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격자들 - 어린이 목소리를 위한 솔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연진희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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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독일의 공습은 받은 러시아 아이들의 증언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인터뷰 당시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그들이 몇십년이 지난 어렸을 때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얼마나 충격적이고 끔찍했었으면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그만큼 충격적이었는데, 눈앞에서 엄마가 총살당하고, 생후 6개월도 되지 않은 아기를 분수에 던져버리는 나치군의 만행.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의 시점에선 당연히 두렵고 무서운 장면이었으리라.

아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 아닐까? 인터뷰를 한 사람 중 하나인 다비트 고드베르크의 말이 인상 깊다. ‘전쟁 기간에 어린애였던 사람이 전선에서 싸운 자기 아버지들보다 종종 더 빨리 죽는답니다.‘

설령 운 좋게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트라우마는 어마어마하다.
인터뷰한 사람들 대부분이 전쟁 후에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해 가족들에게 버림 받기도 하고 심한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옛날에 TV에서 전쟁 고아를 후원해 달라는 기부 방송을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나온 아이는 작은 소리만 들어도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부모님은 폭격에 맞아 죽고 그 애만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하면서 폭격 트라우마로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이 책을 보니 자연스레 그 방송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것은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성‘이었다.
아냐 그루비나라는 사람은 그때 당시 12살이었다. 그녀는 레닌그라드에서 살았는데 독일군들이 그곳 전체를 봉쇄하는 바람에 그 지역 사람들은 전부 굶어 죽을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아냐 또한 매우 굶주려 있었다. 어느날 아냐는 우연히 근방에서 노역을 하는 독일군 포로를 보게 된다. 그 또한 매우 굶어서 사지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본 아냐는 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빵 조각을 나눠줬고 독일군 포로는 연신 ‘당케 셴 당케 셴 (고마워요)‘했다고 한다.

비록 아직 어려서 뭐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기도 배가 고픈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줬다는 것은 선량한 행동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아이들한테 독일군이든 소련군이든 구분이 없는데 오히려 이런 아이들이 전쟁에서 가장 많이 죽는다는 사실을 보면 전쟁 따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쟁은 말이다! 그건 저주받을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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