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양치기 개라면?
제프 버치 지음, 이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세일즈란 언제나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여드름투성인 저 젊은이는 당신이 판매하는 페라리 자동차를 원하고 있다. 그는 여자들을 유혹하고 싶고,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으며 우쭐한 기분을 느끼고도 싶다. 당신은 이런 것들을 그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단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그 값을 치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세일즈 기술이란 고객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 즉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서문으로 시작하는 <내가 만일 양치기 개라면?>은 세일즈와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알려 주는 책이다. 세일즈에 대해 너무 노골적으로 서문에 언급해서인지 책 내용이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을 갖게 되지만 의외로 공감이 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세일즈의 기술을 양치기 개의 행동에 비유하여 묘사하는 독특한 방법을 쓴다. 실패한 세일즈 맨 데릭은 길을 걷다가 어느 날 마법에 걸려 양치기 개로 변하게 된다. 그가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양치기 개의 성공 철학을 배워야만 한다. 이런 설정은 동화에서 차용한 것인데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글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을 준다.

 

양들을 우리로 몰기 위해서 양치기 개는 어떤 행동을 보일까? 이런 문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본 현대인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양치기 개의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것을 세일즈 법칙에 대입하였다. 이 책에서 양떼는 고객에 해당하고 양치기 개는 자신의 제품을 팔아야만 하는 비즈니스 맨을 의미한다.

 

그럼 양치기 개의 행동 철학은 어떤 것일까? 우선 양들의 행동을 분석해 보자. 목동이나 양치기 개가 양들에게 이쪽으로 가라고 하면 순순히 따르는 무리는 별로 없다. 그들은 대부분 자기 고집대로 가던 길을 가려고 한다. 이렇게 자기 방식대로 길을 가는 양을 보고 , 그래. 그럼 내버려 둬야지 뭐. 라고 간단히 대답해 버리는 양치기 개도 없다. 그들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양들을 설득하여 우리로 몰아간다.

 

이렇게 양치기 개가 양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바로 수익을 거두는 세일즈의 과정과 같다. 거칠고 말 안 듣는 양과 같은 고객을 끈기 있게 설득하여 양 우리로 몰아 넣는 일, 즉 자신의 판매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일이 바로 세일즈 그 자체이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신중해야 하지만 언제나 흥미진진한 요소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양치기 개와 비교하여 전달하는 몇 가지 중요 세일즈 포인트를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양과 염소를 구별하여 세일즈 상대를 선정해야 한다. 이 말은 양이 아닌 염소 따위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내 제품을 살 수 있는 상대인가를 철저히 파악하여 인 경우에만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그리고 양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데릭을 길들이는 한 친구 개는 새로 온 양들을 모는 동안에는 단단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존중하고 최대의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그들이 개를 믿고 점점 불어나는 양의 무리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들을 통제한답시고 막무가내로 그들을 향해 달려가면 금새 도망칠 것이다. 세일즈맨이 고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제품을 들이민다면 어떤 고객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양들이 개를 믿을 때 그가 인도하는 길을 걷는 것처럼 고객은 언제나 자기에게 믿음을 주는 판매자로부터 제품을 구입하게 되어 있다.

 

양들을 몰 때 가장 큰 딜레마가 그거야. 그들과 멋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지만 너무 몰아붙여서도 안 돼.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떠날 줄을 몰라. 우린 양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야 해. 변화는 누구나 싫어하지. 그러나 변하게 만드는 것이 네 일이라면, 약간의 저항은 각오해야 할 거야.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양들을 우리로 몰기 위해선 계획을 신중하게 새워야 한다. 우선 양들이 언제나 자신들의 자유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에 의해 독촉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양들은 우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쳐버리고 만다.

 

세일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치기 개가 양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일즈맨은 고객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나친 강요와 통제는 고객을 뒷걸음질치게 만든다. 저자는 일의 완급 조절을 잘 해야만 성공하는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을 우리로 몰고 갔다고 하여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양들에게 칭찬을 듬뿍 해주어 양들의 선택이 최고라고 부추긴다. 그러면 양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하고 금새 양치기 개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세일즈에서는 고객이 거래에 동의하는 순간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칭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들은 만족감과 동시에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

 

이런 과정은 훗날의 거래를 위해서 중요하다. 세일즈라는 업무의 특성상 한 번의 거래로 고객과 영영 이별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세일즈맨은 여러 면에서 수익을 올리기 쉽다. 그러므로 일이 끝나는 순간까지 양치기 개처럼 고객에게 충실해야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양치기 개의 인생도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든다. 세일즈맨이 고객과의 관계에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그들도 양을 몰기 위해 온갖 머리를 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루하고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늘 흥미진진한 모험적 요소를 갖고 있기에 재미가 있다. 세일즈 또한 고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면서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열쇠를 쥐고 있기에 흥미진진하다. 마치 양치기 개 데릭의 모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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