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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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와 아르테의 다섯 번째 콜라보 에세이의 주인공은 도도한 단발머리 고양이 네오다.

가발인 칼단발에서 도도한 자신감이 나온다는 부분에서 삼손이 떠오른다. 삼손의 힘의 근원인 머리카락과 네오가 도도함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단발 가발. 자신감을 뿜어내는 모습이 귀엽다.

 

 

 

 

 

틀림없이 날 사랑하게 될 거야

 

SNS를 보면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을 두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하며, 그들도 행복하겠지만 집에서 고양이와 뒹굴거리는 것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부러울 순 있지만, 어차피 가지지도 못할 거 다 아는데 굳이 부러워서 배 아파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들은 그들 대로 행복하고 나는 나대로 행복한 것, 적어도 불행하지만 않으면 행복에 가깝다고 여겨도 될 것 같다.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은 날에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 정신이 복잡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책을 읽는 것은 소용이 없고, 영화를 봐도 집중이 안 된다.(잘생긴 배우가 나오면 또 다를 수는 있지만.)

그럴 땐 먹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나와 비슷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에미넴의 강하고 센 억양(마치 욕 같은, 때론 진짜 욕)의 랩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린다. 힘든 날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행복한 돼지가 되자!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음식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사람의 마음도 오래돼서 상한 음식과 비슷하다 말한다. 쌓아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냉장고에 음식을 묵혀두듯 감정도 마음에 묵혀두지 말라고 하는 말이 공감이 됐다.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이지만, 나를 위해서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고 그걸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게 때론 맞을 때도 있고 듣기엔 좀 찜찜한 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에 마음을 쓰지 말라고 한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잠깐 본 내 모습으로만 판단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자.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니까!

 

 

 

 

 

한 스푼의 개썅마이웨이 정신

 

회사에서 욕을 하며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을(병 또는 정?)이기 때문에!!!

그럴 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처럼 "아임 그루트"라고 말하라고 했다. 동물적이고도 숫자 같은 느낌을 담아 "아임 그루트!"라고 외치면 나름 시원할 것 같기도 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건 기부나 선행에 관한 것이고, 일할 때는 티를 팍팍 내며 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억울한 일이 없고 인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

 

 

 

 

 

무조건 나에게 굿나잇 인사를 해야 해!

 

누군가를 만나 연인이 될 때 나의 색을 버리지 말라고 말했다. 나를 바꾸면서까지 그 사람에게 맞춰야 할 이유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가장 좋으면서도 조금은 밉기도 한 감정을 "좋싫음"이라고 표현한 게 재미있었다. 발음을 하니 좀 난감하긴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가끔 좀 미울 때도 있으니 말이다.

 

 

저혈압엔 썸을 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오늘은 사귀는 건지 아닌지 긴장돼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니까.

약간 저혈압인 나는 솔깃했지만 썸을 탈 수 없으니 패스!

 

맛있는 걸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맛있는 걸 주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지!

역시 밥으로 인사하는 민족답다고 느낀다.

 

 

 

 

 

오늘은 수고하지 말아요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지속 시간은 15초라고 한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을 땐 바로 화를 내기보다는 잠깐 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가라앉았을 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예전에 나는 화가 나면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오는 바람에 실수를 좀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화가 날 땐 말을 하지 않게 됐다. 근데 이것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실수를 하는 것보다 화를 가라앉히도록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나은 것 같다.

 

 

할까 말까 하는 말은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말이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괜히 말했다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나에게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종종 쓸 때가 있다. "수고하다"란 말은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매일같이 힘을 들이고 애를 쓰는데 가끔은 수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귀여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고하지 않고 적당히 여유로운 하루, 생각만 해도 좋은 것 같다.

 

 

 

 

 

우리에게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쳇

 

 

착함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 속담처럼 착하게 대해줘야 착한 반응이 나가는 게 정말 당연하지 않나? 요즘엔 갑질이 많고 이상한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더욱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비슷하게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겐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알아들을 리 없다는 걸 아니까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냥 그렇게 평생 살아라, 라는 느낌? 다시 안 보면 그만이니까.(계속 봐야 하는 사람이면 어쩌지...)

 

 

감정을 소모시키는 사람, 착하지 않은 사람 10명보다는 나를 이해하는 1명의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

 

 

 

 

 

 

잘 안 읽히고 좀 어려운 책을 읽는 와중에 만나게 된 네오의 에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가볍긴 해도 가끔은 마음을 쿡쿡 찌르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나부터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 얼마나 좋은 말인지!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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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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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주 남쪽의 항만 도시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앨리스 섬에는 서점이 딱 하나 있다. "아일랜드 서점"이라는 이름의 그곳은 39살의 A. J. 피크리가 혼자 경영하고 있다. 서점은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작가의 책을 들여놓는 게 아닌 오직 주인 에이제이의 취향에 맞는 책들만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 까다로운 사람이라 그곳을 처음 찾은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는 질색하며 그곳을 떠났다.

 

책 취향만큼이나 성격도 까탈스러운 에이제이는 에드거 앨런 포의 희귀 시집을 잃어버린 뒤, 은퇴를 포기하고 열심히 서점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건강도 챙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에이제이는 열쇠가 딸랑거리는 게 싫어서 문을 잠그지 않고 뛰고 온 어느 날, 서점 안에 웬 아기가 있는 걸 발견한다. 25개월 된 마야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아이의 엄마가 잘 키워달라는 편지와 함께 서점에 두고 간 것이었고, 곧바로 그녀는 등대 근처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아이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입양을 가야 할 처지가 된다.

 

 

 

 

 

 

작은 섬에 하나뿐인 서점이라는 배경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는데, 서점 주인 에이제이의 모습 때문에 서점에 대한 기대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이건 나뿐만이 아닌 출판사 직원 어밀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제이는 책 취향만큼이나 까칠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이런 그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었다. 1년 반 전, 임신 두 달째이던 아내 니콜이 섬으로 들어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차를 몰고 오다가 호수에 빠져 사망했다. 에이제이의 성격이 원래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고 매일 술을 마시셨고, 아내 없이 아내가 태어난 곳에서 살며 서점을 운영하는 게 그에게는 몹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차하면 희귀본 시집을 경매에 팔고 떠나려고 했는데, 도둑을 맞아버렸으니 그냥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그 후 갑자기 생긴 아기 마야로 인해 에이제이의 성격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 생전 처음 보는 아기와의 만남으로 달라진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마야의 등장 이후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때로는 뭉클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아내 없이 혼자 남겨진 에이제이와 엄마가 버리고 간 마야가 낯선 서로에게 적응해가고 진짜 가족이 된 이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에이제이가 마야를 위해 서점에 동화책을 들여놓고, 여러 사건으로 가까워진 경찰 램비에이스를 위해 경찰 스릴러도 구비해두며, 그렇게 싫어하던 북클럽도 후원한다. 한 사람, 그것도 이제 겨우 말을 시작한 작은 아기로 인한 기적 같은 변화였다. 아무래도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가족이 되는 에이제이와 마야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에이제이가 어밀리아에게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된 모습과 죽은 니콜의 언니 이즈메이 부부에 관한 비밀도 후반에 드러났다. 그리고 도둑맞은 희귀본 시집의 행방 역시 후반에 알 수 있었다.

후반에 등장한 비밀들이 꽤나 놀라운 것들이라 읽는 내내 당황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계속 놀랐었는데, 진짜로 놀라야 할 일은 마지막에 하나 더 있었다. 이렇게 끝을 내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었다. 굳이 이렇게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서점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섬에 딱 하나 있는 서점, 휴가철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점,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된 서점이었다. 장소가 모든 것을 추억하는 의미의 결말이었다.

 

서점이 배경이라 책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가끔씩 읽은 책이 언급되면 반갑고 재미있기도 했다. 까탈스러운 책 취향의 에이제이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인정한 부분이나 경찰과 도넛에 관한 클리셰가 그랬다.

시대가 발전해 사람들이 종이책보다 전자책 단말기를 선호한다는 부분은 왠지 씁쓸했다. 나도 전자책은 한 번도 안 읽어봐서 에이제이에게 공감이 됐다. 전자책이 편리하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은 애서가들이 단말기로 읽는 전자책보다는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방식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행복을 주는 따뜻한 에피소드 덕분에 즐겁게 읽었다.

 

"세상 참 재미있어요, 그죠? 어떤 놈은 책을 훔쳐 가고, 또 어떤 놈은 아기를 두고 가고." - P70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인간은 홀로 된 섬으로 있는 게 최상은 아니다. - P296

이런 서점들이 있는 한, 출판업은 오래도록 이어져갈 거라고 확언한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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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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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과부댁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 허클베리는 예절을 배우며 학교에도 가야 하는 그 집에서의 생활이 답답하기만 하다. 식탁 예절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며 옷도 바르게 입는 등의 생활이 난생처음이라 허클베리는 간혹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밤에 몰래 나가 톰 소여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허클베리가 큰돈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허클베리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아들을 납치해 가까운 섬의 통나무집에 가둬둔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자신을 때릴 때를 빼놓고는 그곳에서의 삶이 자유로워서 좋았던 허클베리는 이내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몰래 탈출 준비를 하다가 아버지가 배를 타고 마을로 나갔을 때 찾아둔 톱으로 통나무집을 잘라서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선 멧돼지를 잡아 집안에 피를 뿌려두고는 마치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척 꾸며놓고 숨겨둔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 떠난다.

 

며칠 뒤 허클베리는 더글러스 부인의 동생 왓츤 아줌마네 흑인 노예 짐을 만나게 된다. 그는 왓츤 아줌마가 자신을 팔 거라는 얘기에 무작정 도망쳤다는 짐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로 등장한 허클베리는 톰과 함께 장난을 치며 돌아다녔고, 마을 사람들을 걱정시키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했었다. 나름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이번 소설은 주인공의 친구 위치에 있던 허클베리가 주연으로 등장해 톰의 모험은 어린아이 장난에 불과한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허클베리가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애초부터 등장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돈만 생기면 술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당연히 아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허클베리는 친구 톰과는 달리 글도 몰랐고 행색도 후줄근하고 잘 씻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옷을 차려입고 교회에 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다행히 더글러스 부인이 허클베리를 입양해 선한 마음으로 보살피며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애초에 자유롭게 막 살았던 그가 그런 생활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허클베리에게 큰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납치했는데, 납치당한 게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이 아이는 정말 자유분방하구나 싶었다.

 

교육은 받지 못했어도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났던 허클베리는 나름 준비성도 철저해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고 달아난다. 바로 며칠 뒤 마주친 짐과 여행을 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온갖 일을 겪었다. 험상궂은 남자들이 난파선에서 죽이네, 살리네 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큰 배를 타고 나갔었던 선원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허클베리의 거짓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기를 치는 자칭 프랑스 왕과 공작을 만나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오면서 허클베리는 흑인 노예 짐과 정이 들어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고, 죽은 사람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사기를 치는 왕과 공작을 보며 죄책감을 느껴 죽은 이의 가족에게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다.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허클베리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인식하고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며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난꾸러기 톰이 그랬던 것처럼 허클베리도 본래 선한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한 시대였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짐을 인간적으로 대했고, 그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그러면서 짐이 도망친 노예 취급을 받아 누군가에게 잡혀가게 됐을 때는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사회적 문제를 꼬집으며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이후엔 톰 소여가 깜짝 등장해 허클베리와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춰 장난을 치는데, 이 어린아이들은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 도전적이고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천성을 보여줬다. 역시 한번 장난꾸러기는 영원한 장난꾸러기였다.

 

전작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톰이 정말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진짜는 허클베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마을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톰과 달리 허클베리는 스케일부터가 남달랐다. 거기다 잘 모르는 것 투성인데도 무작정 덤벼서 걱정되게 만들었지만, 다행히 순발력으로 위기를 잘 모면하는 재치를 보였다. 물론 기억력은 좋지 않아서 들킨 적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모험이란 단어에 걸맞은 재미와 메시지를 준 소설이었다.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주었다고 하면,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기분이 좋지 못했을 거야-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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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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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및 간략한 내용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18살이 된 순례자들은 시초지로 향한다. 그리고 1년 뒤, 순례자들은 귀환을 하지만 돌아오는 사람의 수는 떠날 때의 사람보다 늘 적다.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고 시초지에 머물기로 선택하는 것에 의아해하던 데이지는 금서 구역에서 이곳을 만든 설립자 릴리에 대해 알게 된다.

스펙트럼 외계 생명체 탐사를 위해 떠났던 할머니가 실종된 지 40년 만에 구조됐다. 할머니는 외계 지성체와 첫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를 함구했기에 허언증 환자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손녀에게만은 그들에 대해 말해줬다. 짧은 생을 사는 그들은 자신을 보호해줬고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색으로 말하던 아름다운 이들이었다고 말이다.

 

공생 가설 류드밀라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를 그리며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이 그곳에서 왔다고 말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어린아이의 상상이라 여겼지만, 류드밀라가 그린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행성"이라 부르는 곳을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다. 류드밀라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가 남긴 기록과 똑같은 행성이 발견된다. 그리고 뇌 해석 연구소에서는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아기들이 류드밀라의 행성을 우리의 행성이라 하며 그립다고 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냉동 수면 기술을 연구하던 안나는 남편과 아들을 슬렌포니아 제3행성으로 먼저 보내고 일을 마무리한 뒤 떠나려는 날, 비용 문제 때문에 운항을 중지하기로 결정된 슬렌포니아 행 마지막 우주선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안나는 100년도 더 전에 폐쇄된 우주 정거장에 자신의 낡은 우주선을 도킹해두고 가족에게 가기 위해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감정의 물성 어느 날부턴가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이 등장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행복, 침착함, 설렘 등의 감정을 비롯해 팔릴까 의문이 드는 공포와 우울, 심지어는 분노까지 생겨나 유행처럼 번져간다.

관내분실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보편화되어 도서관이라 불리는 곳에 죽은 자들의 영혼이 데이터로 남게 된다. 외부 자극에 반응도 하는 망자들의 재현은 가상이었지만, 누군가는 그들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기도 한다. 임신한 지민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의 마인드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도서관에 찾아가지만, 여기 어딘가에 있긴 해도 찾을 수 없다는, 관내분실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터널을 통해 우주의 저편으로 넘어갈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에 발탁된 가윤은 신체 개조를 하기 전, 검진을 받다가 기록을 살펴보던 담당자로부터 전임 비행사이자 가윤이 이모라 부르던 최재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가윤은 자신의 우주 영웅이었던 재경 이모가 탄 캡슐이 터널 진입도 하기 전에 폭발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담당자는 그녀가 발사 전날 대기 지역을 이탈해 도망쳤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화학을 전공한 작가의 SF 단편 소설집을 읽었다. 과학 소설이라 딱딱할 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책표지처럼 평온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대부분 사람에 대해,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외계인과 수십 년을 함께 살며 서로를 이해했던 외계인 탐사원이 있었고, 냉동 수면을 반복하며 평균 수명을 훨씬 웃돌게 사는 동안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그리고 생전엔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엄마를 세상이 떠난 뒤에야 저장된 데이터로나마 찾으려고 하는 딸이 있었다.

우주에 사람을 보내고, 외계인을 만나고, 감정을 담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도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외계인 사이의 감정 교류는 지금과 같았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감정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남아있었다.

 

이런 긍정적인 면과는 다르게 어떤 단편은 인류의 나쁜 점 또한 보여주고 있었다. 배아를 개조해 완벽한 신인류를 만들어내지만, 개조되지 않아 흉터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리고 적법한 선발 과정을 거쳐 우주에 갈 비행사를 뽑았음에도 비혼에 출산 경험이 있는, 나이 많은 동양 여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낯선 미래, 어쩌면 가까울 수도 있고 막연히 멀기만 할지도 모를 미래를 배경으로 익숙한 감정,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존재하는 한 계속될 감정들이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성을 지닌 외계인들과도 그런 감정을 나눌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가 떠오르던 단편도 있었다.

 

SF 소설은 대체로 국외 남성 작가들의 책만 읽어봤는데, 젊은 여성 작가의 책은 그들의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른 섬세함이 느껴졌다. 읽으면서 왠지 그리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사람이나 외계인에 대한, 자신이 왔던 곳에 대한, 어느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따뜻함을 준 소설이었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P181

그녀도 아이를 가져서 두려웠을까. 그렇지만 사랑하겠다고 결심했을까. 그렇게 지민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엄마. 원래의 이름을 잃어버린 엄마. 세계 속에서 분실된 엄마. 그러나 한때는,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재했을 김은하 씨. <관내분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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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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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부부가 자택에서 칼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일어난다. 부부를 살해하는 데 사용된 칼은 날이 잘려 부인의 등에 박혀 있었고 손잡이 부분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부부의 신변을 조사한 결과, 근방에 세를 준 집에 집세를 직접 받으러 다녔고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며 차용증을 썼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부부가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면식범의 소행이라 보고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다.

 

베테랑 모가미 검사는 검사가 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오키노 검사를 보조로 두고, 노부부 살해 사건에 관한 조사 자료를 살펴보다가 어쩐지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다. 노부부에게 돈을 빌린 차용증에 쓰인 "마쓰쿠라"라는 이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던 모가미는 그가 23년 전 자신이 대학생 때 살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는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모가미는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는 마쓰쿠라를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마쓰쿠라에게 살해당한 유키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의 나이로 모가미가 기숙사에 살 때 공부를 봐주며 예뻐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살해됐다는 게 밝혀진 뒤, 기숙사에 함께 살았던 같은 과 선배들과 슬퍼하면서 분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키노에게 취조를 받던 마쓰쿠라가 공소시효가 끝난 당시 사건을 인정했다는 걸 알게 된 모가미는 치를 떨지만, 법으로만 범인을 처벌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이번 사건의 범인을 반드시 마쓰쿠라로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모가미가 그 기숙사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수사진들 중에는 없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이번 사건에도 합류하게 되면서 모가미는 티 나지 않게 그 경찰을 부추기며 마쓰쿠라를 범인으로 몰고 가는 데 동조하게 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비슷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 일본은 조금 앞선 2010년에 폐지가 됐다.

그런데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전 사건의 범인을 이제서야 잡게 됐다면 어떨까. 최근 화성연쇄살인범이 밝혀졌지만, 이미 만료가 된 사건이라 어떻게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흥미로우면서 한편으로는 분통을 터트리며 읽었다.

 

마쓰쿠라라는 이 쓰레기가 반성의 기미를 보였다면 이 정도까지의 감정은 들지 않았을 텐데, 그는 유키 사건을 자백하면서 어린 소녀를 상대로 더러운 소리를 지껄이며 태생부터가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이런 놈이 당시엔 끝까지 억울하다는 말을 하며 증거나 알리바이 때문에 풀려났다니 욕도 아까울 지경이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사건의 아이와 관련 있던 모가미가 이 인간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했다.

처음엔 그에게 혐의를 두고 주요 용의자로 몰아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진짜 범인이 나타나면서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사로서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저지르고야 만다. 모가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으로 먹고사는 검사라 그 누구보다 법의 판결을 따라야만 했지만, 감정은 그렇게까지 딱 잘라낼 수 없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얼마 뒤에 죽여놓고선 억울하다고 호소하다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가 공소시효 때문에 이제는 처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면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돈만 있다면 킬러라도 고용했겠지 싶다.

법이 정의로워야 하는데 이런 경우를 보면 정의롭지 않다 못해 허점 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점이 있다는 걸 아는데도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억울한 사람들만 늘어날 뿐이었다.

 

비슷한 상황이 지금 우리나라에 일어나고 있으니 읽는 내내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모가미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노부부 살인자와 마쓰쿠라 두 사람 모두 어떻게 해서든 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결말은 답답함에 돌덩이를 더 얹어주고야 말았다. 사람의 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것도 모자라 안타까움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살인자는 사람이 아니니 인권에 기초한 법이 아닌 죄 그 자체에 무게를 두는 법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미국처럼 감옥에서 몇 백 년 동안 나올 수 없는 판결을 내리던지, 아니면 어느 나라처럼 교도소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던지, 그것도 아니면 사형제도를 집행하던지 했으면 좋겠다!!!

 

너무 짜증 나고 화딱지 나는 내용이었지만 소설은 재미있었다. <불티>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

"마쓰쿠라와 누명을 쓴 보통 사람의 다른 점은 그가 과거에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는 거예요. 게다가 시효가 성립되어 처벌을 받지 않았죠. 그래서 이 녀석이라면 죄를 뒤집어씌워도 상관없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 그게 마쓰쿠라의 약점인 것 같아요." - P385

"자네들은 손에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어. 법률이라는 검이지. 그건 아주 잘 드는 진검이야. 법치국가에서는 최강의 무기라고 봐도 돼. 조폭 두목도 그 칼끝을 보면 벌벌 떨지. 법조인은 그 검을 무기 삼아 사람을 심판하는 일을 해.
(……중략)
방심은 하지 말 것. 자네들이 의지하는 그 검이 만능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편이 좋아. 극악한 괴물을 상대하면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두려워만 해서는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지. 검을 든 자는 용자여야 해. 싸워야 하지."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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