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권민창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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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가축’의 삶이었다. <반골>을 읽고 씁쓸함을 맛본다. 50대 중반, 중견기업을 거쳐 지금의 바이오 스타트업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기까지 내 평생을 지탱해 온 단어는 규칙과 안정이었다. 매달 찍히는 월급과 조직의 울타리,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르기만 하면 주어지는 안락함은 최고의 보호막이었다. 규격 안에서 실패할 리 없는 안전지대 속에서 나는 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타트업이라는 냉혹한 야생으로 자리를 옮긴 후, 내가 안주해 왔던 안정감이 오히려 눈과 발을 묶는 족쇄가 되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 시장에서 ‘AI가 대체 못하는 인간만의 영역이 있다’고 위안하며 기획과 분석에만 매달리는 이들의 한계를 똑똑히 보았다. 기술의 진보를 외면한 채 인간의 감성이나 정교함을 무기로 핑계를 대던 이들은 결국 일자리를 잃거나 속도전에 뒤처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압박 속에서 완벽한 준비만 고집하는 행위는 야생에서 도태를 자초하는 지름길일 뿐이었다.

‘안정이라는 달콤한 울타리에 갇혀 길들여진 가축으로 살 것인가, 스스로 먹이를 찾아 사냥하는 야생의 포식자로 살 것인가?’라며 엄중하게 질문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모든 행위가 결국 게으름의 세련된 핑계일 뿐이라는 말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기술이 인간을 추월하는 시대에 철저한 데이터와 기획만 붙잡고 정작 중요한 파이프라인 출시 시기를 놓쳤던 수많은 밤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달콤한 위로나 공감은 일시적인 마취제일 뿐, 현실에서 나를 구원하는 것은 오직 나의 행동뿐이었다.

‘40%의 완성도라도 상관없다. 일단 시장에 결과물을 던지고, 부딪히며 깨지고 수정해 나가는 자가 결국 이긴다’는 조언은 평생 99%의 완벽함을 추구하던 내 삶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부족한 결과물이라도 세상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하는 실전 지능이 스타트업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머뭇거릴 시간을 끊어내고 즉시 움직이는 시작 중독자가 되어야만 비로소 생존할 수 있었다.

나이가 쉰을 넘으면 사람들은 대개 척추의 기세를 잃고 주변의 대세와 위로에 안주하기 쉽다.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몸을 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세상을 등진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새로이 정의한다. 그것은 삶을 포기하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시선이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한 고독 속에서 오직 나만의 주관과 길에 몰두하는 태도다. 타인의 비난이나 은퇴에 대한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 금강불괴의 두개골을 장착하고, 세상을 등진 채 묵묵히 내 걸음을 걸어야 비로소 홀로 설 수 있다.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블루오션에 대한 환상을 과감히 버리라고 꼬집는다. 경쟁자가 없는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대신, 오히려 치열한 레드오션 속에서 남다른 실행력으로 나만의 영역을 선점하는 것이 진정한 생존법이다. 품질관리 팀장으로서 제품의 규격은 철저히 통제하되, 내 인생의 규격은 깨부수기로 결심한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직장이 주던 안정을 버리고 야생으로 뛰어나가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실전 경험에 강력한 실행력을 더한다면,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조차 단숨에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다.

어설픈 증명은 논란을 낳고 압도적인 증명은 전설을 만든다. 과정의 힘듦을 핑계 대거나 징징대지 않고,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압도적인 성과와 결과물로써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세상에 입증하는 전설이 될 차례다. 직장의 안락함에 길들여져 주도성을 잃어가는 모든 직장인과 머뭇거림으로 시작을 미루는 이들에게 권한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어설픈 변명을 지우고 압도적인 성과로 스스로를 증명해 낼 강력한 행동력을 심어줄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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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자들 여정의 시작 6 : 별의 정령 ㅣ 별을 쫓는 자들 1부 여정의 시작 6
에린 헌터 지음, 윤영철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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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주말에 서울랜드나 에버랜드에서 동물들을 볼 때면 늘 안쓰러웠다. 에버랜드 사파리의 사자들은 좁은 바위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고, 서울랜드의 곰들은 유리창 너머로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 슬픈 눈망울들이 잊히지 않던 중에 만난 책이 바로 에린 헌터의 <별을 쫓는 자들 6: 별의 정령>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터전을 잃은 네 마리의 어린 곰들이 전설 속 낙원을 찾아가는 마지막 모험을 다룬 동화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며 느꼈던 나의 고민들이 이 책의 줄거리와 주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곰들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낙원인 ‘최후의 위대한 황야’에 도착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곳은 이미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와 오염 물질로 인해 번진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수많은 곰들이 죽어가는 비극의 땅이었다. 곰들은 인간의 약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인간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불신이 부딪치며 극심한 ‘대립’을 겪는다. 헤어졌던 오빠 야카와 기적적으로 재회했지만 오빠마저 병에 걸려 신음하는 칼릭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책을 읽으며 속상해하는 나를 보시고 수의사이신 아빠께서는 야생 동물 질병의 대부분이 인간이 망쳐 놓은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만든 오염이 결국 동물들에게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아빠의 설명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자연을 망가뜨린 것도 인간이고 가둔 것도 인간인데, 동물들은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인간에게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현실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변신 곰 어주락은 곰들을 구하고자 ‘별의 정령’으로서 숭고한 희생을 선택하며 사명을 완수한다. 그의 희생 덕분에 위기를 넘긴 세 곰은 연대를 통해 성장하여 야생의 리더로 거듭난다. 토클로는 황야의 리더가 되고, 칼릭은 북극해로, 동물원 출신이었던 루사는 완전한 야생 곰이 되어 숲으로 복귀한다. 사명을 완수한 네 마리 곰들이 우정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이별’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야생 동물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고발하는 강력한 경고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또한 곰들이 편견을 깨고 우정으로 뭉친 것처럼, 인간과 자연도 서로 연대하며 공존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는 좀 어려운 이야기를 주장한다. 기성 세대에서 못 했으면 자라나는 우리가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작은 행동들이 멀리 있는 곰들의 터전을 지키는 첫걸음이 됨을 알았다. 야생 동물들이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고 온전한 자유를 누리며 달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놀이공원에 자주 가는 친구들이나, 동물을 그저 구경거리로만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힘겨운 여정을 함께 읽으며 우리 곁의 동물들이 처한 아픈 현실을 깊이 공감하고, 자연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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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천둥족의 도둑 ㅣ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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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한다.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을 관찰해 보면 ‘냐옹’ 대신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미야오’ 하고 운다. 진짜 소리인 ‘미야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당장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진다. 부모님께 조르기도 했지만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무겁다며 더 자란 뒤에 결정하자고 하셨다. 아쉬운 마음에 야생 고양이들이 종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전사들 그래픽 노블: 천둥족의 도둑>

대전투 직후 천둥족에 평화가 찾아온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수많은 멋진 전사들 중 내 마음을 흔든 주인공은 브라이트하트였다. 그녀는 과거 개 떼에게 공격당해 얼굴 반쪽과 한쪽 눈을 잃은 슬픈 상처를 가진 고양이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내면은 매일 밤 악몽과 트라우마로 가득했다. 브라이트하트는 ‘흉터는 몸에만 남는 게 아니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마음속에서 매일 밤 나를 괴롭히고 있어’라며 아픔을 고백한다. 이 상처는 결국 주변 동료들까지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과 오해로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족의 먹이 더미에서 자꾸만 사냥감이 사라지는 사건이 터진다. 브라이트하트는 과거 종족을 배신했던 타이거스타를 떠올리며 “종족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게 틀림없어”라며 내부에 범인이 있다고 확신한다. 결국 그녀는 짝인 클라우드테일에게도 비밀로 한 채, 혼자서 은밀하게 먹이 도둑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만약 나라면 상처 입은 몸이 무서워서 숨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을 누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끈질긴 추적과 기다림 끝에 밝혀진 진짜 도둑은 내부 배신자가 아니라, 하늘에서 급강하해 훈련병을 낚아채려던 야생 올빼미였다.

이 장면을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브라이트하트는 임신 중인 무거운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올빼미에게 망설임 없이 덤벼들었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기억 때문에 동료들을 색안경을 끼고 의심했던 미안함을 지우고, 진짜 위협 앞에서 종족을 지켜내며 마음의 흉터를 스스로 극복해 낸 것이다. 특히 그녀가 괴로워할 때마다 곁에서 "네 얼굴에 남은 흉터가 어떻든, 내 눈에는 여전히 가장 아름답고 용감한 천둥족의 전사야"라며 지켜주던 짝, 클라우드테일의 조건 없는 사랑도 감동적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 창문 너머를 한참 바라보았다.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은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을 넘어, 배고픔에 ‘미야오’ 하고 울며 도움을 청하는 길고양이들의 아픔까지 사랑하고 책임지는 일임을 배웠다. 이야기 끝에서 브라이트하트는 ‘두려움은 나를 숨게 만들었지만, 용기는 나를 다시 걷게 했다’라며 당당하게 외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신 아빠께서는 대견하다는 듯 내 어깨를 토닥여 주셨다. ‘단순히 동물을 귀여워하는 걸 넘어 생명의 상처와 책임감까지 헤아릴 줄 아는 걸 보니, 우리 아들이 고양이를 키울 자격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거 같아 대견해.’ 하고 칭찬해 주셨는데 가슴이 뿌듯했다. 참고로 우리 아빠는 수의사다.

나는 이 책을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아직 키우지 못하는 친구들, 그리고 겉모습 때문에 친구를 오해해 본 적이 있는 반 친구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생명의 내면 상처까지 헤아리는 따뜻한 책임감과,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진실을 마주하는 당당한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학교에서 두려워서 피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용기를 냈던 브라이트하트를 떠올리며 힘차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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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코어
오타쿠코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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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오십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효율과 계산에 맞춰 숨 가쁘게 달려온 나날이었다. 홍대 거리나 AK플라자 인근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패션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그래픽 티셔츠를 당당하게 입고, 가방에는 만화 인형을 주렁주렁 매단 채 활보하는 모습 말이다. <오타쿠코어>는 그 유행에 대한 이야기였다. 서브컬처를 일상 패션에 결합했다는 설명에, 수십 년째 쓰고 있는 포털 ID들이 뇌리를 스쳤다. 나 역시 대부분의 ID를 conan, nana, pobi로 조합해서 쓰는 ‘코난에 진심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평생 마음을 쏟아온 세계가 있다. 일요일 아침이면 눈을 비비며 TV 앞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미래소년 코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달리던 코난과 친구 포비, 나나의 세계는 내 유년의 전부였다. 직장 생활의 고단함에 치여 살던 시절에는 만화 원피스의 루피를 만나 ‘너 내 동료가 돼라!’라는 외침에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내 삶의 가장 깊은 정체성은 언제나 코난과 포비의 이름 뒤에 숨어 있었다. 그 순수한 세계관은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정서적 안식처였다.

우리 세대에게 서브컬처는 ‘철없는 취미’이거나 ‘남몰래 즐겨야 하는 음지의 문화’였다. ID를 만들 때조차 동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저 영문 글자를 슬쩍 조합해 숨겨두어야 했다. 나이를 먹어서도 만화 캐릭터에 애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주변의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내 가슴을 뛰게 했던 세계는 늘 디지털 비밀번호 뒤에 꽁꽁 숨겨져 있었다.

내가 숨겨야 할 것으로 여겼던 순수한 정서적 몰입을, 요즘 세대는 가장 힙한 방식으로 세상에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방 가득 인형을 채우는 이타백이나 Y2K풍의 오버사이즈 헤드폰 같은 소품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숨기던 서브컬처 취향을 Y2K 감성의 스트릿 패션으로 승화시켜 당당하게 드러내는 주체적 자기표현’이었다. 아날로그 향수와 스트릿의 융합을 통해 완성된 비주얼을 보며, 이것이 대중적 소비 트렌드로 안착한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젊은 세대의 서브컬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안목을 갖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ID 속에만 숨겨두었던 나만의 열정과 취향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거울 속 규격화된 중년의 차림새를 보며, 나는 왜 평생 내 취향을 메일 주소 뒤에만 숨겨왔던 걸까 잠시 생각? 그땐 그랬다. 주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아줄 책으로 읽기를 권한다.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용기는 없을지라도, 오늘만큼은 내 가슴속 코난과 포비를 당당히 꺼내어 마주하고 싶다. 이 눈부신 '오타쿠코어'의 시대에, ID 속 코난은 아직 은퇴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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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혁명 : 알베르 카뮈 - 세상의 부조리를 직시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주인이 된다 ㅣ 내면혁명 2
알베르 카뮈 지음 / 이너스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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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인생의 반환점에 서서 나는 오랜 세월 돌려온 무의미한 다람쥐 챗바퀴를 비로소 멈춰 세우기로 했다. 사회가 정한 안전한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관성적인 나날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매달렸던 것은 주변의 인정과 이해였다. 갈등을 피하려 내 목소리를 죽인 채, 얼굴에는 늘 '가면을 쓴 친절'을 두르고 다수의 의견에 동조해 왔다. 그러나 '착한 사람'으로 살아온 대가는 영혼의 피폐함 뿐이었다. <내면혁명> 중 알베르 카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내 삶의 관성을 깨부수며, 세상의 근원적 불합리함을 직시하고 타인에게 이해 받기를 과감히 포기할 때 비로소 진짜 자유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카뮈는 인간이 끊임없이 의미를 갈구하지만 세상은 침묵한다는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요구한다. 세상은 본래 불합리하며, 타인은 결코 나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위선적인 관계망 속에서 영혼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타인의 생각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결국 내 삶의 중심을 내면에 굳건히 세워야만 한다. 나는 가면을 쓴 친절을 과감히 벗고, 내 내면을 뒤흔드는 ‘뼈를 깎는 직언’을 사랑하기로 했다. 남들의 눈치를 보며 구걸하던 인정의 중독에서 벗어나, 내 양심과 목소리를 신뢰하는 단단함이 필요한 이유다.

진정한 변화는 사회의 가식적 요구와 대중의 맹목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단호한 거절의 용기를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 소설 <이방인>의 뫼르소는 사회가 요구하는 위선적인 도덕관과 거짓 눈물을 거부했기에 외톨이가 되었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세상의 눈에는 부적응자였지만, 그는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진실을 굽히지 않았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가식적인 삶을 사느니, 차라리 오해를 받더라도 자기 자신으로 남기를 택한 것이다. 다수의 의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며 나만의 생각과 고유한 가치를 스스로 버려서는 안 된다. 타인의 요구에 영혼 없이 순응하는 태도를 멈추고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는 거절의 용기 속에서 내 삶의 주권이 회복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불합리한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기준을 세우는 주체적인 자아로 살아가는 것이다. 신화 속 시지프는 무의미한 돌을 영원히 산 위로 굴려 올려야 하는 끝없는 헛수고의 형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지배하며, 그 반복 속에서도 스스로 위대한 의미를 창조해 냈다. 카뮈는 우리에게 내일이라는 가짜 희망에 기대어 오늘을 유예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50대의 남은 생은 적당히 안주하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현재를 치열하게 태워버려야 한다. 타인의 이해를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주권자가 되어 매 순간 깨어 있는 의식으로 불타오르는 것, 그것이 진짜 인간다운 삶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직시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주인이 된다. 사회적 가식과 다수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굳건한 나만의 법을 따르는 삶. 챗바퀴를 멈춰 세운 지금, 나는 내면의 거대한 해방을 맛본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양심의 직언에 귀 기울이며 남은 생을 오직 주체적인 인간으로 당당히 살아갈 것이다. 카뮈를 통해 시작된 이 내면의 혁명은 나의 50대를 가장 뜨겁고 존엄한 해방의 시기로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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