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요!

울어도 괜찮아 ㅣ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울어도 괜찮아’를 읽고

가슴이 아프다 못해 쓰라린 글이다. 아이가 어떻게 그 지경에 이르도록 내버려둔단 말인가. 읽으면서 몇 번씩이나 그 아이 부모한테 화가 났다. 먹을 게 없어서 먹을 것 걱정을 해야 하는 아이. 며칠 씩 집을 비우고도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가 원망스럽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엄마에게 전화가 왔는데 아무 말 못하다가 내뱉은 말이 “배고파요!”였다. 너무나 가엾은 아이. 불쌍한 아이. 배고픈 것 보다 처절한 아픔이 또 어디 있을까. 없어서 굶어본 적은 없지만 배고픈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지는 지 안다.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엄마는 엄마대로 나가서 지내고, 아빠는 아빠대로 나갔다 들어 왔다, 를 반복하며 아이를 때리고 구박하며 돌보지 않는다. 아이한테 그러면 안 되지 않는가. 학교 안 갔다고 화장실에 가두는 아빠가 아이를 그토록 내팽개쳐놓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 어린아이를 어떻게 그렇게 방치를 하느냔 말이다.

여기 나오는 소년과 도돌이 개는 처지가 비슷하다. 도돌이를 보고 있으면 그 애를 보는 것 같다. 나중에 도돌이를 때려서 눈을 실명하게 하고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게 하였을 때 어쩌면, 그 소년도 그런 코너에 몰린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였다. 오도가도 못 하게 된 상황. 번개 형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무도 돌보지 않고 관심도 없어하는 아이를 번개 형은 동생처럼 돌봐준다. 쫄쫄 굶은 아이를 먹여준다. 그나마 번개 형은 아이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같은 반 여자 친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잘사는 집 부모라는 틀에 갇힌 고정관념과 이기적인 발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 아이를 오해하고 편견에 사로잡혀있는 그런 어른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잘 살면서도 도둑질을 서슴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정신의 부재다. 그런 것이 나쁜 것인 줄 아는 이 어린 주인공. 마음에서는 수없는 갈등을 한다. 안 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배고픔이 앞을 못 보는 할머니 앞에서, 자기를 챙겨주는 할머니 앞에서 먹을 것을 훔쳐 달아나게 했다. 그동안 다른 애들이 한 짓을 전부 뒤집어쓰게 된 아이.

매 맞고  굶주리고 도망 다니고 하는 것이 싫어서  아파트 15층에 올라갔다. 그런데 도돌이를 보았다. 도돌이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아이. 어른들이 뭔가 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아이는 따뜻한 잠자리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좋은 꿈을 꾸며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하고 준비물도 잘 챙겨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는 충분히 그래야 한다. 제발 아이 부모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 잘 돌보았으면 좋겠다. 어두운 생활에서 벗어나 아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 웃음을 찾아주자. 아이가 웃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이게 어디 아이가 사는 곳인가. 아이에게 밝은 날을 찾아주자. 어서 속히!

잔잔한 감동이 있는

달님은 알지요 ㅣ 일공일삼 27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2004년 7월

‘달님은 알지요‘를 읽고

송화, 영분이,

수채화 같으면서도 서정적인 묘사가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 우리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장면 장면에는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대목들이었다. 이름도 친근하다. 송화, 영분이.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불우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 같은 자매들의 이야기다. 할머니가 무당인 송화는 외롭게 살아간다. 엄마 아빠도 없이 쓸쓸하게. 먼 데 있는 아빠가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엄마 아빠가 다 있는 영분이는 술만 먹으면 분란을 일으키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집을 나가고 어린 동생을 도맡아 키우고 있다. 게다가 행패가 심한 아버지는 걸핏하면 때려서 온몸이 말이 아니다. 그런 슬픔을 가지고 서로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어 주는 송화와 영분이. 영분이 아버지가 술을 먹고 죽게 되었다. 영분이는 또 하나의 슬픔과  마주한다. 그 가운데 자연과 더불어 벗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마음의 슬픈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꿈 자락을 엿볼 수 있다. 송화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무속적인 신앙의 옛 정서를 읽을 수 있다. 토속적인 어떤 분위기가 내재되어 있어서 글 전체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나중에 송화 아버지는 돌아왔다. 마음에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슬프고 아린  심정을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잘 나타낸 이야기다.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을 때 달이나 별, 해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책 제목처럼 달님은 그런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것이다. 달빛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문장들이 속속들이 마음을 파고 들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시들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
안도현 지음 / 나무생각 / 1999년 11월

‘그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애착’을 읽고

이 시집은 2000년도에 산 책이다. 나도 좋아하는 좋은 시들을 안도현 시인께서 직접 리플 달듯이 작은 메모를 해 두었기 때문에 색다른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시집은 그런 것 같다. 아무 때나 생각날 때 또 읽고 싶어지는 것. 한번 구입을 하면 일단 쭉 읽어본다. 그리고는 그 다음부터는 손닿는 자리에 놓아두고 읽고 싶을 때 가져다가 읽는 것이다. 그 횟수가 많아질수록 내가 좋아하는 시가 되는 것이다. 그 중에 이 책도 속한다. 자주 들여다본 시집이다. 좋은 시들을 한꺼번에 필요할 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짬이 날 때 많지 않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할 때 이런 시집을 읽으면 좋다. 무겁지 않으면서 내 일상을 잔잔하게 돌아보고 싶을 때 혹은 가볍게 생각을 던져보고 싶을 때 나는 늘 이 시집을 찾았다. 물론 그러면서 시상도 떠오르면 금상첨화였다. 마음이 메말라 있을 때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시집이다.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를 비롯, 송수권 시인의 ‘산문에 기대어’, 신경림 시인의 ‘파장’,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거쳐,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까지.....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시들인 것이다. 어떤 시는 외우고도 싶을 만큼 아름답다. 머리가 안 따라준다. 이런 좋은 시를 가까이에 두고 마음은 늘 시처럼 아름답게 살고픈 게 사실이다. 시는 고뇌 속에서 나오는 거지만. 어쩌랴! 시인들이 진정으로 시만 쓰며 살았으면 더더욱 좋겠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가장 궁핍한 시인이 가장 부자로 산다.(안도현)

바리의 효심

바리공주 / 강남국 일곱 쌍둥이 ㅣ 한겨레 옛이야기 2
허은미 글, 이현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1999년 4월

'바리공주'를 읽고

바리공주는 불라국을 다스리는 오구대왕의 일곱 번째 딸이다. 나중에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이 되었다. 오구대왕과 길대 부인은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 오래도록 자식을 낳지 못하다가 줄줄이 딸만 일곱 명을 낳게 되었다. 화가 난 오구대왕은 막내딸인 바리를 바다에 버렸다.

그래서 바리는 바리공덕 할아버지와 할머니 품에서 자라게 되었다. 바리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찾을 때쯤 마침 오구대왕이 병이 났다. 이 병은 저승세계의 약수를 마셔야 낫는데 여섯 딸들은 모두 핑계를 대며 저승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바리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위해 멀고도 험한 저승에 가서 약수를 구해온다.

길을 가다가 바리가 처음 만남 사람은 밭을 갈고 있는 할아버지였다. 바리가 할아버지 대신 밭을 갈려고 하자 두더지 떼가 나타나 밭을 갈아주었다. 바리가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길을 가다가 두 번째로 만난 할머니는 빨래를 하고 있었다. 바리는 이 마고 할미대신 빨래를 하고 이도 잡아 주어서 꽃 두 송이와 금방울 두 개를 선물로 받았다. 바리는 이 꽃과 방울을 사용하여 황천바다를 무사히 건너 동대산에 이른다. 그 때 동대산을 지키던 동수자는 바리가 마음에 들어 둘은 결혼을 한다.

바리가 가까스로 약수와 살살이, 피살이, 숨살이 꽃을 구해 불라국에 당도하니 이미 아버지는 숨을 거둔 후였다. 하지만 바리가 가져온 약수와 꽃으로 오구대왕은 되살아난다. 바리의 지극한 효심이 죽은 아버지를 살린 것이다. 이에 감동한 부처님은 바리를 오구신으로 임명한다.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굿을 우리나라 무속신앙에서는 ‘오구굿’이라고 하는데 바로 바리공주(바리데기)를 섬기는 의식이다.

사랑은 가까이에 있었다

사윗감 찾아 나선 두더지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7
김향금 글, 이영원 그림 / 보림 / 1997년 1월

‘사윗감을 찾아 나선 두더지’를 읽고

부모를 둔 사람이면 누구나가 예쁜 자기 딸에게 좋은 사윗감을 얻어주려고 할 것이다. 사윗감을 찾아주기도 전에 딸 스스로 신랑감을 찾아온다면 모를까. 여기서는 딸이 결혼할 상대자를 데리고 와도 부모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허락을 안 할 것 같다. 그렇게 어렵게 사윗감을 고르는 걸 보면. 하기야 사윗감 고르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100년 아니 1000년 손님이라니. 하지만 두더지들은 결혼할 때 밑천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혼수 때문에  결혼 준비하려면 엄청 힘들다던데. 다 형편에 맞추어 한다면 좋으련만.

두더지 부부는 자기의 둘도 없는 딸에게 좋은 사윗감이 필요했다.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로 힘이 센 사윗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자기들과 같은 두더지를 하찮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자기들과 같은 부류의 두더지를 평소 신임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요즘 말로 말하면 신분상승을 원했던 것 같다. 좀더 멋있고 당당하고 돈 많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거나 자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살고 싶은 욕망, 두더지 부부도 그랬던 것 같다. 딸을 좀더 좋은 데 시집보내려고. 부모의 마음이란 매한가지. 그래서 직접 부부는 찾아 나선다. 해님, 구름, 바람, 미륵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두더지만큼은 못했다. 두더지만큼 힘센 사윗감도 없었다. 아무리 주위를 세상을 둘러봐도 가장가까이에 있는 두더지가 제일 이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많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다가 뒤늦게 깨닫는 경우. 옆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처럼 반대로 못할 때도 많다. 그러니 나와 같이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 이런 짧은 동화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줄이야. 아이들에게 읽힐 그림 동화책인데 어른들이 읽어도 되겠다. 그림이 선명하고 담백하다. 해님! 달님! 구름님! 미륵님! 하고 부르는 말들은 참 가락이 있어서 재미를 불어넣어준다. 나를 하찮게 여기지 말고 소중하게 여겨야겠다. 나 스스로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남도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두더지 부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뒤늦게라고 깨달았으니 두더지 사윗감이랑 행복하게 살 것이다. 행복을 빈다. 후훗! 다음 딸에게는 직접 사윗감을 찾아오라고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