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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누구의 것인가 - 인구 감소 시대의 토지 문제와 활용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가라시 다카요시 지음, 윤재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6월
평점 :
우리 세대에게 땅과 집은 인생의 가장 확실한 징검다리였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대출을 얹어 서울 변두리라도 내 집 한
칸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나와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생존 공식이라 믿어왔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는 자산이었고, 서울이라는
거대한 자석은 전국의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며 끊임없이 팽창했다. 그러나 50대에 접어들어 마주한 오늘의 국토는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나 있다. 서울은
밀려드는 인구와 인프라로 비대해져 숨이 막힐 지경인데, 한 걸음만 지방으로 물러서면 쓸쓸한 적막감과
함께 지방 소멸의 징후가 도처에 가득하다. 이 기묘한 불균형 속에서 이가라시 다카요시가 던진 <토지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책 제목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향한 무거운 경고로 다가온다.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한 사회에서 기존의 근대 사유권의 한계를
정면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소유권자가 행방불명되거나 상속인이 권리를 포기하여 관리되지 않는 토지가
급증하는 현실은, 개인이 권리만을 주장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근대적 사유권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저자의 일침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소유주가 방치해
동네의 흉물이 된 농어촌의 빈집, 상속인이 누군지 몰라 세금만 밀린 채 묶여 있는 도심의 소유 불명
토지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다. 땅을 사두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도 개인의 절대적 재산권이라는 이유로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손대지 못하는 현 사법 체계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는 뜻이다.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소유권은 결국 이웃과 공동체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폭력이 될 뿐이다.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현대 총유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의 토지는 개인이 독점하는 자산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용하는 현대 총유의 자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에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급진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었지만, 지극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유재산권의
본질은 존중하되, 소유자가 내팽개친 땅과 공간을 지역 공동체가 협동조합이나 자치회를 통해 마을 주차장, 쌈지공원, 공동 텃밭으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연어주자는
제안이다. 땅의 가치를 소유가 아닌 활용에서 찾자는 이 발상의 전환이 우리가 대면한 공간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다.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폐는 서울의 일극 집중과 그로
인한 지방의 붕괴다.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가고, 남겨진
지방의 토지와 주택은 공동화되어 자산 가치를 잃어간다. 반면 서울은 과밀화로 인한 극심한 경쟁과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라는 재앙을 맞이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안한 성장관리정책이 우리 국토 계획의 중심에 서야 한다. 지자체마다 무의미한 신도시 개발이나 산업단지
유치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거주 구역을 중심부로 모으는 계획적 축소(Compact City)를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프라 유지 비용을
줄이고 외곽 토지를 자연의 영역으로 보존해야만 비로소 건강한 지방 균형 발전의 기틀이 마련된다.
국토라는 한정된 자원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방치된 사유지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공간으로 되돌려놓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우리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