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운명을 데려온다
이하영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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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만 일곱 번, 직장 생활 어느덧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남들은 나를 보고 ‘능력 있다’, ‘과감하고 추진력이 좋다’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내지만, 와이프는 집에서 가까운 한 직장을 오래 다니고 아이들을 더 잘 챙기길 바랬다.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자면 내 이직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조직에 발을 들일 때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팽팽한 긴장감, 텃세를 견뎌내며 오직 성과로만 나를 증명해야 했던 압박감, 그리고 ‘과연 이 선택의 끝에 무엇이 남을까’ 하는 근원적인 불안감이 언제나 내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웬만한 풍파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베테랑이 되었다고 자부하던 차에 저자의 말은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내가 그동안 수많은 서바이벌 게임을 치러내는 동안, 정작 내면의 나 자신에게 얼마나 거칠고 황폐한 언어를 쓰고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자기 제한의 언어’와 ‘무의식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직을 거듭할 때마다 내 무의식을 지배했던 속삭임은 결핍과 불안에 맞닿아 있었다. ‘이번 조직은 또 얼마나 텃세가 심할까?’, ‘내가 과연 이번에도 기대만큼 해낼 수 있을까?’ 같은 의구심들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객관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고 정의하는 세계’를 경험할 뿐이라고 단언한다. 내가 뱉은 불안의 말들이 실제로 새로운 직장 환경을 더 가시방석처럼 만들고, 타인과의 관계를 방어적으로 구축하게 만든 주범이었던 셈이다. 나의 행동과 말에 지경을 나의 말이 정했다. 그 말을 생각에서 나왔다.  20년 동안 나를 지켜준 날카로운 서바이벌 본능이 어느새 매너리즘과 냉소적인 언어의 탈을 쓰고 내 미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7번의 이직과 20년의 직장 생활 동안 내 무의식을 지배했던 불안과 냉소의 언어가 실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장벽이었음을 늦게 알게 되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잦은 이직은 필연적으로 깊은 심리적 피로감을 남긴다. 누군가 한곳에서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조직의 핵심 임원으로 성장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낯선 땅으로 옮겨 다니며 매번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내 정착지는 어디인가?’라는 회의감과 함께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박탈감을 느꼈다. ‘뭐 어때’라는 한마디는 위로를 주기에 충분하다. 일곱 번의 환경 변화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나, 그 선택들은 나에겐 이미 ‘도전과 성장’ 이었다. 내 커리어는 방황이 아니라 ‘위대한 여정’이었다는 걸 저자가 인정하고 보증해준 듯하여 힘이 난다.

‘내 이름 세 글자’가 가진 자립의 무게가 훨씬 더 점점 더 중요해진다. 미래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입에서 나가는 언어로 먼저 선점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얘기해준다. 앞으로 내가 여덟 번째 도약을 하든, 홀로서기를 준비하든 내 남은 인생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조직의 규모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매일 건네는 자기대화의 질이다. ‘오늘도 치열하게 버텨내자’라는 생존형 언어를 ‘오늘도 내 커리어의 독보적인 가치를 쌓아 올리는 날이다’라는 주도적인 언어로 바꾸고 내면의 중심을 바로 세울 것이다. 생존을 넘어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라는 걸 명심하자.

환경이 거세게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잡아줄 유일한 닻은 다름 아닌 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남은 직장 생활과 그 이후의 두 번째 인생까지 주도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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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양이 ㅣ 북멘토 그림책 39
이혜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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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나고 몸이 끈적거리는 여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에요. 《여름 고양이》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더위에 지쳐 누워있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았어요. 고양이가 주인공인데 이름이 없어요. 여름이(?)로 할까요? 나처럼 고양이도 더운 여름을 싫어한다니 빨리 지나가길 바랄 거예요. 찡그린 얼굴의 고양이를 보며 나는 ‘너도 나처럼 여름이 참 힘들구나’ 하고 깊이 공감했어요.

어느 날, 방학을 맞아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 댁에 놀러 온 한 아이가 고양이에게 다가와 바다에 같이 가자고 해요. 처음에 시큰둥하던 고양이는 맛있는 생선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아이의 뒤를 따라 바닷가에 가요. 막상 도착한 바다는 그저 심심하고 따분할 뿐이었어요. 실망. 고양이는 바닷가 옆에 고여 있는 작은 물웅덩이를 발견하고 발로 톡 쳐봤어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이 찌그러지는 거랑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재미있게 물장난을 치면서 바다에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물웅덩이에서 놀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여름이 덥고 짜증나서 싫어하는 계절이 아니에요. 땀을 식혀주는 바닷바람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나무 그늘이 얼마나 달콤하고 소중한지도 깨달았어요. 바뀐 건 고양이의 마음뿐인데 여름, 바다, 시원한 바람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나는 여름이 찾아올 때마다 덥고 땀이 많이 나서 짜증 나는 계절이었어요. 시원한 집에만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더워도 친구들과 축구하는 건 재미있었거든요~ 나만 싫어하는 것들 중에 한가지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더 이상 싫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부터 좋은 점 찾기 시작~

내가 싫어하는 것도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열고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딱 한 번만이라도 해보면 의외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이 담겼어요.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바닷가 물웅덩이 앞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던 고양이를 떠올릴 것 같아요. 투덜대면서 불평하기 전에 작은 즐거움을 먼저 찾아내려고 노력할 거예요. 고양이가 나중에 시원한 바람과 나무 그늘의 고마움을 알게 된 것처럼, 우리 주변에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라요. 익숙함에 소중함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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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5
조지 오웰 지음, 이혜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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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집필한 해 '1948'의 뒤의 두 자리를 바꾸어 '1984'라는 미래를 설정한다. 우리 세대에 곧장 들이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현대를 살면서 수많은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격변을 목격해 온 50대의 시선에서 볼 때,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을 넘어 소름 돋는 현실의 예언서이자 묵직한 인생의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권력의 물리적인 억압과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목도했던 우리는 소설이 묘사하는 고도화된 정신적 통제와 감시의 메커니즘은 더욱 남다른 무게감과 서늘한 경각심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정치 지형을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소설 속 가상의 독재 체제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어떻게 변형되어 나타날 수 있는지 그 섬뜩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오세아니아를 지배하는 체제는 단순히 인간의 신체를 구속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내면과 사소한 감정까지 완벽하게 장악하려 든다. 거리를 걷거나 안방에서 숨을 쉬는 그 모든 순간마저 감시하는 거대한 눈 앞에서, 도시 곳곳에 붙어 있는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구는 권력의 절대성을 상징한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역시 대중에게 자신만이 유일한 보호자이자 대변자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주입해 왔다. ‘나만이 이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라며 강력한 1인 중심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메시아적 숭배를 유도하는 모습은, 오세아니아 시민들이 빅 브라더라는 절대적 존재에게 의존하며 심리적 위안을 얻는 구조와 소름 돋도록 닮아 있다. 디지털 문명이 발전할수록 SNS와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의 심리를 은밀하게 추적하고 조작하는 통제의 위험성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권력이 역사와 언어, 그리고 인간 고유의 이성마저 어떻게 정교하게 조작하고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과정이다. 당의 핵심 슬로건인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기괴한 말처럼, 명백한 모순과 거짓조차 아무런 의심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이중사고’를 대중에게 강요한다. 이는 트럼프 정권의 백악관이 취임식 인파 논란 당시 당당하게 주장했던 '대안적 사실'과 닮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객관적 언론 보도를 모두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지지자들에게 오직 자신의 말만 믿도록 만드는 행태는 오웰이 경고한 이중사고의 현대적 변주에 가깝다.

더욱이 소설 속 오세아니아 당원들이 매일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2분 증오' 시간은 트럼프의 '혐오 정치'와 놀라울 정도로 겹쳐 보인다. 소설 속 대중이 스크린 속 배신자 골드스타인을 향해 광기 어린 분노를 쏟아내며 당의 결속을 다지듯, 트럼프는 이민자, 유색인종, 전통 언론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며 지지자들의 분노와 혐오를 동력으로 삼았다.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식의 선동은 오세아니아 체제가 외부의 적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는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진리부에서 매일 수행하는 과거 기록의 수정 및 조작 작업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라는 무서운 진리를 극명하게 증명해 낸다. 역사와 정보를 권력의 입맛대로 바꾸어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모습은, 트럼프가 패배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하며 지지 대중을 선동하던 지점과 똑 닮아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실인지 분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은 거대 권력과 정치적 선동가가 정보를 독점하고 왜곡했을 때 대중이 얼마나 무력하고 유약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경고한다.

인간성을 지키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처절하게 저항하던 윈스턴이 결국 잔인한 고문과 영혼을 무너뜨리는 공포 앞에서 가장 소중한 연인인 줄리아마저 배신하고, 마침내 ‘빅 브라더를 사랑한다’며 가짜 눈물을 흘리며 순응하는 결말은 씁슬하다. 체제는 윈스턴의 육체적 생명을 빼앗는 대신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적인 영혼을 완전히 말살하고 철저히 유린한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인간다운 가치들과 비판적 이성이 포퓰리즘과 증오 선동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얼마나 취약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알고 경계하고 지켜내야 한다. 우리가 깨어있지 않으면 디스토피아는 언제든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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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브레인
박주원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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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에서 답답했고 회사 밖에서 외로웠다.

도구로서 AI, 호모 파베르.

평생을 나의 몸으로 나의 시간을 바쳐 일해온 50대 직장인에게 요즘 세상의 AI라는 기술은 모르는 분야라 두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TV를 틀어도, 뉴스를 봐도 온통 'AI(인공지능)' 이야기만 들리는 듯해요. AI니 반도체니 해서 아주 호황인 산업 분야 종사자들은 어마 어마한 인센티브를 받고 그 외의 직장인인 나는 부럽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고 세상이 어찌 될지 걱정이 되요. 챗GPT 모르면 도태된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다 빼앗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전문직인 수의사지만 마음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곤 해요. 컴맹 수준이러 두려움은 더 크게 다가오는 거 같은데…

<자이언트 브레인> 제목을 보고 뭔가 큰 게 담겼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려울 거 같다는 예상을 했지만 차근차근 책장을 넘길수록 인공지능이 일상과 무관하게 동떨어진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내 책상 위에서도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자는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더 크게 키워줄 무기라고 말해요.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연륜'과 '기획력', '문제 해결 능력'이 있죠. 다만 그것을 세련된 문서나 영상, 마케팅 문구로 빠르게 바꾸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고, 바로 그 부족한 부분, 귀찮은 반복 업무를 AI에게 맡기면 해결된다고 말해요. 거인(저자)의 어깨 위에 올라타 AI를 도구로, 조력자로 잘 활용하면 보다 가치 있는 것들을 이뤄낼 수 있을 거예요.

당장 활용 가능한 AI와 그 활용법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요. 실린 '실전 프롬프트 30선'은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저 같은 초보자에겐 구세주로 무조건 따라 해보기로 AI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줘요. 빨리 퇴근하는데 도움을 주는 AI도 활용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은퇴해야 할 나이에 혼자서 개인 사업을(장사?) 시작해야 하는데 직원을 둘 여력은 없고, 혼자 다 하는 건 역량이 부족하여 막막하기만 했는데 AI를 '두 번째 뇌'로 삼으면 혼자서도 기획, 광고문안 작성, 홍보까지 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기술을 담은 책이 아니라 세상이 변하는 빠른 속도에 긴장하고 적응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AI라는 도구를 먼저 써보는 선점효과로 성과를 얻으며 당당하게 나아가는 방법을 담아 이끌어주고 응원해줘요.

부록으로 포함된 것들은 본문에서 저자가 전해주는 비법들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친절한 저자님. 특히 C에 많이들 끌리셨죠? 저도 그래요. 수학공부 잘 하는 방법? 이론을 알고 문제를 푼다와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풀이에 필요한 이론을 공부한다. 순서 하나 바꿨을 뿐인데~ 결과는 하늘과 땅일 수 있다. 어떻게 하든 비슷할 수도 있다. 후자는 이미 경지에 오른 경우라고 생각한다. 본문 내용을 공감하며 차근차근 읽고 부록의 행간에 왜?를 채우고 실천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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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샤인 보이 -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ㅣ 북멘토 가치동화 79
한태경 지음, 원유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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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 시간에 6·25 전쟁에 대해 배웠어요. 전쟁은 그저 교과서 속 아주 먼 옛날 이야기나 다른 나라의 일로만 느껴지는데, <슈샤인 보이>를 읽고 나니,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마음 깊이 느꼈어요. 지금도 전쟁 중인 나라의 아이들이 걱정이예요.

찬희는 나와 나이가 비슷해요. 평화롭던 찬희의 일상은 전쟁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어요. 전쟁에 아버지를 여의고 피란길에 폭탄으로 엄마도 돌아가셔요. 자기 때문이라는 자책감도 느끼는데, 분이를 잘 보살피라는 엄마의 유언. 난리 통에 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잠잘 곳도, 먹을 음식도 없는 낯선 대구의 길거리에서 찬희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어요. 무거운 나무 구두통을 어깨에 메고 미군들의 구두를 닦는 '슈샤인 보이'가 되요.

찬희의 하루하루가 너무 안타까워서 가슴이 먹먹했어요. 매일 학교에 가고,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나의 일상들이 찬희에게는 잃어버린 과거이고 간절히 바라는 일이라니 마음이 아파요. 길거리에서의 삶은 어린 찬희에겐 너무나 가혹했어요. 추위와 배고픔에서 오는 고통, 같이 피난 온 처지에 부모가 없는 고아라고 무시하고 거칠게 대하는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으로 찬희는 더 큰 상처를 입었어요. 내가 만약 찬희였다면 무섭고 슬퍼서 진작에 포기하고 주저앉아 울고 시름시름 앓았을 거 같아요.

찬희의 마음속에는 동생을 꼭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찬희는 하루 하루 버텨요. 찬희는 힘든 와중에도 자신보다 더 어렵고 굶주린 다른 고아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 음식을 나누며 의지했어요. 어른들도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전쟁터에서, 오히려 아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버텨내는 모습은 정말 슬프지만 감동적이었어요. 찬희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죠.

전쟁은 어른들이 시작하지만, 정작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삶이 파괴되는 것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모든 전쟁이 오늘 아니 지금 당장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찬희는 우여곡절 끝에 분이를 찾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분이는 전쟁의 참혹한 환경 속에서 병을 얻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이었어요. 찬희는 동생의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얼마나 아팠을까요?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었을 거예요. 어떻게 위로하지? 찬희가 지옥 같은 길거리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동생, 분이를 찾겠다는 목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곁에서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종수와 정임이같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도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전쟁터에서 찬희와 정임이가 서로 의지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누구나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그때 내가 꼭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나 가치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마음속에도 그런 단단한 중심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알려줘요. 진정한 용기와 힘은 남을 이기고 군림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힘들고 부족하더라도 나보다 더 힘들고 소외된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할 줄 아는 마음이 진짜 강하고 성숙한 사람의 모습이라는 걸 배울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그런 따뜻하고 단단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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