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정한 방식으로는 결코 나를 담아낼 수 없다 ㅣ 한국철학전집 2
세종 지음 / 결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오십 중반에 접어들면 삶은 대개 기존의 틀에 안주하게 된다. 직장에서의 책임, 가장의 무게, 노후에 대한 불안까지.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은 젊은 날의 치기로 판단되고 늙은 날엔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고 싶어도 걸리는 게 너무 많아서’, ‘이제 와서 무엇을 바꾸겠냐’는 핑계 뒤로 숨어버리는 날이 잦아진다. 세상이 정해 놓은 중년의 궤적에 나를 끼워 맞추며 무력감에 시달리던 중, 가슴을 찌르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세상이 정한 방식으로는 결코 나를 담아낼 수 없다>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인자한 군주’ 세종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자신이 생각한 이상을 현실의 도구로 구현해 낸 '위대한 설계자'로서의 세종을 이야기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짊어졌던 왕에 비하면, 내가 가진 '걸림돌'들은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종이 마주한 벽은 지금 우리의 고민보다 훨씬 거대했다. 대국의 눈치를 봐야 했고 사대부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세종은 정해진 방식에 자신을 짜 맞추지 않았다. 당대 절대적 기준이었던 강대국의 문자(한자)를 버리고, 조선의 현실에 맞는 온전한 나의 문자(훈민정음)를 창조해 낸 사건을 통해 주체성의 정점을 보여준다. 나아가 ‘신분과 출신을 따지는 것은 무능한 자들의 비겁한 핑계다’라며 장영실 같은 노비 출신의 인재를 파격적으로 등용했다. 또한 ‘뼈를 깎는 헌신 없이 요행으로 얻어지는 위대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집념을 불태웠다. 책은 궁극적으로 ‘세상이 정한 잣대를 비웃으며 기어이 나만의 시대를 열어라’고 일갈하며 정해진 운명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를 직접 설계해 낸 세종의 위대한 주체성을 보여준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 삶에 필요한 방식을 스스로 설계하라는 것이 핵심 주제이다. 책은 오십 대 중반의 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돌이켜보면 나를 괴롭히던 것은 나이가 아니라, '이 나이쯤 되었으면 이대로 살아야지'라는 타성이 만든 감옥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며 누구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다려왔던 내 모습이 세종 앞에 낱낱이 드러나고 여지없이 깨졌다. 정작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해 치열한 노력 한 번 해보지 않고 삶이 나아지기를 바랐던 요행주의가 부끄럽게 다가왔다. 이제는 나를 가두던 세상의 잣대를 비웃으며 기어이 나만의 인생을 열겠다는 용감한 다짐을 한다.

나이와 환경을 핑계로 변화를 망설이며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어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기존의 잣대를 깨부수고 스스로 삶의 도구를 설계해 나간 세종의 치열한 집념을 통해, 인생을 내 뜻대로 개척해 나갈 주체적인 용기와 실천적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