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리를 아십니까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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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를 아십니까’를 읽고 -장경선 장편역사동화, 푸른책들, 2007.


일제의 만행을 알려주는 책이다. 극적이고 재미있는,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좋을 뻔했다. 실제이야기라니 읽으면서도 해서는 아니 될 나쁜 놈들!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천하에 몹쓸 삐리리가 왜 그 시대엔 그토록 많았던 것인가. 소처럼 유순하게 살아가는 우리민족을 왜 건드려 상처를 내고 아픔을 내었느냔 말이다. 잔인하기로 말하자면 이를 데 없는 삐리리들.


이 책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제의 만행을 그렸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도 아니고 일제의 아들이 직접 곁에서 보고 듣고 한 장본인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관의 역할을 하게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들이 보고도 이건 옳지 않다고 여길 만큼 나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최고로 훌륭한 줄 알았던 아빠가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해치는 사람이었다니, 아버지, 나빠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쪽지를 전해줄 만큼 간절하게 돕고 싶었던 것은 분명 자기 아빠가 옳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아빠를 대신한 죄책감이었던 것일 게다.


어른들이 멋모르고 하는 행동에는 아이들의 눈이 있었다. 일제시대라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은 순진무구 그 자체였다. 봄날처럼 물이 오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애틋함을 불러 일으켰고 소나기에서 나오는 풋사랑 같은 순수함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아픈 현실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처럼은 절대 살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그 심중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그러고 보면 역시 천사를 닮았다. 어른들의 때 묻은 마음을 답습하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가려는 마음이 더 강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나오고 갈등을 이루며 대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좀더 폭넓은 책 읽기가 되고 있다. 역사적 시대적인 배경은 물론이거나 공간적인 배경까지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중요한 어우러짐이 있는 것이다. 잘 버무려진 구성과 극적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글이다. 사이사이 서정적으로 그려낸 부분들도 좋았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핍박을 받는 삶이었지만 마음에 희망( 대한독립만세 )을 품고 살아가는 것( 한 )도 잘 그려냈다.


또 닭싸움을 통하여 긴장감을 조장하고 극대화 시키며 이야기의 재미를 돋우는 역할도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닭싸움이 목숨을 건 싸움이었던 것이다. 총을 든 이 앞에서는 나약하기 마련인데 당당히 품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용기와 떳떳함. 그런 마음이 우리나라를 지켰고 끝내는 독립을 하게 만들었겠지 하는 생각에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사건은 치달아 교회가 불타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할 때는 울분이 터져 나왔고 정말 슬펐다. 그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끄나풀로 나서던 사람들도 기어코 죽고야 말았는데...... 모두 희생양이었다. 잔인한 일본제국이었다.


( 용국, 순이, 연화 우리 이름을 놔두고 일본이름을 써야 했던 시절. 나카무라는 우리말을 잘 모르는 일본에서 온 아이다. 그 아이가 닭싸움 판에서 연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는데 그 마음을 전하려고 제암리를 찾아간다. 하지만 일본인의 아들임을 밝힐 수 없어 말 못하는 애로 가장을 한다. 조선인이 못살고 가난에 허덕이는 것이 일본 즉 자기아빠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카무라는 갈등을 한다. 끄나풀 쌍칼과 김만복이가 제암리를 쓸어버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나카무라는 연화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쪽지를 건넨다. 그렇지만 결국 나카무라 아버지 때문에 연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화네 가족들이 줄줄이 죽게 된다. 나카무라가 사사까의 아들임을 알게 된 연화는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한다. 나카무라는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그 상처는 낫지 않는 영원한 상처가 되었다. ) 


아무튼 이 책은 엷은 사랑이 막 싹트기 시작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였고 그 마음을 배경으로 시대적인 아픔을 잔잔한 감동으로 이끌어냈다. 아이들의 천진한 마음과 자연의 마음은 하나인데 남을 지배하려는 나쁜 마음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대비 되는 빛깔의 마음이었다. 역사 속에서 시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잘 읽을 것 같다. 실제라서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잘 몰랐던 일제세대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 곳곳에 숨어있는 진실을 드러내어 알리는 일이 바로 글 쓰는 이들이 해야 할 사명이라면 그것은 곧 과제가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연화가 바라던 대로 나카무라는 아버지(일본)를 대신하여 속죄( 만행을 알림 )하며 어딘가에서 살고 일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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