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꿈을 설계하다
정진웅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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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민국의 남자라면 군 복무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나는 병역특례연구원으로 5년간 근무하여 군필자가 되었다. 현역병으로 입대하여 군 복무를 하는 경우의 수는 ‘경력 단절’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조금은 덜 할 것이라는 기대로 병역특례를 선택했다. 대다수 전문연구요원이 그러하듯, 나 역시 군 복무 기간을 연구실과 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낼 뿐, 본질적으로는 군이라는 거대 시스템을 내 커리어를 일시 정지시키는 ‘인생의 공백기’로 치부하곤 했다. 공백기라기 보다 타인의 표현을 빌자면 ‘신종 노예’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정진웅 저자의 <군대에서 꿈을 설계하다>를 읽으며, 나는 조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얼마나 좁고 일방적이었는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은 군 생활을 단순한 의무 복무가 아닌, 체계적인 경력 관리를 통해 개인의 비전을 실현하는 최고의 ‘커리어 플랫폼’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재정의한다.

 

기업 연구소에서 매일 데이터와 시스템을 다루는 직장인의 눈에, 저자가 제시하는 군 생활 로드맵은 대단히 과학적이고 이성적이었다. 저자는 군 내부에서 성공하는 비결을 막연한 열정이나 요행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육군본부와 국방부의 실제 ‘인사관리 모델’과 ‘AI 스마트 인재 관리 시스템’이라는 명확한 구조를 바탕으로 전략을 짤 것을 주문한다. 24개 ‘병과 유형’별 특성을 분석해 영리하게 진로를 선택하고, ‘초급 간부’ 시절에 직면하는 정체성 혼란을 시스템에 대한 이해로 돌파하라는 조언은 기업의 직무 순환이나 인사 고과 평가 방식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결국 군대나 기업이나, 거대 조직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 핵심은 조직의 룰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필수 역량’을 증명하는 ‘시스템 중심의 성장’에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대목은 군 생활을 생애 주기적 로드맵으로 바라보며, 제복을 벗은 이후의 삶까지 안정적으로 준비하라는 조언이었다. 저자는 군 복무 기간을 낭비가 아닌 커리어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전략적인 경력 관리와 미래 설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비단 직업 군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계약 기간과 프로젝트에 매여 미래를 불안해하는 현대의 모든 직장인에게, 군인 연금과 주택 지원 제도 같은 ‘미래 준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은 현실적이고 뼈아픈 조언으로 다가온다. 막연한 열정이 아닌 실무 know-how와 군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라는 메시지는,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늘 품고 있어야 할 서늘한 지침서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군대를 ‘시간을 버리는 곳’이 아닌 ‘나를 증명하는 무대’로 삼으라는 것이다. 낯선 양구의 훈련소에서 총을 쥐고 흙바닥을 구르던 4주일 동안, 나 역시 군 조직의 거대함과 그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 책을 그때 읽었더라면, 군대를 나를 억압하는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조직 운영의 메커니즘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경영학 실습장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제복을 입은 현역 군인은 물론, 조직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자신의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직장인과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스템을 원망하기 전에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 꿈을 설계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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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에 강아지는 아직 없어요 - 신동신의 두 번째 시집
신동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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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실은 늘 수많은 생명의 소리와 온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진료를 모두 마치고 홀로 남은 밤이 되면, 문득 기묘한 적막감이 찾아오곤 한다. 수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매일 수많은 개와 고양이를 마주하지만, 정작 퇴근 후 나의 사적인 공간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고 있지 않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온몸으로 격렬하게 반가움을 표현해 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오랜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신동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양이 한 마리에 강아지는 아직 없어요>는 나의 진료실 책상 위에서 묘한 공명을 일으켰다.

 

시인이 현대인의 고독과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하필 고양이와 강아지를 무대에 올린 이유는 명확하다. 두 동물은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외로움을 다루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을 완벽하게 대변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홀로 보내는 시간의 미학을 아는 동물이다. 문을 닫고 들어가도 굳이 열어달라 조르지 않고, 저만의 자리에서 묵묵히 고독을 응시한다. 반면 강아지는 부재를 견디지 못하는 열렬한 사랑의 상징이다. 문밖의 작은 발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온 삶을 다해 소통과 연결을 갈망한다. 시인은 이 상반된 두 존재를 통해 우리 내면에 공존하는 '혼자이고 싶은 마음'과 '함께이고 싶은 마음'을 영리하게 짚어낸다.

 

시집 속에서 이미 존재하는 '고양이 한 마리'는 고독하지만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지금의 일상을 의미하고, 거실 한편에 자리가 비어 있는 '아직 없는 강아지'는 앞으로 도착할 새로운 인연과 소망을 뜻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이 부재를 결핍이 아닌, 다가올 온기를 향한 가능성의 시간으로 재해석하는 태도이다. 시인은 강아지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제목 속의 ‘아직’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비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따스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내가 먼저 다가가고 있음은 / 없음을 지운다는 사실’이라는 시구처럼, 시인은 부재를 멈추어 있는 낙담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다이내믹한 동력으로 바라본다.

 

수의사인 나에게 이 시집이 준 감각은 말수가 적은 고양이의 식은 발바닥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듯한 담백한 위로였다. 평소 병원을 찾는 고양이들을 보며 그들의 도도하고 독립적인 태도에 서서히 정이 들어가던 참이었다. 고양이의 그 조용한 거리감이 실은 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내 고독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다정한 배려였음을 시집을 읽으며 깨닫는다. 내 곁에서 무심히 식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주는 고요한 안정감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언젠가 마당이나 거실을 와다다 뛰어다니며 꼬리를 흔들어줄 강아지를 상징하는 '아직'의 부재가 서글프기보다 오히려 설레는 기다림으로 다가왔다. 억지로 외로움을 지우려 하지 않고, 해질녘 방 안의 적막을 그대로 응시하면서도 끝내 희망의 창문을 열어두는 시선의 온도가 참 좋았다.

 

동물의 아픔을 치료하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사람 마음의 빈자리를 치료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다정한 문장들일지도 모른다. 고양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이들, 혹은 마음속에 자신만의 '강아지'를 기다리며 고독을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시집을 펼쳐보길 권한다.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고양이 한 마리가 주는 담담한 위로를 누리다 보면, 언젠가 강아지 같은 눈부신 온기가 우리의 삶을 마주하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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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버는 걸까 안버는 걸까
아이언 원 지음 / 글로세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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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직장인이라는 안전망 속에서 살아왔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안주하며 ‘이 나이에 내가 뭘 새로 시작하겠어’, ‘자본과 스펙이 부족한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이 푸념들은 실행을 미루기 위한 비겁한 핑계에 불과했다. 나는 스스로를 철저히 ‘돈을 못 버는 환경에 처한 사람’이라 정의하며 위안을 삼아왔다.

그러다 마주한 책의 한 구절은 내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깨부수었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없다. 환경과 조건을 핑계 대며 기회 앞에서 행동하지 않는, '안 버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50년을 살아오며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가난의 정당성이 무참히 깨져 나갔다. 저자는 초등학교 졸업과 고아원 출신이라는 극심한 역경 속에서도 결핍을 성장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아 자수성가했다. 그런 삶 앞에서 내 환경을 탓했던 지난날은 그저 생각의 전환을 거부한 패배주의의 산물이었다. 결국 돈을 못 버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아 안 버는 것이었다.

내 삶에도 기회는 여러 번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완벽한 준비'를 핑계로 뒷걸음질 쳤다. 저자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사람은 평생 시작할 수 없다’고 매섭게 꼬집는다. 조건이 갖춰 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면서 조건을 만들어가야 했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PDCA(Plan-Do-Check-Action)'의 순환처럼 말이다. 부자는 기회를 보고 즉시 움직이지만, 가난한 자는 핑계를 찾고 멈춘다. 나 역시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안' 버는 삶을 선택해 왔던 셈이다. ‘환경을 탓하는 순간, 당신의 성장은 거기서 멈춘다’는 경고처럼, 나는 내 손으로 성장과 성공의 기회를 버리고 있었다.

50대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변명하기에 가장 좋은 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오늘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빠른 날이다. 나는 오랫동안 대오던 ‘핑계’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다리는 게으름을 버릴 것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에, 핑계를 차단하는 실행력을 내 삶을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이제는 나이와 환경을 변명 삼아 기회를 외면하지 않겠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주도적으로 기회를 잡고, 행동하면서 길을 만들어가는 진짜 '돈을 버는 삶'을 향해 오늘 첫발을 내딛는다.

나이와 환경, 스펙을 변명 삼아 핑계의 안락의자에 주저앉아 있는 모든 직장인에게 이 책을 필독서로 추천하며,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행동이 곧 부를 거부하는 ‘안 버는 선택’임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결국 결핍을 성장의 무기로 삼는 마인드셋의 전환을 통해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즉시 움직이는 강력한 실행력을 장착한다면, 우리도 마침내 '돈을 버는 삶'으로 완전히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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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AI 전환
오형섭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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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은 AI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책임자(QC)로서 나의 하루는 데이터와의 전쟁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 속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하기에, 경영진이 던진 AI 도입은 기회보다 리스크로 다가왔다. 생명과학 무대에서 AI의 환각 현상이나 보안 사고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 '한 권으로 끝내는 AI 전환>은 기술 예찬론의 뻔한 내용이 아닌 조직 운영 체계의 재설계라는 목표를 제안하고 도달 과정을 안내하는 현실적인 지침서다.

AI 전환(AX)의 본질이 기술 선택이 아닌, 조직과 사람의 변화관리에 있다고 말한다. ‘AI의 성공 여부는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조직의 준비 수준과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라는 주요 문장은 QC 책임자로서 내가 가졌던 고민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 많은 조직이 기술만 도입한 채 기존 프로세스를 고수하느라 실패하지만, 진정한 전환은 AI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정의하고 기존 운영 체계와의 융합을 이루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바이오 스타트업 시선에서 가장 와닿은 부분은 핵심 기술 요소인 RAG(검색 증강 생성)와 AI 에이전트의 결합이었다. 바이오 기업의 표준작업지침서(SOP)와 실험 데이터는 고유의 맥락을 가진 자산이다. 저자의 ‘아무리 뛰어난 거대언어모델(LLM)이라도 조직 고유의 맥락과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문장은 나와 우리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흩어진 미정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가공하는 데이터 구조화 역량이야 말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오차를 잡아내는 에이전트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인 것이다.

또한, 속도보다 보안 사고와 편향성을 통제할 수 있는 AI 거버넌스의 조기 구축이라는 지적은 규제가 까다로운 품질관리 프로세스에 실질적인 돌파구를 열어주었다. 안전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AI 전후의 가치를 평가하는 성과 측정 전략이 선행되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 책에 수록된 진단표와 유스케이스 발굴 캔버스는 내게 규제와 혁신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실무적 확신을 주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AI 전환'은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조직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변화보다 그 기술이 조직의 업무, 의사결정, 책임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혁신을 고민하는 모든 관리자에게 필수적이다. 책에 담긴 통찰과 설계 양식을 나침반 삼아, 우리 조직만의 안전하고 단단한 AX 로드맵을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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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누구의 것인가 - 인구 감소 시대의 토지 문제와 활용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가라시 다카요시 지음, 윤재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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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게 땅과 집은 인생의 가장 확실한 징검다리였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대출을 얹어 서울 변두리라도 내 집 한 칸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나와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생존 공식이라 믿어왔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는 자산이었고, 서울이라는 거대한 자석은 전국의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며 끊임없이 팽창했다. 그러나 50대에 접어들어 마주한 오늘의 국토는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나 있다. 서울은 밀려드는 인구와 인프라로 비대해져 숨이 막힐 지경인데, 한 걸음만 지방으로 물러서면 쓸쓸한 적막감과 함께 지방 소멸의 징후가 도처에 가득하다. 이 기묘한 불균형 속에서 이가라시 다카요시가 던진 <토지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책 제목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향한 무거운 경고로 다가온다.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한 사회에서 기존의 근대 사유권의 한계를 정면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소유권자가 행방불명되거나 상속인이 권리를 포기하여 관리되지 않는 토지가 급증하는 현실은, 개인이 권리만을 주장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근대적 사유권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저자의 일침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소유주가 방치해 동네의 흉물이 된 농어촌의 빈집, 상속인이 누군지 몰라 세금만 밀린 채 묶여 있는 도심의 소유 불명 토지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다. 땅을 사두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도 개인의 절대적 재산권이라는 이유로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손대지 못하는 현 사법 체계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는 뜻이다.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소유권은 결국 이웃과 공동체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폭력이 될 뿐이다.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현대 총유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의 토지는 개인이 독점하는 자산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용하는 현대 총유의 자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에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급진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었지만, 지극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유재산권의 본질은 존중하되, 소유자가 내팽개친 땅과 공간을 지역 공동체가 협동조합이나 자치회를 통해 마을 주차장, 쌈지공원, 공동 텃밭으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연어주자는 제안이다. 땅의 가치를 소유가 아닌 활용에서 찾자는 이 발상의 전환이 우리가 대면한 공간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다.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폐는 서울의 일극 집중과 그로 인한 지방의 붕괴다.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가고, 남겨진 지방의 토지와 주택은 공동화되어 자산 가치를 잃어간다. 반면 서울은 과밀화로 인한 극심한 경쟁과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라는 재앙을 맞이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안한 성장관리정책이 우리 국토 계획의 중심에 서야 한다. 지자체마다 무의미한 신도시 개발이나 산업단지 유치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거주 구역을 중심부로 모으는 계획적 축소(Compact City)를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프라 유지 비용을 줄이고 외곽 토지를 자연의 영역으로 보존해야만 비로소 건강한 지방 균형 발전의 기틀이 마련된다.

국토라는 한정된 자원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방치된 사유지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공간으로 되돌려놓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우리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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