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최민홍 옮김 / 집문당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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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쇼펜하우어` 하면 `염세주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늘 불평만 한다는 수식어가 늘 따르는 이 `염세주의`는 자칫 중 2병에 자살을 종용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다른 것들과 달리 꽤나 현실적인 관점이다. 특히 쇼펜하우어를 통해 염세주의를 접하게 되면 이게 영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은 제목 그대로 저자인 쇼펜하우어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생철학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책이다. 

여기서 쇼펜하우어는 삶이란 고통이며, 이 세상은 의지의 고통으로 가득한 곳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사랑과 돈, 명예에 대해 온갖 쓴소리를 해대는데,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낙관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인 내게도 팩트폭력 이상의 깨달음과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괴로울 때는 쇼펜하우어가 제일이라고 본다. 

앞에서 말했듯이 쇼펜하우어는 인생에 대해서 전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악평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상이 미워서가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에 대한 헛된 기대를 하지 않음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늘 고통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을 함으로써 고통을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 아닌, 항상 있었던 일반적인 사실로 만들어 이에 너무 괴로워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쇼펜하우어의 관점에선 우리 모든 인간은 세상이라는 지옥 위에 서 있는 가련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런 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염세 사상은 비관적인 것을 넘어서 오히려 세상에 대한 진리와 이를 바라보는 혜안을 기르게 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의 관점과 맞지 않는 말들도 종종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대적, 개인적 한계일 뿐, 고통과 고뇌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단연 최고는 쇼펜하우어라고 할 수 있다. 


괴롭지만 `에이, 세상이 뭐 그렇지! 별 수 있겠어?`라고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쇼펜하우어의 인생철학.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읽었으면 좋은 책이다!



인간 존재의 직접적인 목적은 고뇌이다. - P5

인간과 동물 세계에 있어서도 의지에 대한 어떤 저항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살아 있다는 의식을 갖지 못하게 되며 주의를 환기시키지도 못하고 세월이 흘러갈 따름이다. 의지가 구속을 받아 어떤 충돌이 일어났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의지가 방해를 받아 겪는 고뇌와 고통을 느낌으로써 살아있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 P5

수많은 사람들은 국민으로서 결합되어 서로 힘을 모아 공공의 복리를 취하려고 하는 동시에, 각 개인은 자기의 이득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는 무수한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몇몇 인간의 당치 않은 선입관이나 교활한 전략에 의해 백성들을 싸움터로 몰아넣는다. 그리하여 이들의 터무니없는 의도에 좋은 결말을 주기 위해, 또는 그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대다수의 백성들이 피땀을 흘려야 한다. - P16

인간은 의지 자체이며 욕망의 육체화이며 그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자기 자신에 의존하여 살가며 자기의 불행과 욕구와 궁핍밖에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그의 생활에는 다급한 욕구를 걸머지고 새로이 나타나는 생존의 번뇌만이 가득 차 있다. - P19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볼품 없는 모자이크 그림과 같은 것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아무런 매력도 없다. 그러므로 그것을 아름답게 보려면 멀찌감치 떨어져 보아야 한다. - P38

의사의 눈에는 병자투성이요, 법률학자의 눈에는 악투성이요, 신학자의 눈에는 죄악투성이다. 인간의 행위도 마음 속에서 나온 이상 그 하나만 보고도 어떤 인간인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택해야 한다. 누구나 중대한 사건에 부딪히면 자신을 굽히고 덮게 마련이지만, 사소한 일에는 자유로이 천성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 P160

자기 자신의 운명을 비탄하지 않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본인의 본질을 남에게서도 재인식하고 그들의 운명도 자기 운명과 같이 느끼며, 주위에는 언제나 자기보다 더 심한 불행에 싸여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유의하고, 자기의 불우한 처지를 한탄하지 않는다. - P48

이러한 견지에 서게 될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라도 너그럽게 대하게 된다. 따라서 그에게 숨어 있던 악마가 어느 순간에 깨어나 눈을 부비며 나타날지라도 새삼 놀랄 것이 못 된다.
우리는 인간이 지닌 우매와 과오와 사악에 대하여 너그러워야 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도 함께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지금 격분을 금치 못하는 타인의 사악함도 우리 자신 속에 깃들여 있지만 단지 현재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깊숙이 안에 숨어 있을 따름이므로 어떤 유인이 일어나면 남의 사악과 마찬가지로 밖에 드러나게 마련인 것이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 악이, 다른 사람에게는 저 악이 더 농후하다는 현상은 있을 수 있으며, 악의 총화가 어떤 사람은 남보다 더 많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개성에는 무수한 층계가 있기 때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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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15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