. 다른 종교와 상관 없이 명상 자체가 주는 이득만 취한다면 명상은 아주 훌륭한 자기 수련의 마음가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명상을 하면 사물을 밝고 맑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명상을 통해 불순물이 가라 앉은 맑은 물처럼 깨끗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 부모는 아이를 새롭게 대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바른 마음의 틀을 만들어 줄 사람은 바로 부모다. 부모부터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긍정적일 때 아이도 아름다운 영혼을 키워나간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할 일은 좋은 장난감을 사주고 비싼 옷을 입히며 잘 가르친다는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부모가 아이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는 바로 아이가 높은 자존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도덕성, 정서, 인간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좋다.

 

그럼 아이에게 높은 자존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우선 아이를 꾸짖고 나무라기 보다 조그마한 일이라도 칭찬하고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나는 사랑 받는 존재다 나는 가치 있는 존재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존재다라는 생각을 마음 속 깊은 곳에 품을 수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존감을 높이게 된다.

 

저자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명상을 하라고 권한다. 명상은 어떤 특별한 기술이거나 자격이 아니며 누구나 마음으로 구하면 실천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명상이란 마음을 집중하여 고요히 생각하는 것이며 깊이 생각하고 마음을 비운 채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상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삶 속에서 얻은 고통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

 

이렇게 명상을 즐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레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부모만 명상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명상의 과정을 누릴 것을 권한다. 호흡 명상, 산책 명상 등 다양한 형태의 명상 중에서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함께 즐기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에게 억지로 명상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부모가 명상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호흡 명상의 예를 보면 엄마는 아이 근처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아이가 궁금해하면 엄마는 누워서 숨을 들이쉬며 배를 볼록하게 하고 내쉬면서 배를 홀쭉하게 하는 복식 호흡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엄마를 따라 하면서 자연스레 복식 호흡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는 엄마처럼 고요히 눈을 감고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명상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상상은 명상에서 중요한 하나의 기법이라고 한다. 즐거운 상상, 긍정적인 상상을 많이 할수록 그 사람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가끔은 명상을 하며 호흡의 들고남을 마음으로 보는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라. 침묵의 명상은 내면의 고요함을 이루고, 내면의 고요함은 마음을 맑고 밝고 깊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로 하여금 내면 세계를 귀중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내면 세계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난다.

 

살다 보면 지나치게 외적인 것, 물질적 가치 등에 매달려 지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럴 때 한 줄기 바람과 같은 명상을 통해 평온한 마음 한 자락을 얻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우리가 내쉬는 들숨날숨 속에 사랑과 생명과 행복이 함께 머무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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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쭉빼쭉 - 싫어 싫어 2 싫어 싫어 시리즈
세나 게이코 / 비룡소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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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쭉 빼쭉>은 워낙 출판된 지 오래되어 시리즈의 일부가 절판될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비싼 아이들 책 중 가격이 하도 저렴하길래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에서였다. 엄마가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책도 아이가 보지 않으면 허탕인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싼 맛에 산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이 책은 우리 아이가 그 내용을 다 외울 정도이다. 오죽하면 이제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책의 한 구절을 얘기하면 많은 책들 속에서 이 책을 찾아 올 정도가 되었겠는가.

 

이렇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지만 엄마가 보기엔 이상하게 어설픈 느낌이 든다. 종이를 찢어 붙인 꼴라주 기법으로 아주 단순한 화보인데다가 내용 또한 강아지, 나무, 루루라는 한 아이가 삐쭉빼쭉한 털, 나뭇가지, 머리를 싹둑싹둑 잘랐다는 매우 짧은 이야기다. 출판된 지 오래되어서인지 종이 질도 좋지 못하고 인쇄 상태도 촌스럽기 그지 없다. 책의 내용 전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삐쭉빼쭉 이게 뭐게?/ 우리집 정원 나무/ 우리집 누렁이/ 뒤엉킨 털실

우와 루루의 머리칼은 더 굉장하네 (뒤엉킨 머리를 가진 루루의 찡그린 얼굴이 표현되어 있다)

정원사 아저씨가 싹둑싹둑/ 누렁이도 싹둑싹둑/ 털실은 동글동글 말아요

그럼, 루루는? (삐쭉빼쭉한 머리의 루루 뒷모습이 나온다)

루루도 싹둑싹둑/ 거울에 비친 저 예쁜 아이 누구게? (예쁘게 머리를 자르고 리본을 한 채 루루가 웃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세나 게이코는 육아 체험을 토대로 하여 엄마가 직접 쓰고 그린 유아용 생활 그림책 싫어 싫어 시리즈로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머리 깎기, 당근, 잠자기 등을 소재로 하여 비록 싫어하는 일이지만 막상 하고 나면 멋지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내용의 책을 만들었다.

 

아직 우리 아이는 어려서 한 번도 머리를 깎아준 적이 없지만 아이들은 대체로 머리 자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이런 책을 읽혀 두면 좋겠다 싶어서 구입한 것인데 의외로 잘 본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의 단순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글씨 오른쪽에는 찢어 붙인 그림이 있다. 그림은 너무도 단순하여 나무가 나오는 장면에는 연두색과 초록색 종이를 네모지게 잘라 붙인 나뭇잎 형상과 갈색 나무둥치가 전부다. 루루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만든 것처럼 검은 색종이를 동그랗게 오려 눈을 만들고 빨간 색종이로 입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단순한 모양을 좋아한다. 단순한 것은 복잡하고 다채로운 것보다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는 만 10개월 정도부터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참 많지만 아이의 다양한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이렇게 꼴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책 한 권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림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반복적인 리듬감을 주면서 몇 안 되는 어휘로 구성되어 막 말을 익히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평소 나무, 가위, 멍멍이(책에는 누렁이로 표현되어 있으나 아이에게 친밀한 느낌을 주기 위해 멍멍이로 바꾸어 읽어준다), 이게 뭐게? 등의 단어에 익숙한 우리 아이에게는 책의 내용 귀에 쏙쏙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엄마 기준으로 보면 참 어설프기 짝이 없는 책들이 아이 눈에는 훌륭한 놀이감이 될 수도 있다. 가끔 대형 마트에서 보낸 전단지를 들여다 보며 바나나와 사과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을 손으로 짚으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아이. 이런 아이들에게 꼭 비싸고 질 좋은 책이 아니라 다양한 소재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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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잠 (양장) - 말문 틔기 그림책 말문 틔기 그림책
신혜은 지음, 장호 그림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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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눈으로 본 책 <나비잠>은 그림이 너무 흐릿하고 어른 취향이라서 아이가 보기에 별로일 것 같은 책이다. 옅은 갈색과 아이보리 톤의 차분한 그림은 파스텔로 그려져 어린아이의 시선을 그다지 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첫 장면은 창 밖으로 별님이 내려 앉고 아이가 앉아서 눈을 부비부비 비비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을 비비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그려져 있는데 우리 아이가 졸려서 눈을 비비는 모습과 똑같다. 다음 장을 펼치면 우리 아기 고양이 잠이 오나 봐 라는 구절과 함께 눈을 비비며 엄마 품에 있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크게 나온다.

 

다음 장은 입을 크게 벌리고 아아함 하품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그 다음에는 하마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하는 게 나온다. 책은 이런 방식으로 아이 모습과 동물 모습을 교차적으로 보여 주어 독특하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다음 장에서 엄마 원숭이 품에 안긴 아기 원숭이가 나오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튀는 느낌 하나 없이 베이지 색이 주를 이룬 그림과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내용. 하지만 아이는 이 책이 무척 좋은가 보다. 항상 잠 자기 전에 읽어 달라고 집어 오는 책도 이것이고 주인공 아이를 손으로 짚어가며 뽀뽀를 날리는 것도 이 책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기와 친근한 대상인 아기 모습이 나오고 좋아하는 동물들이 하나하나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주인공 아가와 동물들의 행동이 자기 자신의 행동과 똑같기까지 하니 아이 입장에선 얼마나 공감이 가는 책인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돌쟁이 아가에게도 동질감이란 것이 존재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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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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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유럽에 머무르면서 나는 사람들이 왜 그토록 유럽 배낭 여행에 열광할까 의아했다. 사람 사는 게 다들 비슷비슷할 텐데 굳이 많은 이들이 유럽을 찾는 이유는 뭘까?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야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풍광과 건물, 이국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저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야말로 많은 이들에게 여행을 떠나도록 하는 동력이 아니던가.

 

<노 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은 20대 후반에 늦은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난 한 여인네의 이야기다. 인생의 방황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던 2002년 무턱대고 처음으로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여행 칼럼니스트 정숙영. 아무 생각 없이 떠난 여행은 그녀의 삶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에서 삽질하다, 난데없이 바람나다 등 소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의 시작은 병원 의사인 한 언니가 뮌헨으로 떠난다는 말에 저자가 부화뇌동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언니의 말에 대뜸 자기도 8월에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날 건데 언니한테 한번 들르겠다는 엉뚱한 소리를 던지는 정박사(그녀의 필명이자 별명이라고 한다).

 

그 동기는 그저 독일에 가면 맛있는 맥주를 배 터지게 마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시작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동기 덕분에 백수인 그녀가 돈도 없으면서 여행을 떠난다. 비록 계기는 빈약했으나 철저히 준비하면서 분홍 파일 하나를 계획서로 만들고 비행기에 훌쩍 오른 그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파일을 통째로 잃어버리며 그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노 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이 되어 버린 그녀의 배낭 여행은 파란만장하기만 하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이상한 성추행범을 만나지 않나, 기차에서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베고 있던 손가방이 찢겨 나가는 것조차 모르지 않나, 하여간 배낭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에피소드는 다 겪은 셈이다.

 

그래도 그녀, 참으로 낙천적이고 착하며 감수성 풍부하다. 고생을 이렇게 한 보따리씩 안고 다니면서도 희희낙락 즐겁게 여행을 즐긴다. 볼 것 하나 없는 밀라노에서 우연히 만난 김군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여행지를 수정하기도 하고, 운명처럼 그를 다시 만나 더욱 재미난 여행을 펼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워낙 계획 없이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를 중심으로 이동하다 보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도 의외의 지출이 많다. 그러나 그녀는 행복하기만 하다. 계획 없이 이동하더라도 언제나 눈 앞에는 볼거리가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며 그녀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여러 촉진제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꼽은 멋진 장면 중 카프리의 푸른 동굴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는 이의 마음마저 들뜨게 만든다.

 

배는 쑤욱 미끄러지듯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안은 제법 넓었다. 몸을 일으켜 동굴을 둘러보았다. 깜깜했다. 이게 무슨 푸른 동굴이냐 검은 동굴이지. 살짝 열 받으려고 했다. 돈 처들이고 뱃멀미까지 했는데 검은 동굴이라니 뭘 죽기 전에 보라는 거야?

 

투덜거리는 동안 배는 넓지 않은 동굴 끝까지 들어가 있었다. 사공 아저씨는 천천히 뱃머리를 입구 쪽으로 돌렸다. 그때였다. 입구 쪽에서 쨍한 햇빛이 들어와 동굴 안 물속으로 퍼져물 속으로 녹아 물속으로물속으로 동굴 안에 담긴 바닷물은, 형언할 수 없는 푸른빛으로 물들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장면을 만날 수 있었으니 그녀의 여행이야말로 행운 가득한 멋진 여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늘 행운만 따를 수는 없는 법. 배낭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차 여행이 피곤과 힘든 일정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정박사는 제멋대로 여행 스케줄을 조정하여 돌아다니는 운명이 아니던가.

 

이러다 보니 원래 약속했던 뮌헨의 의사 언니는 하루 종일 역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숙소로 돌아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가기로 한 날짜에 도착하지도 않고 엉뚱한 날 그녀를 찾아가게 된 저자는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뮌헨의 맛있는 맥주와 분위기에 취해 두 여성들은 마음껏 독일의 낭만을 즐긴다.

 

이 책의 1부는 정박사가 처음으로 떠난 배낭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럼 2부는 어떤 내용일까? 여행 신이 내리게 된 정박사는 무작정 떠났던 첫 배낭 여행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결국 한국에서 여행 가이드 일을 시작한다. 여행이 바로 그녀의 숙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나라 내에서 하는 가이드 일이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지내다가 다시 기회를 만나 유럽으로 떠나는 그녀. 2부는 1년 만에 다시 찾은 유럽 이야기다. 책의 1부가 철부지 아이 같은 정박사의 유럽에서 벌이는 온갖 엉뚱한 에피소드라면 2부는 좀더 정돈된 유럽 여행기다.

 

그래서 1부는 재미와 재치만점의 이야기들이고 2부는 보다 구체적인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2부의 내용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스위스에서 캠핑을 하며 자연과 가까이서 보낸 며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스위스의 푸른 초원에 누워 흰 눈이 덮인 산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많은 것을 가슴에 품고 왔으리라.

 

유럽이라는 나라를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인 여행가가 된 그녀. 그녀가 앞으로 펼칠 여행 이야기가 궁금하다. 현재 저자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와 책을 통해 여행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고 한다. 우리 나라 구석구석, 외국의 조그만 마을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재미있게 전하는 멋진 여행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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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양치기 개라면?
제프 버치 지음, 이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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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란 언제나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여드름투성인 저 젊은이는 당신이 판매하는 페라리 자동차를 원하고 있다. 그는 여자들을 유혹하고 싶고,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으며 우쭐한 기분을 느끼고도 싶다. 당신은 이런 것들을 그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단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그 값을 치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세일즈 기술이란 고객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 즉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서문으로 시작하는 <내가 만일 양치기 개라면?>은 세일즈와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알려 주는 책이다. 세일즈에 대해 너무 노골적으로 서문에 언급해서인지 책 내용이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을 갖게 되지만 의외로 공감이 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세일즈의 기술을 양치기 개의 행동에 비유하여 묘사하는 독특한 방법을 쓴다. 실패한 세일즈 맨 데릭은 길을 걷다가 어느 날 마법에 걸려 양치기 개로 변하게 된다. 그가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양치기 개의 성공 철학을 배워야만 한다. 이런 설정은 동화에서 차용한 것인데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글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을 준다.

 

양들을 우리로 몰기 위해서 양치기 개는 어떤 행동을 보일까? 이런 문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본 현대인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양치기 개의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것을 세일즈 법칙에 대입하였다. 이 책에서 양떼는 고객에 해당하고 양치기 개는 자신의 제품을 팔아야만 하는 비즈니스 맨을 의미한다.

 

그럼 양치기 개의 행동 철학은 어떤 것일까? 우선 양들의 행동을 분석해 보자. 목동이나 양치기 개가 양들에게 이쪽으로 가라고 하면 순순히 따르는 무리는 별로 없다. 그들은 대부분 자기 고집대로 가던 길을 가려고 한다. 이렇게 자기 방식대로 길을 가는 양을 보고 , 그래. 그럼 내버려 둬야지 뭐. 라고 간단히 대답해 버리는 양치기 개도 없다. 그들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양들을 설득하여 우리로 몰아간다.

 

이렇게 양치기 개가 양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바로 수익을 거두는 세일즈의 과정과 같다. 거칠고 말 안 듣는 양과 같은 고객을 끈기 있게 설득하여 양 우리로 몰아 넣는 일, 즉 자신의 판매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일이 바로 세일즈 그 자체이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신중해야 하지만 언제나 흥미진진한 요소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양치기 개와 비교하여 전달하는 몇 가지 중요 세일즈 포인트를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양과 염소를 구별하여 세일즈 상대를 선정해야 한다. 이 말은 양이 아닌 염소 따위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내 제품을 살 수 있는 상대인가를 철저히 파악하여 인 경우에만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그리고 양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데릭을 길들이는 한 친구 개는 새로 온 양들을 모는 동안에는 단단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존중하고 최대의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그들이 개를 믿고 점점 불어나는 양의 무리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들을 통제한답시고 막무가내로 그들을 향해 달려가면 금새 도망칠 것이다. 세일즈맨이 고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제품을 들이민다면 어떤 고객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양들이 개를 믿을 때 그가 인도하는 길을 걷는 것처럼 고객은 언제나 자기에게 믿음을 주는 판매자로부터 제품을 구입하게 되어 있다.

 

양들을 몰 때 가장 큰 딜레마가 그거야. 그들과 멋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지만 너무 몰아붙여서도 안 돼.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떠날 줄을 몰라. 우린 양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야 해. 변화는 누구나 싫어하지. 그러나 변하게 만드는 것이 네 일이라면, 약간의 저항은 각오해야 할 거야.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양들을 우리로 몰기 위해선 계획을 신중하게 새워야 한다. 우선 양들이 언제나 자신들의 자유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에 의해 독촉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양들은 우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쳐버리고 만다.

 

세일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치기 개가 양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일즈맨은 고객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나친 강요와 통제는 고객을 뒷걸음질치게 만든다. 저자는 일의 완급 조절을 잘 해야만 성공하는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을 우리로 몰고 갔다고 하여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양들에게 칭찬을 듬뿍 해주어 양들의 선택이 최고라고 부추긴다. 그러면 양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하고 금새 양치기 개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세일즈에서는 고객이 거래에 동의하는 순간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칭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들은 만족감과 동시에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

 

이런 과정은 훗날의 거래를 위해서 중요하다. 세일즈라는 업무의 특성상 한 번의 거래로 고객과 영영 이별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세일즈맨은 여러 면에서 수익을 올리기 쉽다. 그러므로 일이 끝나는 순간까지 양치기 개처럼 고객에게 충실해야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양치기 개의 인생도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든다. 세일즈맨이 고객과의 관계에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그들도 양을 몰기 위해 온갖 머리를 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루하고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늘 흥미진진한 모험적 요소를 갖고 있기에 재미가 있다. 세일즈 또한 고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면서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열쇠를 쥐고 있기에 흥미진진하다. 마치 양치기 개 데릭의 모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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