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검색창을 떠났다
김유진 지음 / 도서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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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을 전공하고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며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는검증표준이다. 세포 하나, 균주 하나도 정해진 프로토콜을 벗어나면 안 되기에, 나의 일상이 늘 철저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였던 이유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고들 하지만, 내게 기술이란 오차를 줄여주는 더 정밀한 분석 장비, 가술에 불과했다. 최근 화두가 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그것들은 단지말귀를 조금 더 잘 알아듣는, 아주 똑똑하고 확장된 검색창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모르는 논문 용어를 묻거나, 영문 보고서의 문맥을 매끄럽게 다듬을 때 쓰는 유용한 비서 정도로만 여겼다.

김유진 작가의 <고객은 검색창을 떠났다>를 읽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내 머릿속은 실험실의 현미경 초점이 흔들린 것처럼 묘한 충격으로 가득 차 있다. 소비자가 키워드 검색 대신 AI의 맞춤형 답변을 소비하는 패러다임 전환 시대를 다룬 책이다. 50대 중반을 지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소 굳어지던 내게, 시대의 무대가 통째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였다. 이제 사람들은 포털 사이트 상단에 돈을 쓰고 매달리던 검색엔진 최적화(SEO)의 시대를 지나, AI의 추천 목록에 살아남기 위한 답변 엔진 최적화(AEO)와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의 무대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광고비 경쟁에 매달리는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신뢰하고 인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정직한 정보 자산을 직접 기록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매장의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객관적인 조건을 수집해 답변을 만든다. 그렇기에 저자는 소비자가 방문 전 확인할 구체적인 정보들예산, 룸 유무, 주차 조건, 유아 동반이나 반려동물 허용 여부 등을 온라인상에 일관되게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대행사에 돈을 쓰지 않고도 소상공인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전략 10·무기필살기 100’이라는 실전 지침서를 통해 마케팅의 힘을 내 손에 직접 쥐라고 당부한다.

동물병원 임상 현장에 있을 때를 돌이켜보았다. 과거의 보호자들은강아지 췌장염 병원을 검색해 상단에 뜨는 블로그 글을 일일이 읽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AI에게 이렇게 묻는다. “체중 4kg의 노령견인데 췌장염 수술 경험이 많고, 야간 응급실이 운영되며, 주차가 편리한 서초구 역세권 동물병원을 추천해 줘.” AI는 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단 두세 곳의 병원만을 골라내어 그 이유와 함께 완벽한 문장으로 대답한다. 선택의 주도권이 인간의 스크롤에서 AI의 필터링으로 넘어간 것이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QC 팀장인 나에게도 이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품질관리 관점에서도 이는 디지털 데이터의 무결성과 존재 증명을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을 시사한다. 우리 회사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가졌더라도, AI가 학습할 수 있는구체적인 정보 자산으로 세상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AI를 그저 확장된 검색창으로만 가볍게 소모했던 나의 게으름을 반성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검색창을 떠난 고객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나 역시 AI라는 탁월한 도구를 활용하고, 우리가 세상에 남기고 있는 디지털 흔적들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때다. 급변하는 AI 트렌드 속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본질을 놓치기 쉬운 중장년 리더들에게 권하는 필독서다. 독자들은 인공지능이 정보를 추천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디지털 정보 자산을 직접 통제하여 AI의 추천 답변으로 살아남는 실전 대응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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