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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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에세이, 소설, 만화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가 고정순 신작 에세이. 고정순 작가는 정진호 작가라는 모종의 인물과 일 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이 책을 펴냈다고, 책 서두에 밝혔으니 아마도 생을 사랑하는 당신은 정 작가일 수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이 쓰는 에세이' 제안받았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는 그녀는 불편한 몸으로 고통에 신음하며 홀로 써가는 그녀만의 글 여정에 기꺼이 기쁘고 설레고...

우리가 눈을 맞추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한 시절을 함께했기에 지니는 소망. 사랑한 존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 죽음 뒤에 별이 될 거라는 믿음. 친구로 여기는 정 작가와 엮는 달, 사랑, 자유, 커피, 고양이 등등.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가 나열한 삶의 단상의 주제들은 정진호 작가 에세이의 <꿈의 근육>에서 같은 순서지만 각자 다른 의미들로 채워진다.


전자 붓과 팔레트를 장만한 고 작가는 날마다 영상을 보며 기계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고, 그녀만의 우울은 너무나 일상과 가까워서 산책할 때 가끔 동네 산책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무덤 앞으로 간다.

남의 무덤 앞에서 내 우울을 들여다봐요.

끝이 주는 위안이 있어요.

새침한 시작/ 시작 중에서.

라고 편지글에 썼다.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고백, 어른들에게 분노하던 어린아이가 이제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 자기가 옳다고 조금의 양보도 없이 목소리를 높여 9살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있다고...

사실 나는 좋은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섬세한 어른이 되어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겠다고~~~

이제 그런 다짐을 하는 어린아이는 없고 시시한 어른만 남았다고 고백한다. 권위적인 말투로 한 수 가르치겠다고 고함을 지르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 돌아보는 작가. 그녀는 거짓과 위선을 위로와 위안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을까 독자들에게 고백하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작가로서 정 작가에게 말하며 그런 마음이 매번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도록...


가슴 뛰는 일 없이, 가슴 졸이는 일만 생길까 봐 걱정하는 중년이 되고 보니 계절마다 과하게 의미 부여해요. 봄은 봄이라, 여름은 여름이라, 가을은 또 가을이니까. 겨울도 역시. 사계절이 각자의 빛과 색으로 나에게 오겠죠.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 맥주 한 캔과 휴대폰의 음악을 들으며 소소한 일상으로 여름을 채우겠다고, 의미를 부여하려면 바로 흔하디흔한 생활 속에서도 가능한 그녀의 작가적 감수성이 나로 하여금 피식~ 웃음짓게 만들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파란 풍선, 그 풍선을 보고 시선과 마음을 뺏긴 아이는 엄마를 지체하게 만들어 아이 엄마는 잡아 둔 택시를 타기 위해 옥신각신 실랑이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두 사람에게 조율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작가 자신에게도 그러한 사람이 있어 독자와 자신 사이 설득과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편집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복고풍의 락발라드 연주를 꿈꾸는 '문방구 밴드'의 리더로 실패한 것은 다른 멤버들의 생각은 아랑곳없어한, 조율하지 못했던 자신 때문이라는 오묘한 깨달음이, 합주나 합창 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예술은 불특정 다수가 만든 공동 작품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 작가들이 하는 노력은 독자들에게 한 줄의 안부 인사를 위한 노력, 이 모든 편지들도 그 멋진 인사와 같다고 한다.


나는 요즘 시간을 쪼개 소설을 써. 사실은 사람은 시간에 아무런 흠집도 낼 수 없잖아. ...새롭게 시작할 무엇이 있어 좋다가도 금세 빚쟁이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우울감이 몰려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세간살이가 나를 향해 손짓해...



집중력은 까치발 신세고 비싼 커피값을 내고 카페에서 몇 줄 못쓰는 작가지만 주어진 시간, 허락한다면 독자들을 위한 인사와 마음을 모아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사실 서평을 쓰기로 하고 책을 읽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면서 항상 느꼈던 바로 그것, 좋다가도 스스로 대견하다가도...시간에 쫓기듯 이 글을 써야하는 나도 작가와 너무나 공감하는 것이다.

그녀가 고양이나 비둘기 같은 일상에서 애정을 쏟거나 신경을 썼던 생명들에게 그리고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이 되어 준 친구들과 그림책 동료들과 같은 과분한 인연들에게 말한다. 서로 이름을 부르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그림책에 담고 싶고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그냥 모여서 가족이 되는거라 믿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만큼 세상에서 대가족을 가진 직업이 있을까 싶다.' 시치미를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이 바로 독자들 그리고 작가자신과 함께 해준 동료작가들에게 부치는 헌사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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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자아를 상실한 채 나답게 사는 것을 포기한 당신에게...

우리는 고독하고 무력하게 낯선 세계에 던져져 있다_(2)

저자의 애정은 고3때 처음 접했던 프롬의 책 Escape from freedom의 초판을 구해 별 기대없이 책을 읽었고 일주일 동안 몰두하며 철학책들 중 가장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했던 책으로 기억한다. 생소한 영어단어들을 사전에서 수없이 찾아야 했지만, 저자의 인생책이 되었다고 하니. 그의 사상과 삶에 대한 어떠한 감동이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철학자들과 저서를 읽고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것일까?

인간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던 미국 독립혁명의 지도자 패트릭 헨리가 미국인들에게 영국에 대한 항쟁을 호소하면서 부르짖듯이, 자유를 갈망하는가?

미국 독립전쟁 이후 프랑스혁명이나 1871년 파리코뮌 그리고 민중의 항쟁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서 민중에게 죽음을 불사하는 용기와 열정을 환기시키고 북돋우기 위한 이 말이, 사람들이 참 자유를 원하는 것 같지만 인류 역사에서 자유보다는 무릎을 꿇고 노예의 삶을 택하고 그 오랫동안 노예제가 존속했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는 자유보다는 비굴한 연명'을 더 바라는 것은 아닌가?

라고 물음을 던지는 저자는, 노예들은 주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기 위해 주인들에 대한 투쟁을 하고 서양의 이러한 노예들의 투쟁은 프랑스혁명에서 정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인간에게는 자유보다 노예적인 연명을 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본 헤겔을 인용한다. 이러한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자기도야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세상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을 할 때 노동자들이 혁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과 타협했으며 마르크스의 이상사회 공산주의를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당장 자신들의 삶 그리고 식솔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았음을 이는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대해서 말할 때 염두해두는 생존의 방식은 아니다. 굳이 생존이 위협받고 있지 않는데도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한다. 프롬이 살아있던 시대 저술에서 밝혔던 것, 천착했던 것은 나치즘을 위해 자신의 자유와 목숨까지 바쳤던 정치이데올로기와 광적인 믿음에 대해 탐구했고 기꺼이 노예로 살았던 이들의 심리이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와 동일한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물신의 노예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과 같지 않은지, 저자는 부를 위해 진정한 자유로 부터 도피하는 현대인들에게 프롬의 사상이 의미있다고 말한다.

우울, 불안, 무력감에 빠져 있는 현대인에게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통해 창의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삶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전달하였을까?

프롬이라는 가장 사랑받는 20세기의 사상가도 우울과 불안의 어린시절을 보냈고 청년시절에도 유대인으로 독일에서 살지 못하고 히틀러의 나치즘이 덮치기 전, 미국으로 망명할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평생 사랑을 실천하는 삶, 지행합일을 이루고자 한 드문 철학자로 살았다. 오만하고 차갑고 권위주의적일 때도 있었고 그러한 비판에 그리고 세번의 결혼과 우울증을 겪기도 했음에도 마침내 마지막 부인과의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명랑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랑만이 우리를 불안과 절망에서 구원한다. (1부)에서 저자는 프롬이 마르크스주의나 정신분석학을 섭렵했음에도 인본주의적 입장,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을 돌려받기 위한 전쟁에 반대했으며 세계평화를 위한 여러가지 노력에 매진했고 실제로 냉전시기1960년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가 영향을 받을 만큼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의 강연과 저서들이 사랑받고 성공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엄청난 기부활동과 평화운동가들과 인권운동가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세계가 핵무기 전쟁 위협에서 불안하게 돌아가고 비인간적이 되어갈 수록 '인간적 관심'을 나누고 인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이들을 만나면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1980년 80세에 그 자체로 소유가 아닌 존재지향적인 삶을 마감했다.

저자가 내안의 힘을 깨울 것인가(4부)에서 다룬 이야기는 무엇인가? 우리를 구원할 사랑에 프롬은 책임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닌 열린 자세로 호기심이 아닌 책임감과 관심으로 실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자아의 참된 정체성을 깨달아 진정으로 ‘나’라는 주체로 살며 다른 사람들과 사물을 사랑할 때 삶의 고립감에서 우울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 ‘외부와 친밀하게 결합하는 것’ 이 우리가 그의 사상에서 지금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순간순간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눈에 안보인다고 안심하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러한 내 마음을 다스리고자 둘러보던 중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을 펴낸 서가명강 시리즈24 박찬국 교수님의 신간이 눈에 들어왔다.

프롬의 저서는 사춘기 때인가 대학교 시절 접했던 <사랑의 기술>이 유일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타 철학자들과의 비교, 탁월한 서울대 철학 교수님의 서울대 가지 않아도 명강을 들을 수 있다니 귀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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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패러독스 - 스타트업 C레벨의 치열한 생존 분투기
최정우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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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회유와 협박,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결국 박 대표와 나는 창업을 함께하고 회사를 키운 동지에서 서로 악의로 가득 찬 사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스타트업 C레벨, 사실 실생활에서 만나본 적도 가까이 둬 본적도 없는 인물들이라...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이며 이야기일까? 반신반의했지만, 작가 최정우 님의 프로필을 보고 읽어보기로 했다. 창업가의 경험 원래 직업은 회계사, 대기업을 거쳐 스타트업의 유니콘(성공한, 살아남은 스타트업을 뜻하는 것 같다.)이 되고 몰락하는 경험은 그를 글을 쓰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STEP01 월요일 아침 느닷없이 CFO가 영입되었다'로 등장인물들의 생명줄과 같은 스타트업 모비딕랩스에 창업자인 COO 정도훈 이사 그리고 또다른 창업자 박승기 대표가 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홍보와 마케팅 재무까지 관여하며 지휘하는 작자 자신인 정 이사는 박 대표가 데려온 CFO 유석원의 갑작스러운 영입 이유를 알 수가 없었고, 위기에 처한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말하는 대표의 의중을 몰라 당황해한다.

"이제 7개월 안에 투자 유치를 못 하면 망하는 겁니다. 정 이사님이 그동안 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내가 직접 CFO를 데려온 것 아닙니까?"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회사를 키웠는데 이제 와서 자금 부족이 내 탓이라고? 같이 사업 구조를 짜며 사람을 뽑고 같이 비용 지출을 결정했는데 모든 게 내 탓이라니.


스타트업의 HR은 험난하다.예전 그들이 에창업을 했을 때 우리는 정말 돈이 없었으며, 직원을 고용할 돈이 없어서 그 자신과 CEO 박승기와 지금은 퇴사한 신준우 그들은 자신을 갈아넣었다. 그러면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웠다.

5년 전 대기업 네이비오션 기획팀 신입시절 동기였던 영업팀 신준우는 같은 팀 선배가 세살 정도 많고 꼰대같이 굴지 않으며 실수도 이해해주는 만큼 살뜰히 챙겨주던 박승기를 그에게 소개해 주었고 처음 만났지만 박승기 선배의 이갸기는 회사의 곳곳을 잘 파악하도록 해주었으며 인간적으로도 맘에 들었던 것이다.

너희보다 몇 년 더 회사 생활을 해보니까. ...이래저래 보면서 느낀 건, 살면서 괴물이 되면 안 된다는 거야.알겠어? 괴물이 되면 안 된다고, 인마.

p45


그들의 우정은 소중해졌고 이제 박 대표와 준우와 함께 일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창업을 했다. 그런데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준우는 박승기와 싸운 후 퇴사하게 되고 박 대표를 배반하는 것 같아 준우에게 그 이후로 연락하지 않았다. 사내 정치에 해로울 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는 박 대표와의 인연을 만들어 준 친구를 져버렸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태롭게 된 이상 이제 제 3자가 된 준우를 만나고자 연락한다. 오랜만에 박 대표를 뒷담화나 잔뜩하거나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도 듣고 싶었던 것이다.

STARTUP NOTE (049) 많은 스타트업이 공동창업자와 함께 길을 만들어간다. 사업 초기에 공동창업자들끼라 핵심적인 일들을 모두 처리해야 하기에 이는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일이라고 한다.

STARTUP NOTE(065) 공동 창업자가 이탈한 후 좋은 사이가 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다,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여 이탈할 때, 남겨진 조직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전보다 더 뛰어난 역량의 리더를 보여주어야 조직원들에게 이롭다.

이야기의 전개는 이들 셋의 갈등, 박 대표의 말에서 이미 복선이 된 변화와 변화로 기인해 생성된 '괴물' 에 관해 속도감있게 그려진다, 스타트 업 노트라는 짧은 강론(?) 은 작가의 의도를 적확하게 보여주며 기업의 가치, 투자, 회사 지분에 대한 개략적 지식 그리고 엔젤투자자라고 명명되는 스타트업의 대주주를 조명한다.


박 대표는 자리 때문에 변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변했다. 사람 좋게 웃으며 동생들을 거느리던 동네 형 같은 리더에서 그는 살기 위해 분투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되었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했지만 이제 예견하지 못한, 가족들에게도 말못한 앞으로 일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 것인지, 주주 명부의 명의 개서(명의 변경을 명시한 서류)의 누락에 대한 정보, 엔젤투자자로 회사를 좌지우지 하는 변종수 대표의 작업 중의 하나인 새로운 CFO의 등장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지...

다양한 원인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이곳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강팀장은 마치 불타서 침몰하는 배에서 특별한 평안함을 유일하게 가진 인물이며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던 COO 정이사를 돕고, 벤쳐캐피탈(VC)에서 만났지만 특유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한세영 팀장까지 은인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가 말하는 현실의 스타트업 이야기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었는가>에 이어 두번째, <로켓 패러독스>를 통해 실제 같은 이야기. 그가 여태껏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기막힌 허구를 누군가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했고, 독자인 우리는 그 버추얼리얼리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성공을 열망했지만 잘못된 욕망이 한 기업을 위태롭게 하고 그에 삶을 걸었던 수많은 가족들을 위태롭게 만든 일은 도처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스타트업이라는 로켓으로 비유되는 생존율 30퍼센트에 불과한 치열한 전쟁 안에서 누군가는 희생되고, 또다른 누군가는 생존해 버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이들이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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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
김현성 지음, 용달 그림 / 책고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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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는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며 둥지 안에서 날개짓 연습을 하고, 아빠 새는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몇 밤을 자면 아빠처럼 날 수 있어요?

기다리지 못한 어린 새는 날개를 펼치고 힘껏 뒤어 날갯짓을 해 처음 날게 되고, 날았다는 순간이 지나자 하늘을 '나는 것'은 둥지에서 날갯짓을 하던 것과 달리 바람은 제멋대로 불고 고개를 들어야 할지 숙여야 할지 발은 어떻게 뻗어야 할지 연습했던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지나가는 돌풍에 중심을 잡기도 힘든 와중에 지나가던 큰 새가 어린 새를 툭 치고, 가까스로 버티던 중심을 잃고 그대로 정신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그런 날개로 하늘을 날겠다고?

바위섬에 떨어진 어린 새를 찾은 아빠 새와 엄마 새는 상처입은 아이를 다시 둥지로 데려왔고 상처는 깊어서 동생들이 커서 날게 되었고 이제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하는 아빠와 엄마는 형을 남겨두고 떠난다. 어린 새는 다시 떠날 힘이 없었다.

다시 일어나 처음 날았던 것처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홀로 밤을 지새우고 겨울을 나는 동안 어린 새는 점점 더 웅크린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그에게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너는 강하고 이미 강하고 듬직한 새라고 '니가 누군지 잊지 말라'고... 어릴 때의 그 돌풍같던 바람은 이제 깃털 사이로 스며들며 그가 날게 해주는 역할로 변했다. 재생, 도약... 절망의 둥지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일깨워준 목소리에 일어난 새는 이미 예전 그 어린이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깨부수고 자신을 이긴 자 즉 작가 자신이 되길 우리 자신이 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

두려움은 네가 누구인지 잊게 하지.

음악과 글쓰기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겸 작가, 일명 작가수 김현성 님이 오랜동안 곱씹었을 절망이라는 단어 그리고 누구도 이 세상에 태어나 가져봄직한 첫순간 그리고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감성어린 그림들과 함께 잘 전달받고 충만한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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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김하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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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면서 내가 어렸을 적부터 본능적으로 불렀던 그 이름이 얼마나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지 새삼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요즘은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종편 육아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자신들이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과 감정들로 이루어지고, 그들안의 '어린이' 들을 보듬어 주어야 비로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지켜보며 어찌나 눈시울이 붉어지는지 빨개진 눈으로 시청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참 많이 공감하고 있구나하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자식들보다는 조금 더 위, 전쟁을 겪고 나라가 재건되는 동안 근현대 산업사회에서 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어떻게 헌신하였는가하는 대단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경북 함창이라는 작은 도시의 읍,면 단위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 속에 , 김하인 작가의 엄마는 몸뻬를 입고 농사꾼<(농투사니. 농부를 낮춰부르는)으로 다섯형제의 씩씩한 여인네로 그려진다. 화자인 작가는 시골 고향 집에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온 막내 아들, 물건들과 엄마의 기억을 하나씩 소환하면 잘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현재는 상주시 함창읍, 그는 장터 가의 함석지붕 집에서 나고 자랐는데...내 부모의 고향이 상주시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그가 말하는 슬레이트 지붕 집과 창고 부엌 특히 마당의 펌프가를 이야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어릴 적 왕래하던 조부모의 본가 혹은 이모와 외삼촌댁 모습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예전 그 시절에 아버지들이 흔히, 아이들에게 술 심부름을 시키고 엄마들은 동네 주막이니 맥줏집이니 하는 곳으로 아이들을 보내 아버지들을 데려오거나 했다는 걸 드라마에서 보긴 했다. 작가 또한 귀염둥이 막내아들로 천성적 귀여움을 장착하고 아버지가 술을 푸는 곳들로 찾아가곤 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아버지는 타고난 가난을 엄마와 나누었지만 이 젊은 부부는 집을 넓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5형제를 먹이고 입히는 데 최선을 다하셨고 '피와 살을 갈아넣어' 키웠다고 할 만한 일들 고생을 마다 않는다고 나온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체면을 지키려 했던 생업과 달리 엄마의 끊임없는 희생, 독학으로 잠사 기술자들처럼 펄펄 끓는 대야에 손을 담그는 희생까지 마다했다는 장면은 특히 눈물이 나면서도 웃음이 지어졌다. 당시 대구에서 모셔오는 아주머니들이 목화솜으로 원단을 짜게 해 그걸 팔아 집안 생계유지를 하는데 그녀의 연습과정과 장면 설명이 생생하고도 재치있게 표현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형들과 달리 엄마 젖을 못먹고 말라버린 채워지지 않는 젖에 대한 막내의 비애가 막내라는 특별한 위치에서도 그를 사무치게 엄마를 찾는 이유 중에 하나였을까?

아버지는 낳으시고 어머니는 길렀다는 노랫말의 이유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남자들은 아이를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아이들은 '먹어야' 자란다 기르신다는 것은 곧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편리한 시대에도 2-3일에 한번씩 장을 보고 밥상도 여러번 차려보지만 각기 다른 아이들의 식성을 맞추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나 가난한 시절 가난한 시골에서는 몇배의 고민과 노력이 들었으리라. 그래도 밭을 가꾸고 가축을 건사했던 시골은 기발한 먹거리를 많이 갖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경상도에서 부르는 씨래기(시래기), 갱시기, 정구지(부추) 들의 명칭은 지금도 우리 엄마와 나 자신도 공유하고 있는 먹거리라 반가웠다.

시골에서 먹던 온갖 남은 반찬을 김치와 푹 끓인 갱시기죽을 어릴 땐 죽어도 안먹었단다. 작가가 중년들과의 동창회에서 모든 음식 세상의 산해진미보다 이를 최고로 친다는 말을 인용한 것도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한 처녀가 약간 수줍은 미소를 띤 채 만개한 수국 나무 앞에서 한 손에 양산을 들 고 서 있었다. 탐스런 검은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내렸으며 위에는 꽃무늬가 들어간 은색 저고리에 무릎 아래까지 덮이는 깜장 치마를 입었다. ...흑백사진의 열일곱 열여덟 무렵의 엄마는 예뻤다.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 자라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엄마 모습의 언제나 목이 늘어난 헐렁한 셔츠에 몸빼를 입고 수건을 머리에 두른, 일하시는 엄마만 보았던 작가 자신은 한 번도 엄마가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대학입시에 실패해 고향에 돌아와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엄마의 또래 모습은 눈부셨고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와, 젊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누구나 부모의 자식이었고, 이제는 세월이 흘러 부모로 그 입장을 달리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들이 과거와 현재 속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야말로 뱃속 태아들이 느끼는 본능적인 안정감으로 표현 될 수 있는 '품안'의 자식이 온전히 사랑을 받고 온전히 엄마를 떠나보내는 모습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건강하지 않은 부모자녀 관계, 비틀어진 자식을 향한 사랑 등으로 그려지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서로를 살해하고 은폐하는 등의 사회 범죄를 다루는 뉴스들이 넘쳐나는 와중에 만난 이 책은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아프지만 따뜻해져오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그리고 부부의 날까지 있어 가족들이 서로의 입장을 한번쯤 되새겨보며 책을 읽기에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이 리뷰는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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