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자아를 상실한 채 나답게 사는 것을 포기한 당신에게...

우리는 고독하고 무력하게 낯선 세계에 던져져 있다_(2)

저자의 애정은 고3때 처음 접했던 프롬의 책 Escape from freedom의 초판을 구해 별 기대없이 책을 읽었고 일주일 동안 몰두하며 철학책들 중 가장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했던 책으로 기억한다. 생소한 영어단어들을 사전에서 수없이 찾아야 했지만, 저자의 인생책이 되었다고 하니. 그의 사상과 삶에 대한 어떠한 감동이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철학자들과 저서를 읽고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것일까?

인간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던 미국 독립혁명의 지도자 패트릭 헨리가 미국인들에게 영국에 대한 항쟁을 호소하면서 부르짖듯이, 자유를 갈망하는가?

미국 독립전쟁 이후 프랑스혁명이나 1871년 파리코뮌 그리고 민중의 항쟁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서 민중에게 죽음을 불사하는 용기와 열정을 환기시키고 북돋우기 위한 이 말이, 사람들이 참 자유를 원하는 것 같지만 인류 역사에서 자유보다는 무릎을 꿇고 노예의 삶을 택하고 그 오랫동안 노예제가 존속했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는 자유보다는 비굴한 연명'을 더 바라는 것은 아닌가?

라고 물음을 던지는 저자는, 노예들은 주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기 위해 주인들에 대한 투쟁을 하고 서양의 이러한 노예들의 투쟁은 프랑스혁명에서 정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인간에게는 자유보다 노예적인 연명을 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본 헤겔을 인용한다. 이러한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자기도야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세상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을 할 때 노동자들이 혁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과 타협했으며 마르크스의 이상사회 공산주의를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당장 자신들의 삶 그리고 식솔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았음을 이는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대해서 말할 때 염두해두는 생존의 방식은 아니다. 굳이 생존이 위협받고 있지 않는데도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한다. 프롬이 살아있던 시대 저술에서 밝혔던 것, 천착했던 것은 나치즘을 위해 자신의 자유와 목숨까지 바쳤던 정치이데올로기와 광적인 믿음에 대해 탐구했고 기꺼이 노예로 살았던 이들의 심리이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와 동일한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물신의 노예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과 같지 않은지, 저자는 부를 위해 진정한 자유로 부터 도피하는 현대인들에게 프롬의 사상이 의미있다고 말한다.

우울, 불안, 무력감에 빠져 있는 현대인에게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통해 창의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삶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전달하였을까?

프롬이라는 가장 사랑받는 20세기의 사상가도 우울과 불안의 어린시절을 보냈고 청년시절에도 유대인으로 독일에서 살지 못하고 히틀러의 나치즘이 덮치기 전, 미국으로 망명할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평생 사랑을 실천하는 삶, 지행합일을 이루고자 한 드문 철학자로 살았다. 오만하고 차갑고 권위주의적일 때도 있었고 그러한 비판에 그리고 세번의 결혼과 우울증을 겪기도 했음에도 마침내 마지막 부인과의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명랑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랑만이 우리를 불안과 절망에서 구원한다. (1부)에서 저자는 프롬이 마르크스주의나 정신분석학을 섭렵했음에도 인본주의적 입장,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을 돌려받기 위한 전쟁에 반대했으며 세계평화를 위한 여러가지 노력에 매진했고 실제로 냉전시기1960년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가 영향을 받을 만큼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의 강연과 저서들이 사랑받고 성공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엄청난 기부활동과 평화운동가들과 인권운동가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세계가 핵무기 전쟁 위협에서 불안하게 돌아가고 비인간적이 되어갈 수록 '인간적 관심'을 나누고 인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이들을 만나면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1980년 80세에 그 자체로 소유가 아닌 존재지향적인 삶을 마감했다.

저자가 내안의 힘을 깨울 것인가(4부)에서 다룬 이야기는 무엇인가? 우리를 구원할 사랑에 프롬은 책임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닌 열린 자세로 호기심이 아닌 책임감과 관심으로 실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자아의 참된 정체성을 깨달아 진정으로 ‘나’라는 주체로 살며 다른 사람들과 사물을 사랑할 때 삶의 고립감에서 우울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 ‘외부와 친밀하게 결합하는 것’ 이 우리가 그의 사상에서 지금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순간순간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눈에 안보인다고 안심하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러한 내 마음을 다스리고자 둘러보던 중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을 펴낸 서가명강 시리즈24 박찬국 교수님의 신간이 눈에 들어왔다.

프롬의 저서는 사춘기 때인가 대학교 시절 접했던 <사랑의 기술>이 유일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타 철학자들과의 비교, 탁월한 서울대 철학 교수님의 서울대 가지 않아도 명강을 들을 수 있다니 귀한 기회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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