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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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과부댁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 허클베리는 예절을 배우며 학교에도 가야 하는 그 집에서의 생활이 답답하기만 하다. 식탁 예절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며 옷도 바르게 입는 등의 생활이 난생처음이라 허클베리는 간혹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밤에 몰래 나가 톰 소여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허클베리가 큰돈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허클베리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아들을 납치해 가까운 섬의 통나무집에 가둬둔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자신을 때릴 때를 빼놓고는 그곳에서의 삶이 자유로워서 좋았던 허클베리는 이내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몰래 탈출 준비를 하다가 아버지가 배를 타고 마을로 나갔을 때 찾아둔 톱으로 통나무집을 잘라서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선 멧돼지를 잡아 집안에 피를 뿌려두고는 마치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척 꾸며놓고 숨겨둔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 떠난다.

 

며칠 뒤 허클베리는 더글러스 부인의 동생 왓츤 아줌마네 흑인 노예 짐을 만나게 된다. 그는 왓츤 아줌마가 자신을 팔 거라는 얘기에 무작정 도망쳤다는 짐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로 등장한 허클베리는 톰과 함께 장난을 치며 돌아다녔고, 마을 사람들을 걱정시키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했었다. 나름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이번 소설은 주인공의 친구 위치에 있던 허클베리가 주연으로 등장해 톰의 모험은 어린아이 장난에 불과한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허클베리가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애초부터 등장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돈만 생기면 술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당연히 아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허클베리는 친구 톰과는 달리 글도 몰랐고 행색도 후줄근하고 잘 씻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옷을 차려입고 교회에 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다행히 더글러스 부인이 허클베리를 입양해 선한 마음으로 보살피며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애초에 자유롭게 막 살았던 그가 그런 생활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허클베리에게 큰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납치했는데, 납치당한 게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이 아이는 정말 자유분방하구나 싶었다.

 

교육은 받지 못했어도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났던 허클베리는 나름 준비성도 철저해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고 달아난다. 바로 며칠 뒤 마주친 짐과 여행을 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온갖 일을 겪었다. 험상궂은 남자들이 난파선에서 죽이네, 살리네 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큰 배를 타고 나갔었던 선원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허클베리의 거짓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기를 치는 자칭 프랑스 왕과 공작을 만나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오면서 허클베리는 흑인 노예 짐과 정이 들어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고, 죽은 사람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사기를 치는 왕과 공작을 보며 죄책감을 느껴 죽은 이의 가족에게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다.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허클베리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인식하고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며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난꾸러기 톰이 그랬던 것처럼 허클베리도 본래 선한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한 시대였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짐을 인간적으로 대했고, 그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그러면서 짐이 도망친 노예 취급을 받아 누군가에게 잡혀가게 됐을 때는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사회적 문제를 꼬집으며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이후엔 톰 소여가 깜짝 등장해 허클베리와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춰 장난을 치는데, 이 어린아이들은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 도전적이고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천성을 보여줬다. 역시 한번 장난꾸러기는 영원한 장난꾸러기였다.

 

전작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톰이 정말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진짜는 허클베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마을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톰과 달리 허클베리는 스케일부터가 남달랐다. 거기다 잘 모르는 것 투성인데도 무작정 덤벼서 걱정되게 만들었지만, 다행히 순발력으로 위기를 잘 모면하는 재치를 보였다. 물론 기억력은 좋지 않아서 들킨 적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모험이란 단어에 걸맞은 재미와 메시지를 준 소설이었다.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주었다고 하면,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기분이 좋지 못했을 거야-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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