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수근 - 공간을 디자인하다 예술가 이야기 4
황두진 지음 / 나무숲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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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수근>은 이상주의적이고 열정적이었던 한 청년 건축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보다 성숙된 건축물을 설계하고 발전하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이야기한다. 세운상가처럼 도약적이면서 현실과 조금 걸맞지 않은 작품을 만들던 김수근. 그는 다양한 분야의 건축물을 세우면서 점차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고 자연친화적인 건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막히지 않은 공간을 창출하도록 다양한 시도를 펼친 공간 사옥, 콘크리트와 철재 같은 인공 구조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산과 조화를 이루며 낮은 모습으로 한계령에 웅크리고 있는 한계령 휴게소 등은 그의 빛나는 건축 업적 중에 속한다.

 

해마다 춘천 인형극제가 열리는 강원 어린이 회관은 1979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이지만 붉은 벽돌과 자연 친화적인 구조로 현재까지 독특한 위용을 뽐낸다. 아름다운 호숫가의 경관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낮게 설계된 무대와 층층이 올라가는 관중석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건물도 이렇게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김수근은 간암 진단을 받은 마지막까지도 공사 현장을 다니며 자신의 일을 향해 매진한다. 쉰 여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병상에서 서울역 앞의 게이트웨이 타워를 설계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이 세상을 보낸 김수근. <건축가 김수근>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어른이 함께 읽으며 아름다운 생애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책이다.

 

멋진 삶을 살아간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다. 아이들은 인물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기 나름의 역할 모델을 세우고 그들처럼 살고 싶은 꿈을 꾼다. 굳이 먼 외국의 위인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 현실에서 가까운 곳에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은 존재한다. 그들의 모습을 자주 아이에게 들려 주자. 그러면 아이는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올곧은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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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
강명희 지음 / 김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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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똑똑하고 공부 잘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다. 특히 교육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 나라 엄마들은 그 욕심이 더하다.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는 이렇게 걱정과 조바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교육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이 둘을 별다른 과외 한 번 안 시키고 미국의 명문대에 입학시켰다.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그런 저자에게 많은 엄마들이 교육 비법을 물어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자녀 교육 원칙은 아이들의 인지적, 신체적 발달 단계에 맞춰 교육하는 것이라고 한결같이 대답한다.

 

나는 아이들의 주요 과목 학업 성취도에 예의주시하면서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 정도에는 관심을 두었지만 전교 석차에 매달리지 않았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했던 아이들의 지식은 학년을 거듭하면서 큰 힘이 되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학교 공부나 미국 대학 입학 시험 준비에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책은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서 출발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은 많은 한국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학과 교수가 아니라 학부모의 관점에서 본 공교육과 학교 선생님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큰 아이가 학교 폭력 문제로 곤란에 빠진 적이 있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하여 전반적인 한국 공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비약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나서 미국에서 지낼 때 경험했던 미국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한다. 미국 교육이 지닌 장점도 많겠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꽤 있다. 미국 교육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측면을 북돋아 주는 교육을 실천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나 인종차별 등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저자는 이런 측면은 간과한 채 지나치게 긍정적인 요소만을 부각시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극성 엄마들을 일깨우는 좋은 내용이 많다. 모두 저자 자신이 두 아들을 키우면서 직접 체험하고 교육한 것들이라 이제 막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된다. 저자의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하여 장성한 청년기까지 실제 교육했던 경험담이 오목조목 적혀 있다.

 

책을 많이 읽어 주고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도와준 일,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친 일, 풍부한 배경 지식을 알려 주면서 많이 대화한 일, 암기하라거나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아이를 믿어준 일 등 저자가 행한 교육법은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고민하고 따라 해 볼만한 일들이다.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일관되게 저자가 실천한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을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둘째 아이의 지적 능력보다 인성과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교육을 실천한 것, 셋째 아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

 

여기서 아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이른바 강남 엄마들처럼 아이의 스케줄 매니저가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풍부한 지적 자극을 제공하고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도우미 역할을 의미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한번도 철자 교육이나 문자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옆에서 많은 책을 읽어 주면서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더니 아이가 저절로 글자를 읽게 되었다.

 

이런 교육 방식은 많은 엄마들이 본받을 만하다. 학습지다 학원이다 하며 아이에게 억지 공부를 시킬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주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재미를 붙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자란 아이는 엄마가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더라도 알아서 탐구욕을 불태우며 재미 있는 인생을 그려 나간다.

 

저자처럼 느긋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이 필요하다. 옆집 아이가 조기 영어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나도 덩달아 아이에게 영어 학습지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 테이프와 책을 보여 주면서 영어가 재미 있는 언어라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 더 낫다. 아니면 재미있고 짧은 영어 애니메이션을 한편 보든가.

 

우리 나라 엄마들은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열성적이다. 그래서 아이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바란다. 좀 더디고 답답해 보이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멋진 인생을 산다는 사실. 이 평범한 사실을 잊은 채 아이에게 단순 암기와 학업 성취도의 결과만을 강요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그 무거운 짐을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지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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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 원작, 코하세 코헤이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홍렬 옮김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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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있어 어른들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세상을 보는 눈이 결정되기도 한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만큼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도 없다.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는 세상의 모든 바쁜 아빠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이라는 미국의 작가가 쓴 <Father Forgets>라는 에세이를 토대로 하여 일본의 유명 그림책 작가가 각색한 것이다. 독특하게도 유명 개그맨인 이홍렬 씨가 번역을 하여 책 소개를 맡았다. 그는 이전에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하기는 어렵다>는 책을 통해 아빠 역할에 대한 자기 반성을 선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언제까지 수건만 들고 서 있을래?

놀았으면 장난감을 제자리에 정리하라고 했잖아!

또 흘린다!

식탁에 팔꿈치 올려 놓지 말라고 했지!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 놓고 화부터 내는 아빠. 느려 터지고 배짱 없고 단정치 못한 아이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는 아직 어른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퉁명스러운 아빠에게 다가가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하며 품에 안기는 아이. 아빠는 그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이가 잠든 방문을 살며시 열어 본다.

 

아빠는 너를 어른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봐. 잠든 너는 이렇게 작고 어린데 말이야. 아빠는 네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구나. 그 동안 너를 너무 아빠 마음대로 하려고 했었나 봐. 하지만 네가 아빠의 소중한 아들이기 때문이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었단다. 너는 정말 좋은 아이야.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아이를 바라 보는 아빠. 그리고는 앞으로 아이에게 진짜 아빠다운 아빠가 될 것을 다짐한다. 어린 아이에게 한꺼번에 아빠의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괴로운 일도 기쁜 일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될 것을 맹세하는 마지막 모습은 감동적이다.

 

책은 마지막에 아빠는 네 모든 걸 진짜진짜 사랑한단다. 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이 한 구절에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아이에게 쉽게 잔소리하고 화를 내는 부모들. 그런 어른이 되기에 앞서 내가 우리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매일같이 생각해 본다면 무턱대고 아이를 무시하는 행동은 없을 것이다.

 

아이 책을 고르면서 함께 읽다 보면 어른인 내가 반성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아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도 얻게 된다. 아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어른일까? 내 아이를 사랑하기에 좋은 어른의 모범을 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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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따라가면 안 돼 경독교육동화 1
트릭시 하버란더 글, 우어줄라 키르히베르크 그림, 조영수 옮김 / 경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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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낳고 보니 세상의 험한 소식들을 들으면 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어른들도 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하물며 힘도 없고 약한 아이들은 오죽 하랴. 조금 자라면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지 마음은 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불안한 마음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학원이다 유치원이다 해서 바깥 세상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

 

<낯선 사람 따라 가면 안 돼>는 주인공 아이를 화자로 설정하여 어린이들이 어떻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 책은 뮌헨의 가족 평등 실천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어머니들 연구 모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서 나온 창작 동화다. 서문에서 저자는 상담을 하다 보면 매일 어린이들의 유괴 문제와 부딪히게 됨을 실토한다.

 

주인공 리자는 매일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어느 날 아빠는 신문에서 어떤 아이가 유괴 당했다는 기사를 읽어주면서 절대로 낯선 사람을 따라 가면 안 돼! 라고 강조한다. 아빠가 일일이 설명하는 말을 마음에 꼭 새겨 두는 리자.

 

아빠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문을 열어 주어서도 안 되고, 모르는 사람이 차를 태워준다고 해도 타면 안 된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장난감을 주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아이들을 데려가 꽉 붙잡아 놓고는 옷을 벗기고 아주 아프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리자는 아빠의 말을 항상 명심하고 혼자 있을 때는 문도 열어주지 않았고 낯선 사람이 차를 태워 준다고 해도 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아저씨가 옆에 와서 노는 모습을 본다. 이미 여러 번 봤었기 때문에 아저씨가 전혀 낯설지 않은 리자. 아이는 아저씨가 토끼 한 마리를 준다는 말에 선뜻 따라 나선다.

 

아저씨 집에 들어가니 토끼는 없고 갑자기 이 남자는 리자에게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한다. 다행히도 같이 놀던 친구 페터가 이 사람을 이상하게 여겨 바로 신고를 하고 그 집을 찾아 가서 리자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온 리자는 잠자리에 들면서 이제 다시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을 거야 하고 다짐하며 잠이 든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나라의 많은 성범죄도 동네에서 아는 얼굴인 주변 인물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굴면서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가족 이외에 너를 데리고 가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할 때에는 너무 어른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면서 얘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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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와 자녀의 미래를 바꾸는 가족식사의 힘
미리엄 와인스타인 지음, 김승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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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의 가족들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 우리 가족만 보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 하루 딱 한끼, 저녁에만 모두 모여 밥을 먹는다. 비록 진수성찬은 아닐지라도 소박한 밥상 앞에 세 식구가 둘러 앉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 집은 한끼라도 같이 식사를 하니 다행인 편이다. 주변에 많은 가정들을 보면 대부분 아이의 학원과 학교 스케줄, 남편의 야근과 회식 등의 이유로 모두 모여 밥을 먹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가정의 식단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엄마가 차려주는 간식을 대충 먹고 엄마들도 혼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만다.

 

<가족 식사의 힘>은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현대 가정의 식사 습관을 바꾸는 운동에 앞장서는 내용이다. 저자는 요즘 가정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바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가정의 불화, 서로 간의 냉대, 아이들의 탈선 등은 모두 가족 간의 따뜻한 시간을 가지다 보면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서적인 문제들이라고 한다.

 

책에 의하면 가족 식사는 가족이라는 개념과 그 유산 그리고 신뢰로 맺어진 공동체를 인식하게 만들고 이를 더욱 공고히 연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험난한 가정 밖의 세상에서 벗어나 가족의 사랑과 공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식사 시간이다. 집안의 가장은 집에서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밖에서 무겁게 지고 있던 짐을 비로소 벗는다.

 

아이들은 가족 식사 시간에 부모와 대화를 나누며 따뜻한 가족의 정을 맛볼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활을 엿보고 도움을 주는 상담자 역할을 자연스레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꼭 식사 시간에만 이루어지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딱딱하게 , 이제 대화를 해 보자 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훨씬 편안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식사 준비와 정리를 도우며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행동 방식을 습득한다. 굳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르단다 라고 가르치지 않더라도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정리하는 습관을 길들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는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족 식사는 정서적 효과만 갖는 게 아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아이들은 거식증이나 폭식증, 비만, 고 콜레스테롤 등의 문제에서 탈피할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가족 식사를 자주 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가족 식사는 밖에서 먹는 음식들보다 칼로리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가족과 함께 있는 밥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실은 온 가족이 모여 앉은 밥상이다. 가족 식사는 가족의 유산과 문화를 배우게 한다. 가족 식사는 가족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이 글귀는 책의 12개 챕터 맨 첫 장마다 쓰인 글이다. 책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이 글은 가족에게 있어 식사는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임을 일깨워 준다. 이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가족과 함께 있는 밥상이라는 문장이다. 누구나 다 공감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마주하는 식사가 얼마나 부족한가.

 

가족 식사를 할 때 특히 유의할 점은 바로 텔레비전을 끄는 일이다. 현대의 많은 가정이 텔레비전을 켜고 별 다른 대화를 하지 않으며 식사를 한다. 대화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결국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용과 관련된 화제들이다. 가끔은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늘 텔레비전을 켜놓고 식사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내 아이, 내 배우자를 사랑한다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자주 갖자. 텔레비전을 끄고 함께 식사를 준비하면서 따뜻한 밥상에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어 보자. 그러다 보면 우리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시간이 그립다. 어린 시절 엄마가 맛있게 준비한 저녁을 가족 모두가 도란도란 둘러 앉아 먹던 시간들, 이제는 너무 오래 지나버려 다시는 올 수 없는 그 순간을 말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족 식사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가지는 일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도외시했던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끌어내어 다시 우리의 식탁에 펼쳐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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