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지 마라 톨스토이 사상 선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변춘란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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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의 십계명에 나온 '살인하지 마라(죽이지 마라)'가 제목인 이 책은 후기 톨스토이의 반전주의 사상이 그대로 담긴 책이다.

톨스토이는 애국주의를 비롯해 제국주의는 각국 지배자들이 무지몽매한 인민들을 홀려 일으키는 비열한 행위라 폭로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것을 사람들에게 권한다. 특히 그는 인민들과 병사들을 대상으로 군대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조세 납부를 거부하는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항의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반제국주의, 반애국주의, 군입대 거부, 비폭력 저항 운동의 성향을 지닌 톨스토이의 이러한 주장은 꽤나 급진적이라(특히 군입대 거부)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동시에 묘하게 끌렸다.

이는 톨스토이가 '죽이지 마라', '내가 받고자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하라'라는 기독교의 단순한 교리를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종교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국가를 비판하는 톨스토이의 주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었다.

톨스토이는 다른 비판하는 세력(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민주주의 의회주의자 등등)들과 달리 이러한 폐단의 원인을 온전히 정부에게 돌리는 게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은 저마다 남들에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정작은 자신은 변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나 자신'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누가 먼저 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제일 먼저 솔선수범해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구절은 이것 외에도 더 있다.
그 중에서 '핍박받는 인민들은 무조건 피해자고, 착취하는 사람은 권력자에 부르주아이며 무조건 가해자'라는 기존의 혁명적인 주장과 달리 착취자들 중엔 오히려 피해자들에 해당하는 가난한 인민이 있다는 톨스토이의 주장이었다.
한 마디로, 인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만약 가난한 사람에게 높은 봉급의 마름(소작농을 착취하는 마름)자리나 착취할 수 있는 관리직을 줘 봐라, 누가 거부하겠는가? 라며 착취자들 중엔 똑같은 처지의 인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착취하는 사회는 사회구조에도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오직 본인의 이득에만 눈이 먼 개개인에게도 있다고 톨스토이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인민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양심에 살도록 계속해서 강조한다.

아무튼, 이런 톨스토이 사상은 그동한 여러 중역본이나 발췌본으로 우리나라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본다. 문학뿐만 아니라 톨스토이의 반전사상을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걸 강추드린다!

국민의 허위 대표자들(정치인)은 특정 정치꾼들에게 소속되는 것으로 조직되어 있어서, 의원들이 비록 그러지 않는다 해도 의회에 들어가자마자 개인적 야욕과 적대 정당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정치꾼이 된다. - P125

살아있는 한 나는 현재 말하고 있는 사안을 멈추지 않고 말하겠다. 왜냐하면 자신의 양심에 따른 행동을 그만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령관님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제가 진심 어린 자기 신념대로 자본과 노동의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에 끝내는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으신지요?‘
-1896년 군 복무를 거부하며 네덜란드 청년 반 데르 베르가 사령관에게 보낸 편지-

그는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모두에게 명백하고 공통적인 아주 단순한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한다. 그 이유란 그가 ‘죽이지 말라‘는 계율을 따르기 때문도, 기독교인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저 살인 행위가 인간의 이성에 역행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는 형제를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복종하지 않는 이유는 그에게는 양심의 요구가 사람들의 명령보다 더 의무적이기 때문이다. - P27

기독교가 누구는 따르고 다른 누구는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어떤 종파거나 신앙이 아니라, 기독교는 모두를 깨우치는 사리분별의 빛을 생활 속에서 따르는 것에 다름없을 보여준다. 기독교의 의미는 기독교가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행동을 규정해준 데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인류가 마땅히 가야만 해서 나아간 길을 예견하고 일깨웠다는 데 있다. - P34

그리스도께서 주신 무기는 각자가 자신의 이성과 자신의 양심에 따르는 것이다. - P44

유럽의 교양인들은 결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평화정착에 협조한다는 구실로 유럽의 이 도시 저 도시에서 잔뜩 심각한 얼굴을 하고 탁상에 둘러앉아, 강탈로 살아가는 자들이 강도짓을 그만두고 평화로운 시민이 되게끔 이 강탈자들을 어떻게 하면 잘 설득할 수 있는지 논란을 벌이고는 심오한 질문을 한다. - P49

과학과 계몽의 이름으로 현존질서의 지속만을 염원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노력 없는 선량하고 평화로운 생활의 건설을 약속한답시고 각종 모임을 갖고 책을 쓰고 연설을 하는 새로울 것 없는 사두개파도 따르지 마라. 저들을 믿지 마라. 그대는 동물이나 노예가 아닌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 P57

기독교의 교리는 세계의 시초와 종말은커녕, 신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 수 없고 알 필요가 없는 신의 구상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구원받기 위해서, 즉 탄생해서 죽을 때까지 인간이 현세에 도래한 바의 그 인생을 최상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이 우리를 대우해주길 바라는 대로 우리도 타인을 대우해야 하겠지요. 이 속에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모든 법칙과 예언자들의 뜻이 있습니다. 그렇게 행동하려 할 때, 우리에게는 성상화도, 유체도, 교회 예배도, 사제도, 성자들의 이야기도, 교리문답서도, 정부도 필요가 없어요.
신의 뜻은 우리가 전투를 벌이고 약자들을 억압하는 데가 아니라, 만인이 형제임을 인정하고 서로를 섬기는 데 있습니다. - P68

군중의 모습을 한 사람들은 심각한 최면상태에 있어서 눈앞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을 보기는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기강 잡힌 군대에 대한 왕과 황제, 대통령의 지속적인 배려와 그들이 서로에게 자랑스레 보여주는 사열, 열병식, 기동훈련을 목도한다. 또한 그들은 현란하게 번쩍이는 바보스런 복장을 입은 긴장된 자세의 형제들이 북과 나팔 소리에 맞춰 기계장치로 변화하여 어느 한 사람의 구령에 따라 모두가 한꺼번에 동일한 동작을 취하는 모습을 보려고 달려들면서도,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의미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것은 살육 준비에 다름없는 것이다. - P81

그런즉 왕이나 지도자들을 죽일 게 아니라, 그들 자체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까발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사람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하고, 그들의 명령에 따라 죽이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 P88

출구는 각자 스스로가 자신을 위해 진리를 자각하고 진리를 따르며 진리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데 있다. - P106

사람들에게 육체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무수한 고통을 안기는 애국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긴요하거나 고결한 것이 될 수 있느냐는 거지요. - P17

노동자가 아무리 절제하고 근면해도, 남의 땅에서 일하고 지정된 가격에 필수 물품을 사며 남의 노동 도구로 일하는 한 그는 결코 재부를 획득할 수 없다. 법률은 마치 소유물을 보호하는 듯하지만, 이미 부자들 손안에 있는 약탈된 재산만을 보호하는 게 법률의 핵심이다. 법률은 노동하는 몸뚱이 외에 아무런 재산도 없는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동을 약탈하는 데 협조한다. - P126

인민을 약탈하고 강탈한 것을 지키기 위해 바로 약탈당한 그 인민들을 이용함으로써 그들의 영혼을 망가트리고 있다. 그것은 정부와 부자들에 의해 억압당하는 노동자들이 대를 이어서 자기 인생과 자기 형제들의 인생을 망치는 일을 이어간다는 사실이다. - P153

큰 봉급을 주는 직무로 자본가의 일을 맡기거나, 토지를 사서 스스로 고용 노동 시설을 장만할 기회를 줘보라. 천 명 중 999명은 일고의 여지도 없이 그런 일을 해낼 것이고, 대물림한 토지 소유자나 자본가보다 더 열성적으로 토지 소유권 또는 고용주의 권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모두 혹은 거의 다 하느님과 하느님의 율법에 대한 믿음도 없고, 그저 소규모거나 실패한 토지 소유주, 자본가, 압제자들과 다름없다. - P168

만약 노동자가 이득을 취하려거나 공포감에서 조직적인 살인자인 병사의 길에 동의하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의 부의 확대를 위해 태연히 더 가난한 동료의 품삯을 빼앗거나 봉금 때문에 압제자들 편으로 옮겨가서 그들의 활동을 돕는다면, 그는 어떤 일에도 불평해서는 안된다.
그의 바람이 어떤 것이든, 그 자신이 그런 일을 행하면 그 자신은 피억압자 혹은 억압자 말고는 다른 어떤 사람도 될 수 없을 것이다! - P168

사람들 모두가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될지를 살피지 않고 각자 더 많은 실익을 바라는 순간, 어떤 질서가 세워졌든 그런 사람들 모두가 상부에는 지배자들, 하부에는 피억압자들이 있을 예리한 원뿔에 무더기로 몰리는 사태는 불가피하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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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와 스우 씨 6 - S코믹스, 완결 S코믹스
타카하시 나츠코 지음, 함경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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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와 스우씨‘가 드디어 완결되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엔딩이 나다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좀 더 오래 연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무튼 완결을 축하하며 작가님의 차기작을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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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과 로퍼 3 - 시프트코믹스
타카마츠 미사키 지음, 신혜선 옮김 / YNK MEDIA(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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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스킵과 로퍼! 이번에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여느 순정만화와 달리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디테일,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 때문에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만화였다. 다음 권도 빨리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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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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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이라니, 좋은 주제라고 생각해 읽어봤다.

하지만 기대했던 바가 컸었나, 막상 읽어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일단 편집 문제로 보이는 오타와 "같은 문장들의 반복" 등등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든지(그림에 그려진 인물의 외양 묘사만 간단하게 언급한다) 그 내용이 다소 빈약했다. 다행히 그림과 관련된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대한 설명은 괜찮았지만 위의 문제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렇게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물론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바라보는 게 주된 주제인 책이지만... 흠... 아무튼,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넓은 이해를 바란다면 가볍게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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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의 덕질 2 - S코믹스 S코믹스
야츠다 테키 지음, 박연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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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1권보다 재미있는 것 같다. 덕질할 때의 기쁨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스토리하며, 공감성 100%인 켄의 덕질 활동은 읽는 내내 웃음을 줬다. 3권도 빨리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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