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치고 악 쓰고

안돼, 데이빗! ㅣ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안돼. 데이빗’을 읽고

이 책은 그림책이다. 막상 이 책을 펼쳐보니 ‘안 돼’라는 말이 너무 많았다. 하면 안 되는 것 투성이. 가지마, 먹지마, 만지지마, 하다못해 이리와, 시끄러워, 못써, 얌전히 못 있니, 네 방으로 가라, 당장 그만둬, 치워라, 이런 말들만 거의 소리치듯 나와 있다. 명령조로 악 쓰는 소리. 바로 내가 내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다. 놀랐다. 이러지 말아야지 싶었다. 아이들은 호기심도 많고 탐험심도 많다. 온갖 것들이 다 놀이의 대상인데, 그래서 신나게 놀고 장난을 하는데 어른들은 온힘을 다하여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나중에야 나쁜 뜻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리오렴, 사랑한다!’ 안아주면 그 말 한마디에 아이는 활짝 웃고 만다. 데이빗과 데이빗 엄마 같은 경우는 많다. 그래서 아이는 야단치는 줄 알고 울기도 하고 시끄럽지만 그래도 품에 안아주면 모든 게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냥 되도록이면 놔두고 같이 놀아주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그래, 네 맘대로 하여라.’ 가끔은 그래보자. 그러면 얼마나 좋아할까? 보면 엄마들은 분명히 처녀 적에는 목소리도 곱고 작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이상하게 그 곱고 얌전하던 자태는 어디가고 목소리만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아이들 때문인가?(ㅋㅋ) 이 책은 온통 대화 없는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그림의 책이다. 생각해볼 일이다. 반대로 엄마에게 소리치는 책은 아닌지.

팥죽을 너무 좋아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5
조대인 글, 최숙희 그림 / 보림 / 1997년 6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읽고

옛날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한 얘기 또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 이 옛날 이야기는 산뜻한 그림과 더불어 이야기의 흥미 또한 만만치 않다. 반복되는 말들은 아이들에게 더욱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에고, 힘들어.”“에고 에고, 힘들어.” “에고 에고 에고.힘들어.” 반복되는 운율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다보면 어느덧 장난하는 것처럼 듣거나 읽을 수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깊은 산속에 혼자 살고 있었다. 팥 밭을 매고 있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잡아먹겠다고 한다. 살려달라고 하니까 호랑이는 밭매기 내기를 하자고 한다. 할머니가 다 못 매면 잡아먹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랑이 후다닥 밭을 다 맨 것이다.(호랑이 웃긴다. 할머니를 도와준 셈) 그래서 잡아먹히게 된 할머니는 지혜를 발휘(아니 너무 순진무구하시어). 팥을 가꾸어 가을에 거두면 그걸로 팥죽을 쑤어 줄 테니 그때 가서 잡아먹으라고 했다.  그러마하고 호랑이는 사라졌다.(호랑이 또 웃기다. 너무 인내심이 강하다.후훗) 가을이 와서 팥죽을 쑤게 된 할머니 호랑이가 생각나서 엉엉 울었다.(불쌍한 할머니 흑흑!)그런데 알밤이, 자라가, 개똥이, 송곳이, 절구가, 멍석이, 지게가, 팥죽 한 그릇씩 얻어먹고 할머니를 엉큼한 호랑이로부터 지켜주었다.

의성어 의태어 들이 많이 나와서 읽는 재미를 실감나게 돕는다. 구연동화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너무 좋은 그림책이다. 선명한 그림과 글씨가 어우러져서 읽기에도 좋다. 요즘 아이들이 옛것에 대한 물건이나 이름을 이렇게나마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림으로 잘 나와 있어서 찾아가며 보는 즐거움도 있다.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것들인가. 소중한 것들을 많이 알려주자.  함께 팥죽도 만들어 먹고 느껴보고 얼마나 좋은가.  

쌍둥이 이야기

로테와 루이제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0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발터 트리어 그림,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로테와 루이제’를 읽고

색다른 소재의 글이었다. 밀도있는 구성에다가가 소녀들의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는 재미난 이야기.

로테와 루이제는 방학동안에 갔던 캠프에서 만났다. 그러나 둘은 너무나도 외모가 닮았다. 어디서 태어났느냐, 생일은 언제냐, 궁금했던 두 사람은 쌍둥이 자매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실 로테는 출판사 편집인인 엄마랑 단둘이 살고 있고 루이제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아빠랑 단둘이 살고 있다. 사는 곳도 다르다. 반대로 말하자면 로테는 아빠가 없었던 거고 루이제는 엄마가 없었던 거다. 평소에 자기들이 쌍둥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9살 먹는 두 소녀는 확신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거라고.

캠프가 끝나갈 때 둘은 작전을 세운다. 역할을 바꾸는 것이다. 너무나 외모가 똑같다보니 그렇게 해도 엄마 아빠는 모를 것이 뻔했다. 서로 충분히 알려줬다. 어떻게 해왔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로테는 바쁜 엄마랑 살아서 늘 살림꾼 역할을 해왔다. 차분하며 음식도 잘하고 매사에 얌전한 스타일이었다. 반대로 루이제는 덜렁대며 명랑 쾌활하고 친구들과 싸움도 좀 하는 스타일이다. 집안에서는 공주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집을 바꿔 생활을 하게 되니 루이제는 원래 음식을 만들어보지도 않았는데 하려니 서툴고 실수 연발에다가 학교에서는 자주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였다. 평소 차분하고 글씨도 잘 쓰던 애가 못하니까 선생님도 이상하게 생각을 한다. 갑자기 음식을 못 만드는 로테를 보고 엄마는 그럴 수도 있다며 전혀 눈치를 못 챈다. 하지만 루이제는 로테의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로테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한다.

한편 로테는 루이제 역을 하며 오히려 차분해지고 똑부러지며 이제야 좀 뭔가 달라졌다고 아빠는 좋아한다. 평소 루이제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아빠 시중도 잘 들고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어 놓겠다고 하고 해서 다들 놀란다. 그런데 아빠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 그 얘기를 듣은 로테는 결혼하고 싶다는 그 여자를 찾아가 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리고 아예 놀라 몸져눕는다.

편지를 주고 받기로 했는데 연락이 로테에게서 없자 걱정을 하는 루이제. 문제는 그런데 딴 데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엄마가 일하는 출판사로 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찍어 보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진 중에 두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던 것이다. 놀란 엄마는 그제서야 왜 로테가 달라졌는지를 이해하였고 그날 집에 와 모녀는 상봉을 한다. 엄마! 루이제! 하면서. 그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바로 로테에게 전화를 건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하고. 아빠도 그제서야 로테라는 사실을 알고, 로테! 하는데 또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마침 앓아누워있다는 말을 듣고 엄마와 루이제는 아빠네 집으로 날라 간다. 거기서 생일을 맞게 된 쌍둥이. 최고의 선물은 둘이 함께 살고 싶다는 것. 엄마랑 아빠는 비로소 두 딸에게 매우 기쁜 생일 선물이 되어준다. 랄라라~읽는 이도 즐겁다.

발랄하고 깜찍하고 지혜와 기지가 넘치는 이야기다. 어른들을 화해시키는 방법 또한 기특하고 대견하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오랜 세월, 7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한쪽 부모 밑에서 자라야 했다. 이혼을 했다고 부모를 책망하기보다는 오히려 혼자서 사는 엄마 아빠를 측은히 생각을 한다. 철부지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최고로 아이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서로 역할을 바꿔서 생활을 해보았기 때문에 지난 시간의 이해와 깊이가 더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우리들은 가끔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싸운다. 엄마 아빠도 조금 더 양보하고 입장 바꿔 생각하며 노력을 하면 처음 했던 그 과정은 다시 밟지 않을 것 같다. 로테와 루이제가 행복해하는 모습, 너무 보기 좋다.

꽃발게의 모험

갯벌이 좋아요 - 개정판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4
유애로 글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갯벌이 좋아요’를 읽고

그림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그림책이다. 갯벌에 가서 만날 수 있는 자그마한 게나 소라 물새 등을 볼 수 있다. 큼지막하게  집게발이 발을 쳐들고 눈알을 굴리는 것 같은 모습은 실제 같다. 꽃발게는 구름을 잡으러 가다 친구들을 만난다.

모두를 비웃는다. 하하하 호호호. 거추장스런 큰 발을 들고 어디를 가냐는 거다. 망둥어도 놀렸다. 따개비도 웃었다. 가다가 물새들이 나타나 작은 고기와 조개를 먹는 것을 보고 놀라 꽃발게도 숨어야 했다. 몸이 긴 갯지렁이도 만나고 조개도 만나고 소라도 만난다. 물고기도 만난다. 초록빛 해초와 예쁜 고기들. 말미잘도 보았다. 그러면서 무서운 고기에게 달려들어 집게발로 물어주기도 했다. 여러 친구들을 만나며 모험을 하게 된 꽃발게. 구름보다 갯벌이 더 좋다고 말한다.

바다 속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상상을 더해주는 그림이 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아이랑 함께 보면서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해주니까 좋았다. 지루하지 않고 적절하게 빛깔도 참 다양하게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책도 재미있게 만들어져서 좋다. 갯벌이 숨쉬는 책이다.

그 때 그시절

아름다운 시절 ㅣ 푸른문고 21
한석청 지음 / 푸른나무 / 2002년 5월

<아름다운 시절>을 읽었다.

이 어린이 장편동화는 한석청 님이 쓰셨다.

1966년부터 1967년까지 시골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겨진 내용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한국 전쟁 막바지에서 태어났다. 광복 이후에 태어난 새내기들은 선생님이 되었고, 새내기 선생님들과 어린이들이 노력해서 일본말 찌꺼기를 우리말로 순화했다. 한글전용교육이 시행되었고 중학교 입학시험이 없어졌고 중학교 진학률도 높아졌다. 어려웠던 시절에 태어났던 그 때의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자라서 나라의 기둥이 되었다. 구로공단에서 버스안내양에서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원양어선에서 탄광에서 논밭에서....열심히 일하고 지금은 아줌마 아저씨로 변했다.

교장 선생님은 일제시대에 일어로 공부를 해서 일본말을 잘 아신다. 그러나 학교 새 담임 선생님은 해방둥이라 일본말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우리가 쓰는 일본말의 찌꺼기를 골라서 칠판에 쓰라고 당번아이에게 시킨다.

벤또-도시락, 엔도마메-완두콩, 오꼬시-쌀강정, 다꾸앙-단무지, 덴뿌라-튀김, 고보-우엉, 닌징-당근, 오뎅-어묵 ...등이다.

그 선생님은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하신다. 공부를 못한다고, 육성회비를 못 낸다고, 때리거나 윽박지르고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을 불러 놓고 무언가를 시키려고 하셨고 친근감 있게 대하셨다. 또 아이들을 불러 깨끗하게 씻기고, 손톱도 깎아주며 표창장 받을 아이들을 단정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못 갈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자청해서 아이들에게 달리기 훈련을 시켰다. 농번기에는 논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달리기 훈련을 시기키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 시대엔 그랬나보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농촌은 일손도 부족하고 그래서 초등생밖에 안 된 그 아이들은 늘 수업보다는 모내고 심으러 다니랴, 바빴다.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실습부지에서 일을 시켜서 공부하기가 힘들고, 집에서는 집일 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담임 선생님도 그랬다. 아이들이 머리가 나빠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일하느라 공부할 형편이 못돼서 성적이 낮은 거라고. 아무튼 그런 속에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을 한다.

그 시절이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이 흘러 추억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때가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되는 것이다. 배고픔과 가난 때문에 빚어진 친구의 죽음...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일해야 하는 서글픔...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사는 이유가 되어 열심히 살았고 지금은 그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행복한 오늘의 모습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한 장본인들이 되었다. 사는 것이 고생이던 시절... 그것을 아는 사람들만이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 뭉클하며 감동있는 그 시절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소중한 글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