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염 : 모빠상 단편집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기 드 모파상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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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의 '어떤 정염'은 모파상 특유의 사실적이면서도 정렬적인 문체로 쓰인 총 20개의 사랑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모파상의 작품들을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게 봐 왔던 나였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품고 책을 구매했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막상 읽어보니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조금 허무했다. 단편이기 때문에 아쉬운 감이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 내 타입이 아니어서 당황했달까.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렇게 느껴진 것은 아니다. '의자를 수선하는 여인'이라든지, '미쓰 해리엇' 등등 가슴을 울리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사랑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라든지 그 앞에 유약하게 쓰러지고마는 여인들의 여린 마음(?)에 대한 묘사는 시대적 한계를 생각해서라도 내게는 낯선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파상 작품은 분명 의미가 깊다. 결코 형편없는 게 아니다. 나는 위의 시대적 한계에 대해서는 거리감이 느껴졌으나 본 작품들을 읽었을 때 그 속에 들어있는 사랑의 정렬에 대해 그만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보통 다른 작품들에서는 남녀의 사랑에 대해 어느 정도 절제하거나 예의에 맞춰 적절하게 표현하는 식이었는데, 모파상의 사랑 이야기에선 그런 것들을 던져버리고 서로의 감정에 매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너 아니면 죽음 뿐이야!'라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사랑에 대해 절제하려는 다른 작품들을 많이 봐 온 나였기에 이렇게도 낯설은 것 같다) 뒤의 역자 후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중세 시대의 반항적이고 풍자적인 사랑 이야기가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했던 19,20세기의 냉철함이 만난 것이 바로 모파상의 작품이 아닌지 싶다.

때문에 모파상이나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어떤 정염'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다만, 너무 사랑이 치중된 이야기나 감정적인 작품을 좋아하지 않으신 분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안 그랬다간 자유분방한 사랑 이야기에 기절초풍을 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추가로, 개정판이라지만 번역의 문체가 오래된 감이 있다. 이것도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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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었는데, 저는 완전 좋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사랑에 치중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