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멘타 하인학교 (무선)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
로베르트 발저 지음, 홍길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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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 - P7

그에게는 개성이 없다.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반듯하고, 일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공손하다. 다만 의식이 없다. - P11

생각과 기발한 착상들이 나같은 놈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그런 것들을 가지고 뭘 하면 좋을지도 모르는데. 아무렴 그렇고말고, 아니다, 아냐, 난 통찰력을 얻으려 해볼 수는 있겠지만 건방을 떨고 싶지는 않다. 어떤 경우에도 나 자신이 주변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느끼고 싶지 않다. - P27

이 사람들의 물결, 화려하고 그칠 줄 모르는 물결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지만 아름답고 참된 것이라고는 좀처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이곳에서는 모두가 무언가를 찾고 있다. 모두가 부귀와 동화 속의 재물을 동경한다. 사람들이 서둘러 어디론가 걸어간다. 아니, 그들 모두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조급함, 갈망, 고통, 그리고 불안이 열망 가득한 눈가에서 희미하게 빛을 낸다. 얼마 후면 다시 뜨거운 정오의 태양 아래서 모든 것들이 일광욕을 하게 된다. 모두가 잠든 듯 보인다. 차도, 말도, 바퀴들도, 소음들도. 사람들은 멍한 시선을 던진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고층 집들은 꿈을 꾸고 있는 듯 보인다. - P43

본인은 삶에 아무런 희망도 가지고 있지 않다. 본인은 엄히 다스려지기를 희망한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험하기 위해서다. 현재 그는 여전히 자신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을 그 오만과 불손함을 힘겨운 노동이라는 냉엄한 바위에 던져 박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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