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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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죄와 벌 완독했다. 


이미 작년 5월 달에 출판사(문학동네)에서 진행했던 '도스토옙스키 챌린지' 를 통해 다 읽었지만 요즈음 갑자기 도 선생의 소설이 땡겨서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주 만에 완독한 '죄와 벌'은 예상외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사이에 생각이 달라졌는지, 아니면 성숙해진 것인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령, 예심판사인 포르피리가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를 심문할 때 단순히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수를 은근히 권하고 있었다는 거라든지 (개인적으로 포르피리는 스비드가일로프 다음으로 내가 싫어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라스콜니코프의 사상의 정확한 의미, 그리고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적 묘사 등등이 착착하고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왔다.

'과연 명작은 명작이로구나'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이렇게 몇 번을 읽어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 이게 바로 '명작 고전'이 아닐까. 


도 선생의 작품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계속해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어쩌면 몇십 년 전에 '죄와 벌'을 읽고 본격적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탐독해 나갔던 것처럼, 이번 재독(再讀)이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 특유의 자존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빠지지 않겠다고‘,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겠다고‘, 우리 관습상 누구나 의무적으로 치르는 몇몇 사회적 의식에 마지막 힘을 다해 모아놓은 마지막 한푼까지 다 써버리곤 하는 것이다. 자존심과 허영심이 이렇게 발작적으로 터지는 일은 더없이 가난하고 주눅든 사람들에게 종종 있는 일로, 때로 그들은 분풀이하듯 절제하지 못하고 돈을 써버린다. - P165

소냐 : 누가 살고 누가 살면 안 되는 하는 일에 누가 자신을 재판관으로 세운단 말이에요?
라스콜니코프 : 신의 섭리가 개입하는 순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는 법이지! - P213

난 단지 ‘이‘를 죽였을 뿐이야, 소냐. 무익하고 혐오스럽고 해악을 끼치는 ‘이‘ 말이야. - P226

모두 똑똑해지길 기다리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걸... 그다음에 또 알았지.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조차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그들을 개조할 수 없고, 그런 노력을 기울일 가치도 없다는 걸 말이야! 권력이란 감히 몸을 숙여 그걸 주워올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걸 말이야. 여기서 중요한 건 과감히 감행한다는 것 하나, 단 하나뿐이지!
(중략) 난... 난 감행하고 싶었고, 그래서 죽였어.... - P228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삶에 몸을 던지세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마음을 크게 먹고 두려움을 이겨내보세요. 해내야 할 위대한 일을 앞두고 겁을 먹은 건가요? 아니, 지금은 오히려 겁먹는 게 부끄러운 겁니다. 그렇게 한 발짝을 내디뎠으면 강해져야지요. 그게 정의지요, 정의가 요구하는 일을 하세요.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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