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58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 지음, 박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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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에 이어 ‘악령‘ 중권을 읽었다.
빽빽한 간격 편집으로 유명한 열린책들에서도 상,중,하로 나눠 출판할 정도로 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중에서도 고난이도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권을 다 읽은 내 자신이 뿌듯하다. 아직 하권이 남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읽은 게 어디인가.

여하튼 중권에서는 정치 소설에 걸맞게 주인공 스따브로긴과 ‘악령‘의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뾰뜨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권 후반부에 등장한 뾰뜨르가 중권에서는 스따브로긴 못지 않게 자주 등장한다.
저번에는 스따브로긴에 대해 썼다면 이번에는 뾰뜨르에 대해 간략하게 써보고자 한다. (이 사람 역시 내게 큰 인상을 남겼으므로)
뾰뜨르는 과격한 혁명적 허무주의자이다. 그는 이 작품의 배경인 작은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 - 농민, 노동자, 술꾼, 심지어 귀족들까지 흔히 ‘혁명적 사상‘으로 휘어잡아 그곳을 뒤흔드는데, 이 과정이 치밀함과 동시에 풍자적으로 보였다.

아시다시피 도스토예프스키는 애초에 뾰뜨르와 같은 사람들을 비판하고자 이 책을 썼으므로 마을이 악령에 휩싸이는 가운데에도 그의 조소와 풍자가 읽는 내내 들리는 것 같았다.

또한 뾰뜨르의 모티브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인 ‘네차예프‘라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네차예프 역시 뽀뜨르와 마찬가지로 과격한 혁명적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오로지 ‘혁명‘이라는 이름 하에 살인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죄와 벌‘에서와 마찬가지로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람보다 이념을 중요시한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여기서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러시아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바란 데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어느정도의 미래는 예견했다고 본다. 작중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이 세계란 아무리 치료를 해봐도 완치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아예 과격하게 1억 개의 머리를 싹뚝 잘라 내고 이로써 자신의 짐을 더는‘과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제 하권을 빨리 읽어야 겠다.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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