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런 다짐을 하는 어린아이는 없고 시시한 어른만 남았다고 고백한다. 권위적인 말투로 한 수 가르치겠다고 고함을 지르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 돌아보는 작가. 그녀는 거짓과 위선을 위로와 위안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을까 독자들에게 고백하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작가로서 정 작가에게 말하며 그런 마음이 매번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도록...
가슴 뛰는 일 없이, 가슴 졸이는 일만 생길까 봐 걱정하는 중년이 되고 보니 계절마다 과하게 의미 부여해요. 봄은 봄이라, 여름은 여름이라, 가을은 또 가을이니까. 겨울도 역시. 사계절이 각자의 빛과 색으로 나에게 오겠죠.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 맥주 한 캔과 휴대폰의 음악을 들으며 소소한 일상으로 여름을 채우겠다고, 의미를 부여하려면 바로 흔하디흔한 생활 속에서도 가능한 그녀의 작가적 감수성이 나로 하여금 피식~ 웃음짓게 만들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파란 풍선, 그 풍선을 보고 시선과 마음을 뺏긴 아이는 엄마를 지체하게 만들어 아이 엄마는 잡아 둔 택시를 타기 위해 옥신각신 실랑이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두 사람에게 조율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작가 자신에게도 그러한 사람이 있어 독자와 자신 사이 설득과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편집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복고풍의 락발라드 연주를 꿈꾸는 '문방구 밴드'의 리더로 실패한 것은 다른 멤버들의 생각은 아랑곳없어한, 조율하지 못했던 자신 때문이라는 오묘한 깨달음이, 합주나 합창 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예술은 불특정 다수가 만든 공동 작품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 작가들이 하는 노력은 독자들에게 한 줄의 안부 인사를 위한 노력, 이 모든 편지들도 그 멋진 인사와 같다고 한다.
나는 요즘 시간을 쪼개 소설을 써. 사실은 사람은 시간에 아무런 흠집도 낼 수 없잖아. ...새롭게 시작할 무엇이 있어 좋다가도 금세 빚쟁이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우울감이 몰려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세간살이가 나를 향해 손짓해...
집중력은 까치발 신세고 비싼 커피값을 내고 카페에서 몇 줄 못쓰는 작가지만 주어진 시간, 허락한다면 독자들을 위한 인사와 마음을 모아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사실 서평을 쓰기로 하고 책을 읽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면서 항상 느꼈던 바로 그것, 좋다가도 스스로 대견하다가도...시간에 쫓기듯 이 글을 써야하는 나도 작가와 너무나 공감하는 것이다.
그녀가 고양이나 비둘기 같은 일상에서 애정을 쏟거나 신경을 썼던 생명들에게 그리고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이 되어 준 친구들과 그림책 동료들과 같은 과분한 인연들에게 말한다. 서로 이름을 부르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그림책에 담고 싶고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그냥 모여서 가족이 되는거라 믿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만큼 세상에서 대가족을 가진 직업이 있을까 싶다.' 시치미를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이 바로 독자들 그리고 작가자신과 함께 해준 동료작가들에게 부치는 헌사같은 것이 아닐까?
이 리뷰는 길벗어린이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