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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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배양기는 가혹할 정도로 정밀하다. 설정된 온도가 0.1도만 어긋나도 바이오 의약품의 단백질 구조는 변성이 일어나고, 수개월의 연구는 수포로 돌아간다. 수의사로서 생명을 다루고, 지금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팀장으로 살아가는 나에게예측 가능성통제는 삶의 절대적인 준칙이었다. 그러나 실험실 문을 열고 나와 마주하는 세계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의 거대한 소용돌이다. 트럼프의 예측 불허한 정책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의 근간을 뒤흔들고, 불확실성의 안개에 휩싸인 증시는 공포에 질려 요동친다. 50대 중반, 은퇴 이후의 자산 관리와 회사의 생존이라는 현실적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를 때, 나는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를 읽었고 갈을 찾았다.

사회를 지배하던 절대적인 사상과 확신이 사라진 현대 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갤브레이스는 애덤 스미스의 자율적 시장, 리카도의 고전파 이론,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까지 인류가 의지해 온 거대한 사상적 유산들이 변해버린 현실 앞에서 어떻게 무력해지는지 추적한다. ‘과거의 낡은 도그마와 경제학적 확신에 눈이 멀어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변화된 권력 구조와 리스크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라고 말한다. 바이오 공정에서 아무리 완벽한 이론적 가이드라인을 세워도 살아있는 세포가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듯, 트럼프라는 정치적 변수와 안개 속 증시는 과거의 경제 공식으로 제어하고 예측할 수 없는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실체 없는 유령이 아니라, 과거의 확신에 매달려 현실을 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지적 지연에 불과하다.

이 불확실한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갤브레이스는 현대 자본주의가 시장의 자율 경쟁이 아니라, 기술과 조직력을 갖춘거대 기업(테크노스트럭처)’과 정부 권력의 밀접한 결합(기획 체제)에 의해 움직이며, 이들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환경을 통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거대한 시스템조차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기획하고 대비하듯, 개인 역시 유연한 회복탄력성을 구축해야 한다.' 거시 경제의 변동성을 상수로 받아들이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여 나만의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세우는 것만이 공포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무기가 된다. 시장의 소음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내재적 역량이라는변수에 집중하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축을 만드는 길이다.

무질서해 보이는 혼돈 속에서도 생명은 끊임없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다가올 미래에 불안해하며 떨기엔 너무나 단단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기엔 여전히 젊고 뜨거운 나이다. 트럼프가 촉발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듯, 내 삶의 타임라인 역시 나만의 속도로 정밀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다. 시대의 불확실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만, ‘낡은 확신을 과감히 버리고 불확실성 자체를 관리 가능한 변수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이정표로 삼는다면 공포는 마침내 통제 가능한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라 믿는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자산 시장의 변동성 앞에서 흔들리는 현대인들과 미래의 나침반이 필요한 모든 리더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장의 일시적인 소음을 걷어내고 경제적 흐름을 거시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혜안과,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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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검색창을 떠났다
김유진 지음 / 도서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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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을 전공하고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며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는검증표준이다. 세포 하나, 균주 하나도 정해진 프로토콜을 벗어나면 안 되기에, 나의 일상이 늘 철저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였던 이유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고들 하지만, 내게 기술이란 오차를 줄여주는 더 정밀한 분석 장비, 가술에 불과했다. 최근 화두가 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그것들은 단지말귀를 조금 더 잘 알아듣는, 아주 똑똑하고 확장된 검색창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모르는 논문 용어를 묻거나, 영문 보고서의 문맥을 매끄럽게 다듬을 때 쓰는 유용한 비서 정도로만 여겼다.

김유진 작가의 <고객은 검색창을 떠났다>를 읽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내 머릿속은 실험실의 현미경 초점이 흔들린 것처럼 묘한 충격으로 가득 차 있다. 소비자가 키워드 검색 대신 AI의 맞춤형 답변을 소비하는 패러다임 전환 시대를 다룬 책이다. 50대 중반을 지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소 굳어지던 내게, 시대의 무대가 통째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였다. 이제 사람들은 포털 사이트 상단에 돈을 쓰고 매달리던 검색엔진 최적화(SEO)의 시대를 지나, AI의 추천 목록에 살아남기 위한 답변 엔진 최적화(AEO)와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의 무대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광고비 경쟁에 매달리는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신뢰하고 인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정직한 정보 자산을 직접 기록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매장의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객관적인 조건을 수집해 답변을 만든다. 그렇기에 저자는 소비자가 방문 전 확인할 구체적인 정보들예산, 룸 유무, 주차 조건, 유아 동반이나 반려동물 허용 여부 등을 온라인상에 일관되게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대행사에 돈을 쓰지 않고도 소상공인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전략 10·무기필살기 100’이라는 실전 지침서를 통해 마케팅의 힘을 내 손에 직접 쥐라고 당부한다.

동물병원 임상 현장에 있을 때를 돌이켜보았다. 과거의 보호자들은강아지 췌장염 병원을 검색해 상단에 뜨는 블로그 글을 일일이 읽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AI에게 이렇게 묻는다. “체중 4kg의 노령견인데 췌장염 수술 경험이 많고, 야간 응급실이 운영되며, 주차가 편리한 서초구 역세권 동물병원을 추천해 줘.” AI는 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단 두세 곳의 병원만을 골라내어 그 이유와 함께 완벽한 문장으로 대답한다. 선택의 주도권이 인간의 스크롤에서 AI의 필터링으로 넘어간 것이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QC 팀장인 나에게도 이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품질관리 관점에서도 이는 디지털 데이터의 무결성과 존재 증명을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을 시사한다. 우리 회사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가졌더라도, AI가 학습할 수 있는구체적인 정보 자산으로 세상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AI를 그저 확장된 검색창으로만 가볍게 소모했던 나의 게으름을 반성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검색창을 떠난 고객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나 역시 AI라는 탁월한 도구를 활용하고, 우리가 세상에 남기고 있는 디지털 흔적들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때다. 급변하는 AI 트렌드 속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본질을 놓치기 쉬운 중장년 리더들에게 권하는 필독서다. 독자들은 인공지능이 정보를 추천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디지털 정보 자산을 직접 통제하여 AI의 추천 답변으로 살아남는 실전 대응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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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인공지능이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이영환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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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이자 수의사로 살아온 지 어느덧 수십 년, 내 삶은 언제나검증표준의 연속이었다. 실험실의 데이터는 철저히 정량화되어야 하고, 생과 사를 다룰 때는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진단이 우선이었다. 그런 내게 인공지능(AI)은 그저 인간이 설계한 완벽한 시스템일 뿐이었다. ‘과연 이 차가운 기계와 철학적 대화가 가능할까?’ 이 의구심은 이영환 교수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AI에게스피리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건넨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저자가 AI와의 문답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기계의 영리함이 아닌, 인간의 고유성과 실존적 가치를 되찾는 것에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우리는 다시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야 한다"라는 책 속의 단단한 선언은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강력한 경종이다. AI는 인간이 축적한 텍스트를 거울처럼 반사하며, 역설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우리 내면의 깊은 사유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찰 속에서 저자가 강조하는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3가지 관계 50대 중반이라는 내 생의 변곡점과 강하게 맞물렸다. 황혼의 길목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자신과의 관계’, 팀원 및 아픈 동물들, 보호자들과 맺어온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바이오 기술이 생명을 다루는 시대에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세계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관계들은 AI가 결코 대신 정립해 줄 수 없으며, 오직 인간이 삶을 통과하며 스스로 증명해내야 하는 유일한 영역임을 역설한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넘어, 남은 날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꾸어 나갈 것인가라는 노학자의 속삭임은 마침내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것은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자의 묵직한 가르침이었다. 수의사로서 나는 수많은 죽음을 목도했다. 세포의 사멸은 생물학적 사실이지만, 그 안의 상실감과 고귀함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 책 속에서 죽음을 모르는 존재와죽음을 이야기하고, 늙지 않는 존재와노년을 논하는 과정은 엄숙했다. 저자는 AI라는 무한하고 늙지 않는 대조군을 통해, 오히려 인간이 가진유한함과 불완전함이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소멸을 향해 가기에 서로의 불완전함을 안쓰러워하며 연대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AI가 아무리 진화해도 계산해낼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의 본질이었다.

저자는 급변하는 AI 시대일수록 기술에 매몰되지 말고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50대의 중간 지점에서 마주한 이 메시지는 내 삶의 방향타를 조정하게 이끌어주었다. 답은 기계의 알고리즘에 있지 않다. 질문을 멈추지 않고, 유한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존엄함 속에 있다. 이 책은 급변하는 기술의 속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준을 찾고 싶은 중장년층과 직장인들에게 권장할 만하며, 독자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유한한 삶이 지닌 존엄성의 의미와 나와 타인, 세계를 잇는 세 가지 관계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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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괴롭히는 건 누구? - 환경 실천 숨은 그림찾기 77
홍다경 지음, 윤식이 그림 / 풀빛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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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보라고 준 책 <지구를 괴롭히는 건 누구?>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에이, 당연히 사람이지!’ 하고 단번에 정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집에서 페트병 비닐 라벨을 뜯고 캔을 씻어 분리 수거하는재활용 우수자인 나로서는 지구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나는 전혀 상관없다고 확신했다. 나는 내가 지구를 잘 지키는환경지킴이이라 생각하며 당당하게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의 당당함은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정답을 잘 안다고 자부했던 내가 일상 속에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지구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 책은 방, 학교, 마트 등 익숙한 11가지 공간 속 77가지 잘못된 행동들을 숨은그림찾기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림을 찾을 때마다 가슴이 뜨끔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과자 봉지를 예쁘게딱지 접기해서 버리는 행동이었다. 나는 부피를 줄이려고 늘 딱지를 접어 분리 수거함에 넣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접힌 비닐은 선별장 기계가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매립된다고 한다. 재활용을 잘한다는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고, 나의 깔끔한 손재주가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트 입구에서 쓰던 일회용 우산 비닐, 습관적으로 타던 엘리베이터, 산에서 외쳤던 "야호!" 소리까지 모두 지구를 아프게 하는 행동이었다. 처음에 타인만을 탓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지구에게 미안해졌다.

정답은 여전히인간들이다. 하지만 그 인간 속에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매일 지구를 조금씩 아프게 하던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환경 보호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각자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습관과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명확히 다가왔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지구를 아프게 하고, 반대로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느꼈다.

책을 다 읽고 나의 환경 실천 점수를 다시 매겨보았다. 눈에 보이는 재활용 정리를 잘하는 것은 100점이었을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심코 저지른 행동들을 생각하면 내 점수는 50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다시 보니 11가지 공간에서 각각 7가지씩 행동을 바꾸는 ‘11×7’의 미션이었다. 거대한 환경 운동은 어려워도, 내가 마주하는 공간에서 매일 7가지씩 올바른 습관을 지키는 것 정도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비닐을 펼쳐서 버리고 양치질할 때는 꼭 컵을 쓸 것이다.

문득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더 깨달았다. 사실 지구는 망하지 않는다. 인류가 사라지더라도 지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푸르게 회복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환경 실천은 위대한 지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류가 이 땅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행동들이었다. 아픈 지구 위에서 우리 스스로를 구하고 살릴 수 있는 존재 역시 사람이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며 무심코 행동해 온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며, 지구를 위협하는 것도 살리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의 작은 습관에 달려있다는 교훈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내 방과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11×7의 올바른 실천들이 모일 때, 우리 인류는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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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은 자유다 - 평범한 사람이 세계와 거래하는 법
레이첼 백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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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수년, 내 삶의 궤적은 언제나안전기준이라는 단어에 묶여 있었다.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오차를 줄이고, 정해진 규격을 엄격히 준수하며, 예상치 못한 변수를 통제하는 일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은 내게 그런 일터를 제공하는 곳이자, 거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었다. 50대에 접어든 지금,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은 내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본값(Default)이었다. 이 울타리를 벗어난 삶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종의부적격상태와 같았기 때문이다.

레이첼 백의 <무역은 자유다>는 평생을 규격화된 삶 속에서 살아온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묘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저자는 무역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기술을 넘어, 내 삶의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주는 도구라는 핵심 메시지를 강조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세계와 거래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무역을 복잡한 수출입 실무가 아닌 '회사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자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유'로 정의한다. 직장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던 내 시야를 글로벌 시장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시켜 준 것이다.

그동안 나에게 직장은 삶을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생존의 전부였다.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곧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밖에서도 내 시간으로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내 마음속 단단했던 보호막에 균열을 일으켰다. 노트북 한 대와 인터넷만 있다면 전 세계가 나의 시장이 되고, 내가 곧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매일 실험실과 사무실에 갇혀 정해진 가이드라인과 상사의 지시에만 의존하던 나에게, 저자는 타인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주도하는 법을 일깨워주었다.

이 책은 회사라는 보호막 안에서 안전을 추구하면서도 언젠가 마주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직장인이나, 자립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복잡한 무역 실무를 일상의 언어로 마스터함은 물론, 회사 밖에서도 내 안목과 노트북 한 대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과 삶의 대안을 얻을 수 있다.

퇴근 후 세계 무대에서 나만의 자립 시나리오를 기획해 보라는 저자의 따뜻한 격려에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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