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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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내 이야기가 자세하게 씌어 있는 책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살면서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가끔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전혀 모르고 지나쳤던 일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생각나게 되고, 기억이 되살아나고, 내막을 알게 되는 겁니다. 이 소설(고골의 ‘외투‘)의 내용은 일반적인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제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네프스끼 거리나 강변에서 산다는 백작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나름대로 지금은 고매한 품격이 있어서 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뿐이지, 그에게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거고 그러면 그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 P110

가난한 사람은 까다로워요. 가난한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쳐다보고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곁눈질로 쳐다봅니다. 주변을 항상 잔뜩 주눅이 든 눈으로 살피면서 주위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씁니다. 누가 자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다른 사람들이 ‘뭐 저렇게 꼴사나운 놈이 다 있어!‘, 아니면 ‘이쪽에서 보면 어떤 꼴을 하고 있고 저쪽에서 보면 또 어떤 꼴일까?‘등등의 말들을 할까 봐 남의 말에 일일이 신경을 씁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가난한 사람들은 발닦개만도 못한 인생이고 아무도 그들을 존중해 주지 않습니다. - P129

착한 사람은 황무지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사람은 저절로 굴러 온 행복을 누리는 이따위 일들은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이랍니까! 어째서 어떤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운명의 새가 행운을 점지해주고, 왜 어떤 사람은 양육원에서 태어난단 말입니까! - P169

여기서 자연주의식 박애주의와 도스토옙스키의 박애주의의 차이가 드러난다.
전자가 인간 이하의 인간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부터 초보적인 수준의 동정심을 짜내려고 안간힘을 썼다면 후자는 인간다운 인간, 사고나 감정, 자기 성찰 등 모든 면에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한층 고차원적인 동정심을 이끌어 냈다. 자연주의가 가난의 사회학을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도스토옙스끼는 그것으로부터 가난의 심리학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다. -석영중 교수-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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