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왜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나 그림책 보물창고 27
잰 브렛 글.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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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는 왜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나’ 를 읽고 - 보물창고, 잰 브렛 글그림,이순미 옮김.9500,2007.

이 그림책은 그림이 최고다. 참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늑대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동굴소년 킵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늑대는 계속 따라다니며 한입만 달라고 한다. 맛있게 구운 고기를 달라고 한다.

하지만 맛있는 고기를 늑대에게 다 주기는 싫었다. 그런 늑대는 참 예민하다. 감각이 뛰어나다. 사나운 맹수, 짐승이 있는 것을 알고 우우~ 하고 울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위험하다는 걸 알리는 신호였다. 그 늑대의 신호가 없었던들 온갖 무서운 짐승으로부터 몸을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소년은 늑대와 거래를 한다. 나는 너에게 맛있는 먹이를 줄 테니 너는 나를 보호해 달라고. 상부상조였다. 그리고 그런 늑대에게 이름을  붙이는데 개( 꼬리를 흔든다)라 하기로 한다.

겉표지 뒤에 보면 배경설명이 되어있다. 과거 시대로 돌아가서 처음 개와 길들여 살 때를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서 그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어디서 살았을까. 무엇을 먹었으며 주위의 위험을 어떻게 이겨냈을까를 공부하면 좋겠다. 특히 그림을 자세히 보며 상상도 해보고 하면 더욱 좋은 아이들의 독서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개를 생각했다. 왜 하필 개를 문지기로 삼았을까 하는. 옛날에는 집집마다 돼지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소, 고양이, 염소, 오리도 키웠다. 개는 기본이었다. 우리 집에도 개는  항상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식구나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개랑 살았다. 그런데 왜 개만 문 앞에 다 재웠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물론 추측이다.

도둑으로부터  낯선 이로부터 집(사람)을 지켜낼 수 있는 짐승은 개뿐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 돼지가 꿀꿀대면 긴장감이 없고, 고양이도 야옹, 긴박한 상황을 모를 거 같고, 닭도 꼬꼬, 도망가기에 바빠 소리를 못 질렀을 것이고, 소도 음메 음메 빨리 말하지 못해 낯선이가 들어도 큰 눈만 굴리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러저러 해서 낯선 이를 금방 알아보는 동물은 개밖에 없었을 듯. 더군다나 떠나가라 컹컹 짓지를 않는가. 예리한 코를 가진데다 영리함까지 두루 갖춘.

개는 마땅히 사람들과 함께 지낼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 2007,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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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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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를 읽고  - 창비, 김애란 소설집, 2005, 9500,


그냥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아비라는 말이 좀 구식인 것 같아서 사 읽기를 꺼려했는데 며칠 전 구입을 했고 어제 읽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동화류의 책을 읽느라 소설류의 책은 느긋하게 많이 못 읽었다. 오랜만에 그것도 한국작가의 책을 읽으니까 느낌이 또 새롭다.


장편도 아니고 이 책은 단편집이었다. 아홉 작품이 실린. 무심코 읽었는데 읽고 보니 문예지에 이미 발표된 것들을 모은 책이었다. 2003년도부터 2005년도 사이에 발표된 것들이었다. 작가는 여자였다. 그냥 사진만 보고 읽기 시작하였다. 읽으면서 아, 문장력이 꽤 좋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호, 이것 봐라! 이런 작은 느낌들이 연이어 터졌다. 감탄사들이.


이야기가 재밌고 가끔은 보통 쓰기 어려운 낱말을 서슴없이 쓰는 걸 보고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솔직 과감하게 남이 잘 못 쓰는 단어를 쓰는 용기를 보면 감출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작가 얼굴을 들여다보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몇 년생인 줄을 발견했다. 1980년생. 앙? 80년생? 내가 잘못 보았나? 난 벌써 나와 몇 살 차이인가를 손가락으로 따져보고 있다. 꽤 많다. 얼굴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80년생일 줄은 몰랐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좋은 작품을 쓰는 데는 나이가 별 상관이 없는 것도 같다. 젊으니까 더 치열해질 수 있고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인 여유가 있으며 세상도 제약 없이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작품은 작품으로서만 보고 싶다.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시적인 문장 즉, 독특하고 기발한 문체에 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게다가 유머까지 있어서 웃긴 부분이 많다. 소설은 좀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그것은 또 낭만적인 설레임까지 ( 덤으로 ) 때때로 선사해준다. 문장 속에는 풋풋한 무엇이 있다. 그 속에서 향기가 났다.


둘째로 감동이 있다. 현대 사회의 단면들 이를테면 단절 소외됨 가난 버려짐 고독 쓸쓸함 그런 것들을 보여주면서도 슬프지 않고 절망적이지 않은 냄새를 풍긴다. 인간의 아픔을 얘기하면서도 그것이 직접적이지 않고 우회적이다. 한 차원 승화된 상태라고나 할까. 이미 초월한 상태 그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런 존재이다. 가장 아픈 사람이면서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셋째, 또 이 책에는 아버지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산달이 가까운 아내를 버려두고 나가버린 아버지, 떠돌다가 갑자기 나타났다 홀연히 또 사라지는 아버지, 공원에서 자식을 버리고 간 아버지, 엄마를 잃은 아버지 등. 여러모로 이 시대의 우울한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나온다. 아버지란 존재는 존재하면서 부재인 동시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면서 가장 또 살기 힘든 이름은 아버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에 나오는 아버지는 문학적이라 멋있었다.


넷째.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을 콩닥일 때(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 많았다.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읽다가 보면 설레고 기대가 되고 자꾸만 감성을 자극받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문체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작가의 커다란 장점일 것이다. ( 사실 나는 이런 류의 문체를 좋아한다. )


다섯째 이 책에는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은 초년생의 희망 같은 밝음이 있다. 사회(시대)라는 것이 굉장히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이 글을 읽다보면 전반적으로 흐르는 핑크빛?이 연두빛?이 건조하지 않고 도전하려는 상큼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앗, 느낌이란 비슷한 걸까. 표지 그림을 보고 놀랐다.) 아마도 그것은 이를테면 신입사원의 굽힐 줄 모르는 힘과도 같은 맥락의 것이리라. 


여섯째 특히 ‘나는 편의점에 간다’와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는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하였다. 나도 종종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은 특별한 것 같지만 파는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특별할 것이 없는 대상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어쩌면 매일 보아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현시대적 시스템인 것이다. 기계음이나 읽을 바코드적인 삶. 게다가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 단순해진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정신은 더욱 복잡하여 잠을 못 이룰 정도다. 따로인 것 같으면서도 도저히 분리될 수 없는 현대인의 이면. 혼자 산다고 결코 생각이 단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곱째. 상상력이다. 상상력에는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잘 버무려진 글이 되고 세밀한 묘사를 통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작가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낼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무튼 뭔가는 남과 다른 참신하고 발랄한 느낌의 글 그래서 더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 2007,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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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척척박사 아기그림책 보물창고 2
데니스 플레밍 글.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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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척척박사’를 읽고 -데니스 플레밍 글그림, 이순미 옮김, 보물창고, 2007

이 그림책 갈피에, '아기그림책 보물창고'를 소개하는 안내장이 있었다. 글귀가 눈에 들어왔고 맘에 쏙 들었다.

< 우리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

- 아기를 무릎 의자에 앉혀 주세요.
-아기 손에 책을 쥐어 주세요.
-한껏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수다쟁이 엄마가 되세요.
-이름을 가르쳐 주세요.
-책읽기의 기초 습관을 쌓아 주세요.

크게 확대해서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보고 싶은 좋은 글이다.

이 그림책은 우선 색상이 화려하다. 울긋불긋. 게다가 선이 굵고 붉은색 계열의 강렬한 빛깔이다 보니 검은색도 돋보인다. 그림 중에는 동그란 눈동자가 도드라져 보이는데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있어서 너무 재밌다. 눈들이 대부분 그렇게 살아있다. ( 나는 그런 눈 때문에 여러 번 웃었는데, 우리 아이는 처음에 눈이 무서웠는지 보기만 하면 도망을 다녔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 제격인 책 같다. 숫자놀이 하는 것도 그렇고, 짧은 시도 그렇고, 색깔 ,모양, 좋아하는 동물, 곤충, 몸에 관한 이름 배우기, 표정 놀이 등이 전부 그 또래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인 것이다. 많은 단어도 필요 없고 글씨도 큰 것이 아이들의 특성을 딱 꼬집어서 대변하는 책 같다.

또 장면 장면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 책이다. 식사 시간에는 시리얼과 토스트가 나와 있지만 밥과 국을 대신하여 이야기해도 좋겠다. 참새 외에 흔한 까치는 없었지만 홍관조라든가 울새 어치 등이 있어서 좀더 새로웠다. 표정들이 너무 리얼했다. 구석을 좋아하는 것도 재밌다. 무당벌레가 숨어있는 것도 재밌고 모두가 숨바꼭질 하는 것 같아 좋았다.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다. 놀이하며 배우는 책이다. 제목에서처럼 아이를 그대로 대변하는 척척박사인 책이다. 우리 아이와 닮은 점이 너무 많다. 아마도 그것은 아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작가는 펄프 페인팅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고안해 내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참고하여 책을 보는 것이 좋다.

< 무지개,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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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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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버드  -로이스 로리 글,미디 토마스 그림, 이어진 이금이 옮김, 보물창고, 2007.


늦게 전학을 오게 된 구니버드는 옷차림이 평소 아이들과 남다르다. 그래서 첫날부터 다른 아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관심의 대상이 된다. 마침 그날은 선생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열심히 준비한 자료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새로 온 아이의 말을 듣고 싶다고 떼 아닌 떼를 쓴다.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구니버드.

사실 구니버드가 하는 이야기들은 그동안 구니버드가 겪어온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입담을 살리고 살을 붙이고 긴장감까지 불어넣어 실감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구니버드가 하는 이야기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업시간에 사이사이 이어지는 것이어서 아이들로 하여금 그 시간을 기다리게 만든다.

선생님은 그 이야기 시간을 십분 활용을 하여 이야기 잘 하는 법에 대해 아이들이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실제 사례를 통한 창작 (토론) 수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니버드가 이야기를 하지만 계속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중간 중간 독자(청중)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그것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점들이다.

때로는 관심을 벗어나는 독자(청중)도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은 구니버드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 있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었으며 점점 독자(청중)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하게 된다. 구니버드는 이야기꾼의 모델인 셈이다. 구니버드가 이야기의 리더라면 선생님은 중간자 아이들은 독자, 청중, 대중으로서 간섭을 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문학 수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수업을 잘 이끌어간다. 아이들은 때때로 상관없는 이야기 거리로 흥분하여 제각각 소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재치 있게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종합하는 능력도 있다. 자유롭게 자기가 겪은 일들과 경험을 생각하게 하고 의견을 나누게 하고 발표하게 하는 수업은 바람직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고루고루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시간이었다. 구석을 좋아하던 아이도, 말 한번 제대로 할 줄 모르던 아이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수업에 임하게 되고, 모두가 나누는 즐거운 시간으로 변하게 되는 걸 보면서, 역시 수업은 그렇게 이루어져야 하겠구나 생각했다.

아이들이 많으면 떠들어서 소란스럽고 말이 많아서 수다스러워 통솔한다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지혜롭게 반과 학생들을 잘 이끌어간다는 것이 참 대단한 일인 것이다. 구니버드를 통해서 어떻게 이야기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게 되었다. 참관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흡족한 수업이었다.

옷차림에서 도시락까지 색다른 아이디어로 무장한 구니버드에게는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그 자체가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독서와 논술은 물론 토론과 발표가 중요시되고 있는 학교 실정을 본다면 말하기와 쓰기, 읽기는 기본적으로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은 그중에서도 말하기(이야기 창작)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발표(창작)와 토론을 중심으로 말하기란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가에 대해 알려준다.

발표를 잘 하고 싶은가, 이 책을 보라. 말하기에 요령을 터득하고 싶은가, 이 책을 보라. 토론 수업을 잘 하고 싶은가, 이 책을 보라. 그만큼 아울러서 두루두루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아이도 수업하는 선생님도 학부모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자,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면, 구니버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라!

참,우연인지 필연인지 실제 최고의 두 이야기꾼 로이스 로리와 이금이 동화작가의 절묘한 만남( 쓰고 옮김 )이 어루어진 이 책은 그런 만큼 동화의 맛이 더 살아있는 의미 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금이 작가와 함께 글을 옮긴 이어진이 누구인지 안다면 글을 읽는 재미가 갑절은 될 것이다.

<  2007,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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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를 아십니까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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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를 아십니까’를 읽고 -장경선 장편역사동화, 푸른책들, 2007.


일제의 만행을 알려주는 책이다. 극적이고 재미있는,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좋을 뻔했다. 실제이야기라니 읽으면서도 해서는 아니 될 나쁜 놈들!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천하에 몹쓸 삐리리가 왜 그 시대엔 그토록 많았던 것인가. 소처럼 유순하게 살아가는 우리민족을 왜 건드려 상처를 내고 아픔을 내었느냔 말이다. 잔인하기로 말하자면 이를 데 없는 삐리리들.


이 책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제의 만행을 그렸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도 아니고 일제의 아들이 직접 곁에서 보고 듣고 한 장본인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관의 역할을 하게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들이 보고도 이건 옳지 않다고 여길 만큼 나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최고로 훌륭한 줄 알았던 아빠가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해치는 사람이었다니, 아버지, 나빠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쪽지를 전해줄 만큼 간절하게 돕고 싶었던 것은 분명 자기 아빠가 옳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아빠를 대신한 죄책감이었던 것일 게다.


어른들이 멋모르고 하는 행동에는 아이들의 눈이 있었다. 일제시대라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은 순진무구 그 자체였다. 봄날처럼 물이 오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애틋함을 불러 일으켰고 소나기에서 나오는 풋사랑 같은 순수함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아픈 현실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처럼은 절대 살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그 심중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그러고 보면 역시 천사를 닮았다. 어른들의 때 묻은 마음을 답습하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가려는 마음이 더 강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나오고 갈등을 이루며 대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좀더 폭넓은 책 읽기가 되고 있다. 역사적 시대적인 배경은 물론이거나 공간적인 배경까지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중요한 어우러짐이 있는 것이다. 잘 버무려진 구성과 극적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글이다. 사이사이 서정적으로 그려낸 부분들도 좋았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핍박을 받는 삶이었지만 마음에 희망( 대한독립만세 )을 품고 살아가는 것( 한 )도 잘 그려냈다.


또 닭싸움을 통하여 긴장감을 조장하고 극대화 시키며 이야기의 재미를 돋우는 역할도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닭싸움이 목숨을 건 싸움이었던 것이다. 총을 든 이 앞에서는 나약하기 마련인데 당당히 품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용기와 떳떳함. 그런 마음이 우리나라를 지켰고 끝내는 독립을 하게 만들었겠지 하는 생각에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사건은 치달아 교회가 불타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할 때는 울분이 터져 나왔고 정말 슬펐다. 그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끄나풀로 나서던 사람들도 기어코 죽고야 말았는데...... 모두 희생양이었다. 잔인한 일본제국이었다.


( 용국, 순이, 연화 우리 이름을 놔두고 일본이름을 써야 했던 시절. 나카무라는 우리말을 잘 모르는 일본에서 온 아이다. 그 아이가 닭싸움 판에서 연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는데 그 마음을 전하려고 제암리를 찾아간다. 하지만 일본인의 아들임을 밝힐 수 없어 말 못하는 애로 가장을 한다. 조선인이 못살고 가난에 허덕이는 것이 일본 즉 자기아빠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카무라는 갈등을 한다. 끄나풀 쌍칼과 김만복이가 제암리를 쓸어버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나카무라는 연화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쪽지를 건넨다. 그렇지만 결국 나카무라 아버지 때문에 연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화네 가족들이 줄줄이 죽게 된다. 나카무라가 사사까의 아들임을 알게 된 연화는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한다. 나카무라는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그 상처는 낫지 않는 영원한 상처가 되었다. ) 


아무튼 이 책은 엷은 사랑이 막 싹트기 시작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였고 그 마음을 배경으로 시대적인 아픔을 잔잔한 감동으로 이끌어냈다. 아이들의 천진한 마음과 자연의 마음은 하나인데 남을 지배하려는 나쁜 마음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대비 되는 빛깔의 마음이었다. 역사 속에서 시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잘 읽을 것 같다. 실제라서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잘 몰랐던 일제세대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 곳곳에 숨어있는 진실을 드러내어 알리는 일이 바로 글 쓰는 이들이 해야 할 사명이라면 그것은 곧 과제가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연화가 바라던 대로 나카무라는 아버지(일본)를 대신하여 속죄( 만행을 알림 )하며 어딘가에서 살고 일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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