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
안도현 지음 / 나무생각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애착’을 읽고


이 시집은 2000년도에 산 책이다. 나도 좋아하는 좋은 시들을 안도현 시인께서 직접 리플 달듯이 작은 메모를 해 두었기 때문에 색다른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시집은 그런 것 같다. 아무 때나 생각날 때 또 읽고 싶어지는 것. 한번 구입을 하면 일단 쭉 읽어본다. 그리고는 그 다음부터는 손닿는 자리에 놓아두고 읽고 싶을 때 가져다가 읽는 것이다. 그 횟수가 많아질수록 내가 좋아하는 시가 되는 것이다. 그 중에 이 책도 속한다. 자주 들여다본 시집이다. 좋은 시들을 한꺼번에 필요할 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짬이 날 때 많지 않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할 때 이런 시집을 읽으면 좋다. 무겁지 않으면서 내 일상을 잔잔하게 돌아보고 싶을 때 혹은 가볍게 생각을 던져보고 싶을 때 나는 늘 이 시집을 찾았다. 물론 그러면서 시상도 떠오르면 금상첨화였다. 마음이 메말라 있을 때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시집이다.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를 비롯, 송수권 시인의 ‘산문에 기대어’, 신경림 시인의 ‘파장’,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거쳐,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까지.....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시들인 것이다. 어떤 시는 외우고도 싶을 만큼 아름답다. 머리가 안 따라준다. 이런 좋은 시를 가까이에 두고 마음은 늘 시처럼 아름답게 살고픈 게 사실이다. 시는 고뇌 속에서 나오는 거지만. 어쩌랴! 시인들이 진정으로 시만 쓰며 살았으면 더더욱 좋겠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가장 궁핍한 시인이 가장 부자로 산다.(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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