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의 단순한 기도
마르틴 루터 지음, 김기석 옮김, 노종문 해설 / IV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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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교회의 첫 시작을 알린 사람이자 종교개혁을 통해 서양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마르틴 루터'. 이 사람이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날 알고 있는 역사와 종교는 크게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르틴 루터가 역사나 종교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도 그의 신학이나 종교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오늘날의 한국 개신교 교회 대부분이 칼뱅의 교리를 따르거나 기타 다른 개신교 학자들의 신학을 받아들이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루터의 교리는 꽤 생소하다. (한국에서 마르틴 루터의 교리를 따르는 '루터교'는 다른 개신교회들에 비해 소수인 편이다).

더욱이 기독교 신자도 아닌 나에게 있어서도 마르틴 루터는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지, 종교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비록 신자는 아니지만 순수한 호기심으로 종교인으로서의 루터를 알고자 본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일단 이 책은 매우 얇다.

또한 교리와 관련된 책이 아니라, 루터가 본인의 신자(정확히는 이발사 친구)에게 권면한 기도방식을 간략하게 적어놓은 '소책자'에 가깝기 때문에 본 책을 읽었다고 해서 루터의 종교관을 완전하게 알 순 없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단순한 기도 방법론을 떠나서 기독교에 대한 루터의 기본적인 관점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기존의 권위적이고 관례와 형식을 따지던 가톨릭교회를 비판하며 단순하지만, 진심 어린 '기도'를 중시했던 루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가 책에서 제시한 기도문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마음'과 '간구(호소)'이기 때문이다.


루터는 기도나 예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여 간구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화려한 장식이나 예물, 기타 성대한 종교적 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이 소박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향해 기도를 드린다면 그것이 곧 구원의 증거이자 기독교 정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루터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그리고 '십계명'으로도 충분히 기도를 할 수 있다며 차례대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루터가 자신이 알려 준 이 기도를 굳이 그대로 외우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위의 기도문으로 인해 마음이 뜨거워진다면 언제든 자기 방식으로 기도해도 된다고 했던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이비 이단같이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기도하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신앙을 고백하라는 것이다. 루터는 크게 '교훈'과 '감사', 그리고 '고백', 마지막으로 '기도'의 방식으로 기도한다고 말한다. 십계명을 예시로 보이는 루터의 기도는 오늘날 21세기의 '감사 일기'처럼 보였다. 즉, 하나님이 주신 말씀에서 깨달은 점을 적고, 그다음에 그 말씀에서 선함과 그분이 만드신 피조물(인간을 포함해 세상) 등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적고서, 뒤이어 자신은 이전에 어떤 행동으로 그 말씀을 어겼었는지,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종합해서 기도로 승화시키는데, 앞서 말했듯이 오늘날 감사 일기와도 형식이 비슷해 비신자인 나도 왠지 모르게 배울 점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신앙적으로도 정해진 규칙이 아닌 개개인의 기도 자유를 주장했다는 점 역시 대단했다.


그 외에도 '기도'란 천국을 위한 담보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하나님을 향해 구원의 절박함을 간구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그의 종교 사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기도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거기엔 어떤 다른 허례허식 같은 것은 낄 수 없다는 거다. 마찬가지로 본문에서도 루터는 '마음'과 '간구' 외에도 '변화'와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직 성경과 믿음, 하나님만을 강조하는 이 주장은 훗날 개신교회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듯 <마르틴 루터의 단순한 기도>는 다는 아니지만 루터의 종교적 사상과 기도 정신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도 루터의 인간적/시대적 한계 또한 볼 수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무슬림에 대한 비판이라든지, 이 세상은 끔찍하고 악마들의 소굴이라는 비관적인 생각, 인간이 다른 모든 생명체 위에 서 있다는 주장, 그리고 개혁적이고 자유를 인정하긴 하지만 기존 체제(왕과 제후들)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 아버지가 아내와 아이들을 교육하고 다스려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면모 등등이 그렇다.


하지만 루터 역시 인간이라는 점, 그리고 시대적으로도 저 때 당시에는 위와 같은 생각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루터도 시대적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아쉬우면서도 씁쓸하기도 하다.


여하튼, 루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분이나 기도와 묵상법과 관련된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는 가련하고 무익한 죄인입니다. 저는 감히 주님을 우러르거나 손을 들어 올려 기도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기도하라 이르셨고, 기 기도를 들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또한 당신의 아들 예술 그리스도를 통해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구해야 할지 가르치셨기에, 저는 은혜로운 약속을 신뢰하며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저는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치신 대로 모든 성자와 이 땅의 믿는 이들과 더불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 P14

주님, 우리를 변화시켜 주시고 자제시켜 주십시오. - P15

마지막으로, 늘 확신을 가지고 ‘아멘!‘하고 응답해야 함을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자비하심으로 그대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 기도에 ‘그렇다‘라고 응답하심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홀로 무릎을 꿇고 있거나 서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모든 기독교 세계와 모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그대 곁에 서 있고, 그대는 그들과 함께 하나님이 결코 외면하지 않으실 공통의 간구를 드리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래 하나님이 나의 기도를 들으셨어, 나는 이 것을 분명히 알고 있어‘라고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은 채 기도로부터 벗어나지 마십시오. 이것이 아멘의 의미입니다. - P21

그대의 마음이 바르게 뜨거워지고 기도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면, 이런 생각들은 여러 다른 방식으로 많은 말로든 적은 말로든 표현될 것입니다. - P22

나는 스스로를 그런 말이나 구문에 묶어 두지 않습니다. 나는 오늘은 이런 방식, 내일은 다른 방식으로, 나의 기분이니 느낌에 따라 기도를 드립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한 동일한 생각과 표상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어떤 때는 하나의 간구 속에 담긴 다양한 생각들에 빠져 다른 여섯 가지 간구를 놓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좋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면 다른 간구들을 잠시 미뤄 두는 것이 좋습니다. - P22

좋은 기도를 드리려면 집중과 마음의 단순함이 요구된다는 사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 P25

내 마음이 다른 어떤 것 혹은 다른 것에 대한 신뢰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됩니다. 부, 명예, 지혜, 권력, 경건, 다른 무엇도 마찬가지입니다. - P27

잘하든 못하든 마음이 온전히 집중되면, 혀로 열 시간 암송하거나 열흘간 글로 적는 것보다 한순간 더 많은 것을 숙고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 P41

루터는 ‘하나님께 가까이 나가는 것‘을 목표로 기도했던 중세의 신비주의적 기도 전통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성경적 개념에 기초한 간구 기도의 전통을 재발견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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