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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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슬프고 힘든 일을 동반한다. 어릴 적에는 빨리 자라고 싶어 엄마 몰래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들의 세계가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의 세계는 어린 시절 꿈꿔왔던 것과는 다른 진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은 이미 세상을 많이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생각일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백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달콤한 꿈을 잃어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 듦을 한탄하고 세월의 화살에 슬퍼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혜남 씨는 정신분석 전문의로 20여 년의 세월을 산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는 5년 전쯤 자신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음을 발견하고 사는 게 무엇인가,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깨달은 삶의 진리와 인생의 아름다운 여정을 조용조용히 토로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참으로 많은 것을 잃는다. 어머니의 자궁과 이별하는 출생의 충격을 시작으로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잃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잃고, 꿈 많은 학창 시절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젊음을 잃는다. 그러다 결국은 이 세상과 작별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또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게 인생이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려서 아프고 괴로운데 그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엄한 현실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경쟁을 거쳐야 하며, 어떤 것도 대가 없이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다. 나이 들수록 책임감으로 더욱 고달파지면서 인간미마저 잃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다는 것은 슬프고 고되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슬퍼하고 어떻게 떠나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이렇게 많은 것을 잃으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진리일진대, 늙어감에 대해 너무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를 즐기는 편이 더 이롭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에 동참해 보자. 그러면 더욱 너그러운 마음으로 인간은 모두 제각기 독특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사고 방식은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 질투와 분노를 다스릴 힘을 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괜한 미움에 몸을 떨며 괴로워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워하더라도 조금만 미워하고 얼른 그 상처를 잊어버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

 

우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한편으로는 사랑과 믿음이라는 따뜻한 마음도 나누며 산다. 그래서 이 세상이 살만한 것이다. 미움, 분노, 질투, 원망 등의 부정적 자세만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을 비관하다가 정신적인 난관에 빠지고 만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에서 이런 과정을 겪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밝고 아름답고 행복한 일들도 많다. 힘든 일에 얽매여 자신을 망가뜨리기 보다 그저 물 흐르듯이 세상의 밝은 측면을 발견하며 사는 모습이 더 행복하다. 그래서 행복을 꿈꾸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장의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성장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성장의 목적은 바로 우리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우는데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차근히 배워 나간다.

 

지나가 버린 것들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것들을 맞아들이는 법, 서로 사랑하며 감사하는 법, 그리고 인생의 작은 행복을 느끼고 즐기는 법을 비록 내가 더 많이 배우지 못할지라도 나는 그것에 만족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나니까.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언젠가 모든 것을 잃고 다른 세상으로 떠날 운명을 타고 났다.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 내가 지닌 모든 것들, 부와 권력, 자부심, 젊음, 건강,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까지 그저 한 생명을 누리며 이 세상에 소풍 온 것처럼 살다 가면 된다.

 

저자는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으며,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사랑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건강한 어른은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으며 성실하다고 느끼며 자아 정체성이 있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가꿀 줄 안다고 믿는다.

 

우리 마음 속에 인생에 대한 비관적 태도나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집착, 괴로움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 곳을 청소해 보자. 훌훌 털어낸 자리에는 행복과 사랑, 너그러움, 배려, 온정 등의 따뜻한 마음들이 내려앉을 것이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 괴로움에 자신을 학대하며 살 필요가 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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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야, 무얼 보니? - 자음 숨은그림찾기 비룡소 창작그림책 26
정지영.정혜영 지음 / 비룡소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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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원색의 그림이 그려진 그림책은 아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활력을 불어 넣는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선명한 원색을 더 잘 인식하기 때문에 화려한 그림책을 더 잘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색의 그림책은 싫증 나기가 쉽고 순간의 흥미만을 주어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자극적인 것만 관심을 갖고 본다면 서정적인 그림이나 무채색이 돋보이는 그림책을 접하도록 해 보자. 출판되는 아기 책 중에는 연필화로 그려진 무채색의 그림책이나 한국적 회화 기법으로 은은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 꽤 있다. 

 

비룡소에서 나온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는 동양화와 조소를 전공한 정지영, 혜영 자매가 구상부터 글, 그림의 완성까지 모두 공동 작업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직접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두 작가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겪은 일들을 소재로 하여 그림책을 만들어 왔다.

 

이 책은 <야금야금 사과>라는 책과 한 세트로 아이에게 한글 자음과 모음을 자연스레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야금야금 사과>는 모음을 설명하며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는 자음을 하나씩 보여준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이 왼쪽 페이지에 커다랗게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기역으로 시작하는 이름의 동물인 고슴도치 그림이 있다.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부드럽고 친숙한 느낌이 들며 쓰인 글귀도 아이가 듣기 좋은 리듬감을 갖추고 있다.

 

을 보여주는 장에서는 아야 아야, 가시에 찔린 너구리를 봐. 너구리야, 너구리야,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하여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면 다음 장에서 을 보여주고 아작아작 다람쥐가 도토리 씹는 소리야. 다람쥐야, 다람쥐야, 무슨 냄새니? 라는 글귀로 이어진다.

 

즉 자음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 자음을 음절 첫머리에 갖고 있는 동물을 하나 같이 등장시키고 그 동물에게 말을 걸면서 계속 이어지는 재미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고슴도치 너구리 다람쥐 라마 등으로 이어지는 동물들 이야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ㄴ,ㄷ,ㄹ 등의 한글 자음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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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누구 도토리 자연 그림책 1
심조원 글, 권혁도 그림 / 보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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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도토리 자연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인 <누구야 누구>는 한국화 기법으로 동물을 소개하는 책이다. 등장하는 동물들이 하나씩 이어지는 형식은 <고슴도치야, 무얼 보니?>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각 장에 숨어 있는 동물의 일부를 조금씩 보여 주어 더욱 흥미롭다.

 

삐삐삐 삐악삐악

병아리 떼 줄줄이

엄마 따라 가는데,

꽥꽥꽥 꽉꽉꽉.

어어, 누구야 누구?

 

이렇게 시작하는 첫 장면에는 닭과 놀고 있는 어린 병아리들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책의 여백과 잘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어어, 누구야 누구?라고 질문을 던지는데 수풀 너머에 오리 엉덩이가 보인다. 아이들은 동물의 일부만 보고 다음 장에서 오리가 등장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에는 오리 가족이 등장하고 이들은 나란히 걸어가면서 개 짖는 소리를 듣는다. 의성, 의태어를 사용하여 다음에 등장할 동물을 맞춰보게 하는 것도 흥미롭다. 호기심이 많고 무언가를 맞추기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적합한 내용의 책이 아닐 수 없다.

 

꽥꽥꽥 꽉꽉꽉 아기 오리 나란히 엄마 따라 가는데, 멍멍멍 멍멍멍. 어어, 누구야 누구?

 

책의 마지막에는 살금살금, 바스락바스락, 사브작사브작, 부스럭부스럭과 같은 몸짓 소리와 야옹야옹, 음머어, 멍멍멍, 삐악삐악과 같은 입 소리를 따로 모아 보여 주면서 아이들에게 각 소리들의 차이점을 느끼도록 한다.

 

책 중간에서 각 소리의 주인공들을 하나씩 만나 보았던 아이들은 마지막 장에 어우러져 뛰노는 동물들을 만난다. 그리고는 각각의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김새와 그들이 가진 소리를 하나하나 연관시켜 생각해 보게 된다. 복합적인 장면 안에서 개별적 연관성을 생각해 보는 고도의 사고력이 요구되지만 아이들은 하나씩 맞춰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경우 그 구성이나 발상이 매우 독특하고 재미 있다. 한국화 기법을 사용하여 부드럽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여주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함축하고 있어서 만 3세 정도의 지적 욕구가 강한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그림책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다면 이러한 유형의 책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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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민 학교 세트 - 전5권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1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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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이들을 보면 버릇없다, 제멋대로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고집불통으로 자기 주장만 우기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어른들의 나쁜 행동만 배워버린 꼬마 악동들. 그들에게도 평화, 평등, 정의, 정직, 배려 등의 공익적 가치관을 심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들을 붙들어 놓고 친구랑 사이 좋게 지내야 돼, 불쌍한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거라와 같은 형식적인 말을 늘어 놓지는 말자. 아이들에게 이런 추상적인 이야기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먼 메아리와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는 것이 더 낫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시리즈는 이처럼 천방지축인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가치관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총 5권의 책은 각각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펴낸 이는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어린이들이 당당하고 정의로우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올곧은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치와 좋은 생각을 담으려 했다고 전한다.

 

5권의 책은 각각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모두 아이들의 사회성을 긍정적으로 발달시키는 데에 도움되는 내용들이다. 제 1권은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라는 제목으로 세상에는 나와 우리 가족과는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 하루는 가스똥이 선생님한테 물었어요.

선생님, 우리는 왜 모두 다르게 생겼어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해 봐.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들처럼 다 똑같다면 가스똥이 누구인지 찾아낼 수 없을걸.

-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면 정말 재미 없을 거예요

 

이렇게 특정한 상황 속에서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큰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어떤 사고나 가치관을 명령하고 강요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대화나 독서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느끼고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가스똥이라는 개구쟁이 꼬마의 생활을 보여 주며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준다.

 

2권 내 마음대로 할거야!에서는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 선생님께 왜 내 마음대로 말하면 안 되냐고 질문하는 가스똥. 선생님의 대답은 바로 하고 싶은 말은 다할 수 있다. 하지만 욕은 안 된다. 왜냐하면 욕은 남을 때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니까라는 명답이다.

 

학교에서 친구랑 싸운 가스똥에게 엄마는 다른 사람이 때린다고 해서 같이 때리면 그 싸움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말한다. 서로 점점 더 세게 때리다 보면 몸에 상처만 남는다는 엄마의 말은 자연스럽게 폭력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알려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폭력이 왜 나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3권 학교에 꼭 가야 해?는 학교라는 공공 기관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 준다. 4권 이건 불공평해!에서는 세상의 평등과 서로 다름, 공정함의 개념을 알려 준다. 몹시 추상적인 이 개념들이 가스똥의 생활과 대화 속에 녹아 있어 이해하기 쉽다.

 

- 학교 운동장에서, 가스똥이 화가 나서는

앙리가 나보다 구슬을 훨씬 더 많이 가졌어요. 불공평해요.

그래, 앙리가 너보다 구슬을 더 많이 가졌네. 하지만 앙리가 속임수를 쓴 게 아니라 게임에 이겨서 딴 거잖아. 앙리가 운이 좋은 거지, 불공평한 건 아니야.

- 규칙이 정당하다면 그 결과를 받아 들이는 것이 좋아요.

 

아주 간략하면서도 쉽게 다가오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책의 각 장에는 이렇게 간단한 대화 상황과 귀여운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특히 글이 많은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짧고 간단한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귀여운 가스똥의 모습을 보면서 정의와 평등, 공정성과 배려 등의 공익적 가치를 습득할 수 있다.

 

5권 난 어디서 왔을까?는 조상과 부모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이 책은 부모와 자신의 관계 및 자기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함으로써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꼬마 시민 학교>는 이렇게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림책 시리즈이다.

 

아이들에게 입으로만 질서를 지키자, 예절 바른 사람이 되자, 남을 배려하자, 이웃을 돕자라고 부르짖지 말자. 우선은 부모가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아이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 산교육이다. 그와 함께 공익적 가치를 잘 정리해 놓은 책을 읽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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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이야기 - 청소년을 위한 화가 이야기 1
김종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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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어떤 것을 경험하고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한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의 총체이다.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 방향이 결정된다.

 

음악가 집안에서 음악가가 나오고 미술가 집안에서 미술가가 나오는 것 또한 비슷한 이치이다. 한 사람이 어떤 세계를 많이 접하며 자라는가는 그의 인생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아이의 감성을 발달시키고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싶다면 음악, 미술 등의 감각적 세계를 많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주 어린 시기인 영아기부터 미술과 음악을 자주 접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감각적인 재능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술가 가정에서 미술가가 탄생하는 것은 다른 가정에 비해 그 집안의 분위기가 미적인 소재들이 풍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란 아이의 음감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발달하는 것도 그러하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자주 데리고 음악회나 미술관에 가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 상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처럼 그림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명화가 담긴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체험을 대신할 수 있다. 밖에서 얻지 못하는 그림에 대한 느낌을 집에서 책을 통해 자주 접하도록 해주면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럼 영아기 아이에게 보여줄 만한 명화가 담긴 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기용으로 제작된 명화 감상 책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청소년을 위한 그림 해설집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과 간단한 해설이 담겨 있어 엄마도 공부할 겸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태교명화>라는 제목으로 그림 태교 책을 펴냈던 김종근 님이 쓴 <피카소 이야기>는 피카소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 책이다. 피카소의 일대기와 작품 설명을 모두 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방대한 작품 양으로 유명한 작가가 바로 피카소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인 만큼 아주 간결하고 쉽게 피카소의 작품과 일생을 이야기한다. 너무 간단해서 과연 그의 작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면 일단 책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짧게 이야기하면서도 그의 작품 세계를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여기 한 사람의 화가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탄생은 미술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이름으로 기록되었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언제나 천재화가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파블로 피카소. (중략)

 

아버지는 미술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피카소는 말도 잘 못하는 시기에 크레용부터 달라고 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어요. 여기 <맨발의 소녀>를 봐요. 14살의 어린 소년의 그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묘사력은 소문이 났지요. 당시 이 <맨발의 소녀>는 가난했던 슬픔에 찬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피카소는 이때 이미 스스로를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다고 자랑했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피카소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큼직한 대표작 그림으로 연결되며 책장을 장식한다. 피카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른들도 쉽게 읽으며 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은 진지하다. 피카소에게 영향을 준 사건과 사람, 그로 인해 얻어진 독특한 그림 세계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저자는 15년 전 파리에서 20세기 현대 미술사에 홀로 푸르른 한 거장의 특별전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왜 이토록 피카소에 열광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그의 많은 작품을 다 보여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피카소를 이해하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피카소가 절친했던 친구를 잃고 우울한 시기를 보내며 그린 그림들은 청색 시대라는 이름으로 대표된다. 이 시기에는 푸른 톤의 차갑고 어두운 색채로 어려운 빈민들, 장님, 거지, 거리의 악사 등을 많이 그렸다. 실의에 빠진 한 쌍의 연인이 그려진 그림의 제목은 <인생>으로 마치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힘겹고 어둡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암울한 청년기에는 이처럼 슬픈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입체파라고 불리던 안정기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구축하며 다양한 작품을 정열적으로 그린 피카소. 저자는 키파소의 그림들이 기존 화가들인 앵그르, 세잔느, 모딜리아니 등의 작품을 토대로 하였지만 그들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말년에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중에는 그 유명한 <게르니카>와 우리의 6.25를 그린 <한국인의 학살>도 있다. 책은 이처럼 우리 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피카소의 작품을 설명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가 되도록 유도한다.

 

도서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을 위한 미술 안내 서적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 실정에 맞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진정으로 고려하는 책은 드문 편이다. 어른의 시각으로만 그림을 설명하고 강요하려 든다면 아이들은 오히려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미술, 음악, 무용 등의 감각적 예술 세계를 설명하는 책들이 보다 많이 나오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세계를 어른보다 훨씬 빨리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좋은 예술 서적들이 그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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