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 화성으로 가는 설계도
이선 지음 / 처음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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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순수한 낭만이었다. 50대 중반인 지금도 야근 후 퇴근길에 마주하는 밤하늘은 아름답다. 하지만 내게 우주란 인류의 위대한 꿈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그저 멀리서 관조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아폴로 계획은 옛날 뉴스였고, 우주 관광은 사치스러운 유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화성으로 가는 설계도>를 펼쳤을 때도 흔한 찬가일 것이라 예단했었다. 그러나 저자가 텍사스 스타베이스 현장을 파헤친 기록을 마주했을 때, 안일한 관조는 신선한 충격으로 변했다. 이 책은 장벽 뒤에서 불가능을 숫자로 증명해낸 지독한 혁신의 기록이었다. 

그 아득한 우주 한편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론 머스크의 붉은색 테슬라 로드스터와 마네킹 '스타맨'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대시보드에 적힌 ‘당황하지 마라(Don't Panic!)’라는 문구처럼, 머스크가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쏘아 올린 이 기상천외한 페이로드는 인류가 마주한 새로운 우주 시대의 서막을 상징하는 거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특히 핵심 주역인 '멀린(Merlin)' 엔진의 개발 비화는 내 시선을 붙잡았다. 저자가 '단순함이라는 무기'라고 명명한 이 엔진의 철학은 부품 수와 고장 요인을 과감히 덜어내는 뺄셈의 과정이었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무질서로 흐르는 우주의 엔트로피를, 오직 극단적인 단순화로 베어내며 비용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아낸 것이다. 

나아가 책은 천문학적인 개발비로 파산 직전의 적자 늪에 허덕이던 무모한 스타트업이 거대한 '현금 기계'로 진화한 비밀을 해부한다. 저궤도 우주 셔틀 시스템을 독점하고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를 강력한 수익 모델로 전환해 내는 영리한 반전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자본의 지혜를 증명해 준다. 

무엇보다 ‘다음 전쟁은 휴대폰이다’라는 문장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인공위성과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는 'Direct to Cell' 기술로 기존 이동통신 시장의 국경을 파괴하고, 우주적 독점 전략을 펼치는 모습은 소름 돋도록 현실적이다. 여기에 머스크가 진단한 '인류 문명의 등급 척도'는 왜 그가 화성에 집착하는지 알려준다. 지구에만 머무는 0.7형 문명을 넘어, 태양 에너지를 100% 활용하는 초고등 문명으로 도약해 멸종 위기를 영구히 극복하겠다는 야망은 내 시야를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해 주었다.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오차 없는 품질관리(QC)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나에게 스페이스X가 고집하는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어라’, ‘부품과 프로세스를 과감히 제거하라’는 명제는 안전하다 여겼던 절차의 틀을 깨부수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일단 로켓을 쏘아 올리고 폭발시키며 데이터를 줍는 모습은 가장 과학적인 속도전이었고, 리스크 회피에만 급급했던 내 방어적인 직무 관성에 매서운 회초리를 드는 듯했다. 

관성에 젖은 프로세스를 혁신하려는 비즈니스 리더와 실무자, 투자 기회를 찾는 이들에게 권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배우고 우주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통찰할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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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1 : 야생으로 (디럭스 에디션) ㅣ 전사들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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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동자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린 헌터의 소설 <전사들: 야생으로>를 읽으면서 나의 이런 편견은 완전히 깨졌다. 이 책은 고양이라는 동물을 다시 보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본질과 진짜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는 집고양이 ‘러스티’가 안락한 집을 떠나 진짜 숲으로 발을 들이며 시작된다. 그곳에서 야생 고양이 ‘그레이포’를 만나 격렬한 싸움을 벌인 러스티는, 천둥족 지도자 블루스타의 제안으로 훈련병 ‘파이어포’가 된다. 소설 속 야생 고양이들은 인간을 ‘두발쟁이’라고 부르며, 애완 고양이를 철저히 경멸한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인간을 자유를 구속하는 이상한 존재로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시선은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천둥족의 일원이 된 파이어포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집고양이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족 고양이들에게 심한 차별과 무시를 당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야생 고양이들의 세계가 인간 사회와 소름 돋게 닮아 있다는 점이었다. 파이어포는 부종족장 ‘타이거클로’가 권력을 잡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고 살해했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목격한 친구 레이븐포가 위험에 처하자 목숨을 걸고 농장으로 탈출시키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인간 세상만큼이나 야생도 음모와 의리가 공존하는 복잡한 곳이었다. 

결정적으로 파이어포는 이웃 부족인 그림자족의 잔인한 지도자 ‘브로큰스타’가 천둥족의 새끼 고양이들을 납치해 가자, 쫓겨난 고양이들과 힘을 합쳐 그를 물리치는 대활약을 펼친다. 이 전투를 통해 파이어포는 마침내 정식 전사인 ‘파이어하트’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얻는다. 편안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료를 뒤로하고 배고픔과 종족 간의 전쟁이 도사리는 야생을 선택한 파이어포의 용기는 정말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진짜 전사들의 모습 같아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오직 불만이 우리 종족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예언 문장에서, '불'은 파이어포를 뜻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녹이는 '정의로운 용기'의 의미라고 말한다. 또한 작가는 애완 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야생의 삶은 늘 변하고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자유가 있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거친 대자연에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공동체는, 오히려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간 사회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똘똘 뭉치는 진짜 의리가 가득했다.

이제 나는 길고양이를 보고 무서워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날카로운 눈빛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야생을 견뎌내기 위한 전사의 기백이었다. 파이어포처럼 나 또한 안락한 울타리에만 안주하지 않고, 시련을 용기 있게 마주하는 단단한 전사가 되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거나 겉모습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은 또래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나는 이 짜릿한 모험을 통해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당당한 태도와 공동체를 지키는 책임감의 가치를 깊이 배울 수 있었다. 

 

“고양이 세계에 투영된 인간 세상을 보며 깊이 성장한 아들아, 너도 러스티에서 파이어포로, 다시 파이어하트로 당당하게 성장해 나가길 아빠가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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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
땃꾸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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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모니터의 엑셀 파일과 씨름하다 잠시 안경을 벗고 미간을 누른다. 부장이라는 직함, 어느덧 반백을 넘어선 나이, 그리고 ‘어른스러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오후다. 감정을 절제하고 체면을 차리는 것이 미덕이 된 무채색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나는 우연히 인스타툰 작가 땃꾸의 <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라는 책을 읽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유행인가 싶어 짐짓 무덤덤하게 책장을 넘겼지만, 연인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보며 내 가슴 한구석에서 잊힌 줄 알았던 뜨거운 온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린 얼마나 유치하게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작가의 질문 앞에서 나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돌이켜보면 이십 대의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집 앞 가로등 밑에서 밤새워 낯뜨거운 편지를 쓰던 찬란하게 유치하고 열정적인 시절이 있었다. 

특히 책 속 '첫 만남'의 서툰 어색함과 설렘은 내게 아내를 처음 만났던 그날의 공기를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붉어지던 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날씨 얘기만 늘어놓던 바보 같은 내 모습이 소환되자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아내가 다시금 소중하고 고맙게 다가온다. 뒤이어 마주한 '이상형'에 대한 작가의 문답은 대단한 조건이 아니라 나의 가장 못나고 유치한 모습까지 온전히 품어주는 사람, 그 사람과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존재가 진짜 이상형임을 일깨워 주었다. 밖에서는 근엄한 부장님 소리를 듣지만, 아내 앞에서 비로소 허술한 어린아이가 될 수 있는 지금이 오랜 시간이 지나 깨달은 완벽한 이상형의 모습이다. 

서툰 시작 이후의 시간이 숨가쁜 달리기 같았다면, 책 속에 적힌 ‘같이 가’라는 짧은 한마디는 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것은 느린 상대를 위해 기꺼이 속도를 줄이고 평범한 일상의 보폭을 맞추는 다정한 신호였다. '장기 연애'의 일상처럼, 부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장기 연애를 이어가는 우리 역시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고, 서로의 새치 잔머리를 놀리는 유치한 장난 속에 견고한 우주를 지켜왔음을 깨닫는다. 이 우주의 흔적들은 '사진'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잘 나온 인생샷보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장난치며 흔들린 찰나가 진정한 사랑의 기록이라는 작가의 말에 스마트폰을 열었다. 업무용 캡처로 가득한 사진첩을 보며, 서로의 망가진 모습을 찍으며 배를 잡고 웃던 그 얼굴들을 떠올렸다. 정형화된 사진보다 장난 가득한 찰나가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증명해 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밤새 썼다 지운 문자 한 통에 괜히 마음이 찡해지는 것도, 사랑이 우리를 다시 소년, 소녀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라는 말처럼, 결국 이 책은 ‘조건 없이 순수하게 사랑하고 아낌없이 표현할 때 진정한 행복과 나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우리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성숙함을 강요받으며 사랑마저 체면으로 포장하지만, 사랑은 기꺼이 바보가 되는 마법 같은 일이다. 

이 책은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감정이 무뎌진 중장년층 직장인이나 권태로움에 익숙해진 오래된 연인들에게 권한다. 책을 통해 체면 뒤에 숨겨둔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잊고 지냈던 설렘과 든든한 일상의 고마움을 다시금 가슴 깊이 얻게 될 것이다. 가끔은 온 마음을 다해 유치해져도 좋다고,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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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 ㅣ 한국철학전집 3
정도전 지음 / 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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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주말 밤, 24시간 동물병원의 야간 진료실은 낮보다 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꺼지지 않는 푸른 모니터 불빛을 마주하고 앉아 응급 환자를 기다리는 야간 당직 수의사의 삶. 어느덧 오십대 중반에 접어든 나의 주말은 그렇게 수년째 남들이 짜놓은 촘촘한 당직 스케줄과 응급 매뉴얼이라는 견고한 판 위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나이와 환경을 핑계 삼아 ‘그저 오늘 밤도 무사히 버텨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내게, <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는 경종을 울렸다.  

‘나이와 환경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고 꾸짖는 듯했다. 삼봉 정도전이 고려라는 썩어가는 판을 뒤엎고 조선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 역시 인생의 황혼기를 바라보며 변방을 떠돌던 유배객에 불과했다. 군사력도 배경도 없던 그가 스스로 ‘왕을 만드는 자’이자 ‘새로운 시대의 기획자’가 된 역사는, 주말 야간이라는 피로의 그늘 뒤에 숨어 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백성을 살리는 현실적 생존 원칙인 ‘민본주의’와, 리더 한 사람의 자질에 운명을 맡기지 않는 시스템인 ‘재상정치’에 대해 말한다. ‘좋은 리더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없어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자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픈 동물을 살려내는 민본의 현장에서, 의사 한 명의 초인적인 노동력과 희생에만 의존하는 야간 의료 환경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뛰어난 수의사 한 명의 자질이나 좋은 원장님이 나타나 내 처지를 바꿔 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의사와 환자 모두가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이타적인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이 말하는 구조의 힘이자 기획자의 역할이다. 오십대 중반,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남이 짜놓은 판에서 겨우 버텨갈 것인가, 아니면 내 남은 생과 후배들을 위해 새로운 의료 환경의 규칙을 만들 것인가의 기로에서 나이는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이제는 단순히 밤을 버텨내는 당직의를 넘어, 후배들이 밤샘 노동에 갈려 나가지 않는 건강한 진료 시스템을 깔아주는 시스템 메이커이자 설계자가 되어야 할 때다. 

우리는 ‘남이 만든 규칙에 억지로 따르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규칙과 판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말고, 왕관을 씌우는 자의 권력을 쥐어라’라고 속삭이고, ‘권력은 왕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판을 짜는 자의 펜끝에서 나온다’고 말해준다. 진료실 구석에서 후배들을 위한 새로운 당직 매뉴얼을 다듬고, 의료 환경을 바꿀 기획안을 써 내려가는 나의 펜끝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특히 가슴 깊숙이 박힌 문장은 ‘낡은 시스템을 고치려 들지 마라, 완전히 무너뜨리고 다시 세워라’라는 선언이었다. 땜질식 처방으로 불합리한 야간 스케줄을 조금 조정하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비효율과 피로로 얼룩진 기존의 진료 관행을 완전히 부수고 원점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다시 세워야 한다. 물론 이 대전환을 위해서는 통과의례가 필요하다. ‘세상을 얻기 위해 당신의 얄팍한 자존심과 두려움부터 베어내라’ 했고, ‘기꺼이 오명을 뒤집어쓸 용기가 없다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마라’고 말한다. 전문직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자존심과 두려움을 베어내고, 기존의 방식을 깨트릴 때 따를지 모르는 주변의 오해까지 짊어질 용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나이와 환경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갇혀 타인이 정해둔 틀 안에서 관성적으로 버티고 있는 직장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주체적인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책이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리더 개인의 역량보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며, 남은 생을 타인의 규칙에 순응하기보다 나만의 비전으로 새로운 판을 설계해 나갈 용기와 실천적 통찰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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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정한 방식으로는 결코 나를 담아낼 수 없다 ㅣ 한국철학전집 2
세종 지음 / 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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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중반에 접어들면 삶은 대개 기존의 틀에 안주하게 된다. 직장에서의 책임, 가장의 무게, 노후에 대한 불안까지.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은 젊은 날의 치기로 판단되고 늙은 날엔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고 싶어도 걸리는 게 너무 많아서’, ‘이제 와서 무엇을 바꾸겠냐’는 핑계 뒤로 숨어버리는 날이 잦아진다. 세상이 정해 놓은 중년의 궤적에 나를 끼워 맞추며 무력감에 시달리던 중, 가슴을 찌르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세상이 정한 방식으로는 결코 나를 담아낼 수 없다>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인자한 군주’ 세종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자신이 생각한 이상을 현실의 도구로 구현해 낸 '위대한 설계자'로서의 세종을 이야기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짊어졌던 왕에 비하면, 내가 가진 '걸림돌'들은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종이 마주한 벽은 지금 우리의 고민보다 훨씬 거대했다. 대국의 눈치를 봐야 했고 사대부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세종은 정해진 방식에 자신을 짜 맞추지 않았다. 당대 절대적 기준이었던 강대국의 문자(한자)를 버리고, 조선의 현실에 맞는 온전한 나의 문자(훈민정음)를 창조해 낸 사건을 통해 주체성의 정점을 보여준다. 나아가 ‘신분과 출신을 따지는 것은 무능한 자들의 비겁한 핑계다’라며 장영실 같은 노비 출신의 인재를 파격적으로 등용했다. 또한 ‘뼈를 깎는 헌신 없이 요행으로 얻어지는 위대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집념을 불태웠다. 책은 궁극적으로 ‘세상이 정한 잣대를 비웃으며 기어이 나만의 시대를 열어라’고 일갈하며 정해진 운명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를 직접 설계해 낸 세종의 위대한 주체성을 보여준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 삶에 필요한 방식을 스스로 설계하라는 것이 핵심 주제이다. 책은 오십 대 중반의 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돌이켜보면 나를 괴롭히던 것은 나이가 아니라, '이 나이쯤 되었으면 이대로 살아야지'라는 타성이 만든 감옥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며 누구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다려왔던 내 모습이 세종 앞에 낱낱이 드러나고 여지없이 깨졌다. 정작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해 치열한 노력 한 번 해보지 않고 삶이 나아지기를 바랐던 요행주의가 부끄럽게 다가왔다. 이제는 나를 가두던 세상의 잣대를 비웃으며 기어이 나만의 인생을 열겠다는 용감한 다짐을 한다.

나이와 환경을 핑계로 변화를 망설이며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어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기존의 잣대를 깨부수고 스스로 삶의 도구를 설계해 나간 세종의 치열한 집념을 통해, 인생을 내 뜻대로 개척해 나갈 주체적인 용기와 실천적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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